렘 2:4-13, 시 81:1, 10-16 , 히 13:1-8, 15-16, 눅 14:1, 7-14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8월의 마지막 주, 성령강림 후 열두째 주일입니다. 다음 주 9월부터는 한 달간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하고 창조 세계를 기뻐하는 창조절로 지키게 됩니다. 창조절에 대한 안내는 이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본기도

전능하신 하나님, 주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실 뿐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직접 주님의 집으로 초대해 환대하고 잔치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의 초대 앞에 우리가 기꺼이 응답해 이 예배에 나왔습니다. 겸손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잔치 예배에 참여하며 주님의 은총을 흠뻑 누리고 나누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하나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우리를 초대하시네(잔치공동체) / 나의 영원하신 기업(찬 435)

시편 81편 1, 10-16절

1 우리의 피난처이신 하나님께 즐거이 노래를 불러라. 야곱의 하나님께 큰 환성을 올려라.

 

10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너희의 입을 크게 벌려라. 내가 마음껏 먹여 주겠다' 하였으나, 11 내 백성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이스라엘은 내 뜻을 따르지 않았다. 12 그래서 나는 그들의 고집대로 버려 두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게 하였다. 13 나의 백성 이스라엘이 내 말을 듣기만 했어도, 내가 가라는 길로 가기만 했어도, 14 나는 당장 그들의 원수를 굴복시키고, 내가 손을 들어서 그 대적을 쳤을 것이다. 15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며, 이것이 그들의 영원한 운명이 되었을 것이다. 16 그리고 나는 기름진 밀 곡식으로 너희를 먹였을 것이고, 바위에서 따 낸 꿀로 너희를 배부르게 하였을 것이다.

말씀

예레미야 2장 4-13절

4 야곱의 백성아,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가족아, 너희는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5 "나 주가 말한다. 너희의 조상이 나에게서 무슨 허물을 발견하였기에,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서 헛된 우상을 쫓아다니며, 자신들도 허무하게 되었느냐? 6 '이집트 땅에서 우리를 이끌고 올라오신 분, 광야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분, 그 황량하고 구덩이가 많은 땅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 그 메마른 땅에서, 어느 누구도 지나다니지 않고 어느 누구도 살지 않는 그 땅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묻지도 않는구나. 7내가 너희를 기름진 땅으로 인도해서, 그 땅의 열매를 먹게 하였고, 가장 좋은 것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들어오자마자 내 땅을 더럽히고, 내 재산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8제사장들은 나 주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않으며, 법을 다루는 자들이 나를 알지 못하며, 통치자들은 나에게 맞서서 범죄하며, 예언자들도 바알 신의 이름으로 예언하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우상들만 쫓아다녔다."

 

9 "그러므로 내가 너희를 다시 법대로 처리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내가 너희 자손의 자손들을 법대로 처리하겠다. 10 너희는 한 번 키프로스 섬들로 건너가서 보고,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서, 일찍이 그런 일이 일어났던가를 잘 살피고 알아 보아라. 11 비록 신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신을 섬겨도, 한 번 섬긴 신을 다른 신으로 바꾸는 민족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내 백성은 그들의 영광을 전혀 쓸데 없는 것들과 바꾸어 버렸다. 12 하늘아, 이것을 보고, 너도 놀라고 떨다가, 새파랗게 질려 버려라. 나 주의 말이다. 13 참으로 나의 백성이 두 가지 악을 저질렀다.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나를 버린 것이고, 또 하나는, 전혀 물이 고이지 않는, 물이 새는 웅덩이를 파서, 그것을 샘으로 삼은 것이다."

히브리서 13장 1-8, 15-16절

1 서로 사랑하기를 계속하십시오. 2 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 3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되, 여러분도 함께 갇혀 있는 심정으로 생각하십시오. 여러분도 몸이 있는 사람이니, 학대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4 모두 혼인을 귀하게 여겨야 하고, 잠자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합니다. 음행하는 자와 간음하는 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5 돈을 사랑함이 없이 살아야 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 하셨습니다. 6 그래서 우리는 담대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도우시는 분이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다. 누가 감히 내게 손댈 수 있으랴?"

7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을 본받으십시오. 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15 그러니 우리는 예수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하나님께 찬미의 제사를 드립시다. 이것은 곧 그의 이름을 고백하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16 선을 행함과 가진 것을 나눠주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제사를 기뻐하십니다.

누가복음 14장 1, 7-14절

1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새파 사람의 지도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의 집에 음식을 잡수시러 들어가셨는데, 사람들이 예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7 예수께서는,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윗자리를 골라잡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말씀하셨다. 8 "네가 누구에게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거든, 높은 자리에 앉지 말아라. 혹시 손님 가운데서 너보다 더 귀한 사람이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 9 너와 그를 초대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이 분에게 자리를 내드리시오' 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10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그리하면 너를 청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친구여, 윗자리로 올라앉으시오’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너는 너와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질 것이요,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12 예수께서는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도 말씀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초대하여 네게 되갚아, 네 은공이 없어질 것이다. 13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14 그리하면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잔치: 얽힌 가능성과의 직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나라는 잔치로 비유됩니다. 그 잔치는 '얽힌 가능성'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원래 잔치가 그렇습니다. 잔치에서는 원수와도 밥을 나누고 오래 만나지 못한 이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속도와 경쟁의 시간에서 살아가다가도, '기쁘거나', '위로할' 사연으로 모이는 자리가 되면 우리는 얼마나 깊은 상호 관계 속에 얽혀 있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잔치에 가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던 것처럼,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나 기술이 곧 다른 이들의 삶에 스며듭니다. 세계의 회의체들이 규제와 협력을 함께 논의하는 것도, 우리가 본질적으로 하나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잔치에 간 사람은 그 사연에 얽혀 들어갑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웃고 축하해 주며, 슬픈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 같이 눈물을 흘립니다. 결국 우리가 얼마나 얽혀 있는지 새삼 깨닫는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느님나라는 잔치에 비유되나 봅니다. 기도 또한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웃을 위한 기도지만 결국은 나의 평화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차별받는 일이 생기면 그것은 곧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곳의 불평등은 우리 삶에 즉각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남을 위해 외치는 것이 아니고 결국 나를 위해 외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있기에, 남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 비유하신 잔치는 들어오지 못하던 이들이 초대받고, 소외된 이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 일은 높은 자리에 초대받은 이가 낮은 자리로 옮겨가는 구체적 선택에서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제가 없고 희망이 샘솟는 하느님나라의 잔치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여러 곳에서 개혁의 소리가 나오면서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러나 그 희망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이들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옥상에 오른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 씨가 농성이 시작되고 600일이 되는 금요일(8월 29일) 내려왔습니다. 땅에 발을 딛지 못한 채 고공에서 보낸 그 600일은, 단지 한 개인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드러난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나라의 잔치는 바로 이런 이들을 초대해 그들과 함께 밥을 나누고, 눈물을 닦아 주는 '정의로운 해결'을 이루는 날입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이 초대받아 통합을 이루는 날입니다. 우리는 눈물 흘리는 이들의 요구가 잘 수용되는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땅에서 그 잔치를 미리 살아가야 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기뻐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희망의 표징이 될 때, 하느님나라의 잔치가 우리의 삶 가운데 드러날 것입니다.

이쁜이 / 성공회 원주교회 사제

적용 질문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오늘의 말씀을 읽으며 서로 의미가 통하거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떠올려 봅시다. 가장 크게 떠오른 한 단어, 혹은 한 구절이 있나요?

세속성자의 기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위해 기도합시다.

사랑하기 위해 수치와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신 주님, 주님의 길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많이 가진 이를 동경하고 적게 가진 이는 멸시하는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많은 소유와 높은 지위, 유명세 없이는 좋은 삶이 불가능해 보이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의 도를 붙들고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여 주소서. 외로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는 마음 나눌 친구를 붙여 주시고, 초라함을 느끼는 이들에겐 적절한 격려와 실제적인 도움을 허락하소서. 좁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삶이 존중받고 기억되는 평화의 세상을 기다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주님의 제자들에게 오늘의 기쁨을 건네주소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진리와 지혜의 근원이신 주님, 새 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과, 사랑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 그리고 기도로 함께하는 학부모들을 축복하여 주소서. 다가오는 가을의 풍성함처럼, 이들의 지식과 지혜가 날마다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학생들이 매일 메는 책가방 속에 책과 함께 하나님의 진리를 담게 하시고, 펼치는 공책 위에 아름다운 꿈을 그려 가게 하시며, 마음속에는 선한 뜻과 굳센 믿음을 품게 하소서. 책가방이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는 기쁨의 동반자가 되게 하소서.*

주님, 우리의 학교를 위해 기도합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기쁨과 함께 성장하는 보람이 가득해야 할 배움터에, 과도한 경쟁의식과 거친 언행, 왜곡된 가치관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지켜 주소서. 학생과 교사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따뜻한 격려가 오가는 사랑의 공동체로 세워 주소서.

*성공회 기도서의 '책가방 축복식' 기도문에서 인용

여행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길 위의 주님, 안전한 집과 익숙한 동네를 떠나 새로운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을 축복하소서. 여행자들의 마음에 두려움 대신 기대가, 낯섦 대신 호기심이, 지친 마음 대신 기쁜 설렘이 가득하게 하소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의 기운과 신선한 공기로 힘을 얻게 하시고, 혹여 험한 길이나 막다른 골목을 만나더라도 주님께서 친히 붙잡아 주시는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길 위에서 스치는 모든 인연과 따뜻한 환대를 나누게 하시고, 그 복된 만남을 통해 삶의 지혜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하소서. 계획했던 여정은 순탄함 속에서 기쁨을 얻게 하시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은 오히려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선물이 되게 하여, 여행을 통해 더욱 너그럽고 감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오늘 만나게 될 모든 풍경과 사람, 그리고 모든 사건 속에 담긴 주님의 손길을 미리 감사하며 찬양합니다. 여행의 시작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 모든 걸음을 평안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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