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30:15-20, 시 1, 몬 1:1-21, 눅 14:25-33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9월 첫째 주부터 10월 5일까지 창조절로 다섯 주간을 지킵니다. 생명의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고 창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본기도

창조주 하나님, 우리 앞에 생명과 죽음의 길을 열어 보이시며 말씀을 따라 생명의 길을 선택하라 명령하셨습니다. 우리가 죽음의 길을 거부하고, 생명을 존중하고 보살피는 길을 담대하게 선택하여 주님과 모든 존재들에게 쓸모 있는 생명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이 세상을 지으시고 살림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양

복이 있는 사람은(나무엔) / 예수를 나의 구주 삼고(찬 288)

시편 1편 1, 1-6절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2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

4 그러나 악인은 그렇지 않으니, 한낱 바람에 흩날리는 쭉정이와 같다.

5 그러므로 악인은 심판받을 때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죄인은 의인의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6 그렇다. 의인의 길은 주님께서 인정하시지만, 악인의 길은 망할 것이다.

 

말씀

신명기 30장 15-20절

15 보십시오. 내가 오늘 생명과 번영, 죽음과 파멸을 당신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16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명하는 대로, 당신들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의 길을 따라가며, 그의 명령과 규례와 법도를 지키면, 당신들이 잘 되고 번성할 것입니다. 또 당신들이 들어가서 차지할 땅에서,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복을 주실 것입니다. 17 그러나 당신들이 마음을 돌려서 순종하지 않고, 빗나가서 다른 신들에게 절을 하고 섬기면, 18 오늘 내가 당신들에게 경고한 대로, 당신들은 반드시 망하고 맙니다. 당신들이 요단 강을 건너가서 차지할 그 땅에서도 오래 살지 못할 것입니다. 19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당신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20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그의 말씀을 들으며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면 당신들이 살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시겠다고 맹세하신 그 땅에서 당신들이 잘 살 것입니다."

빌레몬서 1장 1-21절

1 그리스도 예수 때문에 감옥에 갇힌 나 바울과 형제 디모데가, 우리의 사랑하는 동역자 빌레몬과 2 자매 압비아와 우리의 전우인 아킵보와 그대의 집에 모이는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3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4 나는 기도할 때마다 그대를 기억하면서, 언제나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5 나는 주 예수에 대한 그대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그대의 사랑에 관하여 듣고 있습니다. 6 그대의 믿음의 사귐이 더욱 깊어져서,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선한 일을 그대가 깨달아 그리스도께 이르게 되기를 나는 기도합니다. 7 형제여, 나는 그대의 사랑으로 큰 기쁨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성도들이 그대로 말미암아 마음에 생기를 얻었습니다.

8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아주 담대하게 명령할 수도 있지만, 9 우리 사이의 사랑 때문에, 오히려 그대에게 간청을 하려고 합니다. 나 바울은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이요, 이제는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로 또한 갇힌 몸입니다. 10 내가 갇혀 있는 동안에 얻은 아들 오네시모를 두고 그대에게 간청합니다. 11 그가 전에는 그대에게 쓸모 없는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그대와 나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2 나는 그를 그대에게 돌려보냅니다. 그는 바로 내 마음입니다. 13 나는 그를 내 곁에 두고 내가 복음을 위하여 갇혀 있는 동안에 그대를 대신해서 나에게 시중들게 하고 싶었으나, 14 그대의 승낙이 없이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대가 선한 일을 마지못해서 하지 않고, 자진해서 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15 그가 잠시 동안 그대를 떠난 것은, 아마 그대로 하여금 영원히 그를 데리고 있게 하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16 이제부터는 그는 종으로서가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 받는 형제로 그대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가 나에게 그러하다면, 그대에게는 육신으로나 주님 안에서나 더욱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17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동지로 생각하면, 나를 맞이하듯이 그를 맞아 주십시오.

18 그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거나, 빚진 것이 있거든, 그것을 내 앞으로 달아놓아 주십시오. 19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20 형제여, 나는 주님 안에서 그대의 호의를 바랍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마음에 생기를 넣어 주십시오.

21 나는 그대의 순종을 확신하며 이 글을 씁니다. 나는 그대가 내가 말한 것 이상으로 해주리라는 것을 압니다.

누가복음 14장 25-33절

25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29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 것이며, 30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서 자기에게로 쳐들어오는 그를 자기가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를,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32 당해 낼 수 없겠으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동안에 사신을 보내서, 화친을 청할 것이다. 33 그러므로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쓸모 있는 사람

'오네시모'라는 이름은 '유용한'이라는 뜻입니다. 마당쇠나 돌쇠처럼 당시 노예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던 이름이죠. 주인 입장에서 보면 참 간단한 작명입니다. "너 앞으로 내 집에서 쓸모 있게 살아라." 이름부터 주인의 쓸모로 시작하는 인생이라니, 조금 서럽기도 합니다.

아마 오네시모는 이름이 불리는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을 겁니다. "내 쓸모는 뭘까? 내가 아파서 일을 못 하면, 내가 주인에게 버림받으면, 나는 그냥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걸까?" 그런 질문이 쌓이고 쌓이다가 오네시모는 결국 주인집을 떠나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온다고 새로운 길이 쉽게 열리진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네시모는 결국 감옥에 가지요. 오네시모가 감옥에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서는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주인집을 뛰쳐나온 노예가 감옥에 갈 일은 쌔고 쌨을 겁니다.

오네시모는 그곳에서 바울을 만나게 됩니다. 그 만남에서 바울은 오네시모를 새롭게 봅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오네시모를 보았던 방식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바울은 오네시모를 집안일을 잘해 쓸모 있는 머슴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받는 형제로 바라봅니다. 이제 그의 쓸모는 마당을 잘 쓸고, 장작을 잘 패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하나님과 이웃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충분한 사람이 됩니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무슨 쓸모가 있니?" 우리는 그 질문 앞에 우리의 쓸모를 증명하기 바쁩니다. 회사에서는 성과로, 학교에서는 점수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관계의 유용함으로. 기준에 맞추지 못하면 우리는 쉽게 '쓸모없는 사람'이 됩니다. 남들의 쓸모가 우리의 이름이자 역할이 되어 버리죠. 하지만 누가복음 14장 속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른 이름과 다른 역할을 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제자로 부르시고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말씀하시지요.

십자가를 지는 일은 무엇입니까? 남들 눈에 쓸모 있어 보이려 애쓰며 모아 놓았던 것을 몽땅 내려놓는 일입니다. 세상의 쓸모와는 무관한 결단입니다. 이 결단은 쓸모가 없을 뿐만이 아닙니다. 계산기를 오래 두드려 보지 않더라도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일은 손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손해의 길이 사실은 생명을 얻는 길이라고 성서는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제자의 길을 선택한다는 건 곧, 세상 앞에서 쓸모없는 길을 걷겠다는 뜻입니다. 손해 보는 길, 기꺼이 내어 주는 일, 바로 그 길이 주님이 보여 주신 길이고, 우리가 제자로서 부름받은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의 이름은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이고 또 '사랑 주는 사람'입니다. 내가 받은 이름을 기억하는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름도 새롭게 들립니다. 그는 나와 수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사랑받는 자매이자 형제로 말입니다.

오네시모의 이름을 다시 불러 봅니다. 쓸모 있는 사람. 그러나 이제는 주인이 정한 쓸모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이미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로 그 쓸모를 다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우리 이름이 그렇게 새롭게 불리기를, 그리고 이웃의 이름 또한 그렇게 불리기를 바랍니다.

김유미 / 청어람ARMC

적용 질문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나는 지금 내 삶의 쓸모를 어디에서 찾고 있나요? 그 기준이 나를 자유롭게 하나요, 아니면 옭아매고 있나요?

세속성자의 기도

창조절 첫째 주일 - 대기를 위한 기도

창조주 하나님, 사랑으로 지으신 이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단한 일상에 녹초가 되었다가도, 선선한 아침 공기 속에서 만물에 깃든 하나님의 신비를 느낍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계시기에, 우리는 숨쉴 때마다 세상의 크고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변 세계와 친밀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의 대기는 회복이 어려울 만큼 오염되었습니다. 마음껏 호흡할 수 없는 이 땅에서, 우리의 다음 세대는 지속 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 인류의 탐욕과 분별 없는 발전을 속히 멈춰 세워 주소서.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대기를 지키는 일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임을 마음에 새기게 하소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주님의 생기를 받아 살아가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희망과 용기로 가득하게 하소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이유로 인해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안전망과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절망 속에 스스로 삶을 포기한 이들을 위로하시고 주님 품에서 안식하게 하소서. 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충격과 아픔 속에 살아가는 유가족들과 친구들을 위로하여 주소서. 교회가 섣부른 판단과 정죄보다는 진정한 위로를 나누며 생명을 살리는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굶주린 이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작은 이들을 특별히 돌보시고 먹이시는 주님,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을 돌보아 주소서.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요로운 시대가 온 것 같지만, 여전히 식량난에 허덕이는 나라들이 있고 심지어 지금 내 주변에도 먹을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풍요와 평화에 눈이 가리워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남들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소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하신 주님, 배고픈 이들을 위해 내 것을 기꺼이 나누고, 함께 가난해지는 용기를 내게 하소서. 특별히 심각한 기아 상태에서 고통받고 있는 가자지구의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기억하시고 속히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가 풀리고 기아가 해소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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