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58:9하-14, 시 103:1-8, 히 12:18-29, 눅 13:10-17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성령강림 후 열한 번째 주일입니다. 이 세상에 슬프고 괴로운 일이 많지만, 높고 아름다운 가치를 우러러 예배하는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 본기도 |
풍성한 은혜의 하나님, 우리를 억누르는 멍에를 끊으시고 굽은 허리를 펴게 하십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사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우리가 소망중에 주님을 예배하오니 우리 영혼이 물 댄 동산 같게 하시고 풍성한 은총으로 넘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찬양 |
온 땅의 주인(Who Am I) / 영광의 왕께 다 경배하며(찬 67)
시편 103편 1-8절
1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마음을 다하여 그 거룩하신 이름을 찬송하여라.
2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주님이 베푸신 모든 은혜를 잊지 말아라.
3 주님은 너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 모든 병을 고쳐 주시는 분,
4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해 주시는 분, 사랑과 자비로 단장하여 주시는 분,
5 평생을 좋은 것으로 흡족히 채워 주시는 분, 네 젊음을 독수리처럼 늘 새롭게 해 주시는 분이시다.
6 주님은 공의를 세우시며 억눌린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변호하신다.
7 모세에게 주님의 뜻을 알려 주셨고,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님의 행적들을 알려 주셨다.
8 주님은 자비롭고,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사랑이 그지없으시다.
| 말씀 |
이사야 58장 9하-14절
9하 네가 너의 나라에서 무거운 멍에와 온갖 폭력과 폭언을 없애 버린다면, 10 네가 너의 정성을 굶주린 사람에게 쏟으며, 불쌍한 자의 소원을 충족시켜 주면, 너의 빛이 어둠 가운데서 나타나며, 캄캄한 밤이 오히려 대낮같이 될 것이다. 11 주님께서 너를 늘 인도하시고, 메마른 곳에서도 너의 영혼을 충족시켜 주시며, 너의 뼈마디에 원기를 주실 것이다. 너는 마치 물 댄 동산처럼 되고,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처럼 될 것이다. 12 너의 백성이 해묵은 폐허에서 성읍을 재건하며, 대대로 버려 두었던 기초를 다시 쌓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를 두고 "갈라진 벽을 고친 왕!" "길거리를 고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왕!" 이라고 부를 것이다. 13 "유다야, 네가 안식일에 발길을 삼가 여행을 하지 않으며, 나의 거룩한 날에 너의 쾌락을 일삼지 않으며, 안식일을 '즐거운 날'이라고 부르며, 주의 거룩한 날을 '존귀한 날'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이 날을 귀하게 여겨서, 네 멋대로 하지 않으며, 너 자신의 쾌락을 찾지 않으며, 함부로 말하지 않으면, 14 그 때에 너는 주 안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내가 너를 땅에서 영화롭게 하고, 너의 조상 야곱의 유산을 먹고 살도록 하겠다." 이것은 주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다.
히브리서 12장 18절-29절
18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내 산 같은 곳이 아닙니다. 곧 만져 볼 수 있고, 불이 타오르고, 흑암과 침침함이 뒤덮고, 폭풍이 일고, 19 나팔이 울리고, 무서운 말소리가 들리는 그러한 곳이 아닙니다. 그 말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더 말씀하시지 않기를 간청하였습니다. 20 "비록 짐승이라도 그 산에 닿으면, 돌로 쳐죽여야 한다" 하신 명령을 그들이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1 그 광경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세도 말하기를 "나는 두려워서 떨린다" 하였습니다. 22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온 산, 곧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입니다. 여러분은 축하 행사에 모인 수많은 천사들과 23 하늘에 등록된 장자들의 집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완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과 24 새 언약의 중재자이신 예수와 그가 뿌리신 피 앞에 나아왔습니다. 그 피는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하게 말해 줍니다.
25 여러분은 말씀하시는 분을 거역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 사람들이 땅에서 경고하는 사람을 거역하였을 때에, 그 벌을 피할 수 없었거든, 하물며 우리가 하늘로부터 경고하시는 분을 배척하면, 더욱더 피할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26 그 때에는 그의 음성이 땅을 뒤흔들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약속하시기를, "내가 한 번 더, 땅뿐만 아니라 하늘까지도 흔들겠다" 하셨습니다. 27 이 '한 번 더'라는 말은 흔들리는 것들 곧 피조물들을 없애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28 그러므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으니, 감사를 드립시다. 그리하여,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그를 섬깁시다. 29 우리 하나님은 태워 없애는 불이십니다.
누가복음 13장 10-17절
10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11 그런데 거기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다. 12 예수께서는 이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13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곧 허리를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14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것에 분개하여 무리에게 말하였다. "일을 해야 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엿새 가운데서 어느 날에든지 와서, 고침을 받으시오. 그러나 안식일에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15 주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16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17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였고, 무리는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 흔들리지 않는 것 |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우리는 늘 무언가 영원할 것 같은 원리들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경제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거나, 기술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거나, 특정한 정치체제가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들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가치와 효용성이 의문시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걸까요? 오늘 본문은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생생하게 다가오는 변하지 않는 어떤 원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사야서는 세상의 원리와는 다른 원리로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습들을 보여 줍니다. 안식일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안식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일종의 저항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늘 우리에게 "쉬지 말고 일하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식은 이런 세상의 원리에 맞서 의도적으로 멈추는 것입니다. 세상의 원리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드러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른 원리가 있음을 가리키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또한 "네가 너의 정성을 굶주린 사람에게 쏟으며, 불쌍한 자의 소원을 충족시켜 주"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또한 세상의 원리로 보면 이해되지 않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통해 빛이 어둠 가운데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너의 백성이 해묵은 폐허에서 성읍을 재건하며, 대대로 버려둔 기초를 다시 쌓을 것이다."라는 말씀도 세상의 원리로 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무너지면 다시 세우고, 또 무너지면 또 세우는 답답한 일의 연속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런 노력을 통해 사람들은 "갈라진 벽을 고친 사람", "길을 고쳐 사람이 살 수 있게 한 사람"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 모든 행동들은 세상이 말하는 합리성이나 효율성과는 다른 원리를 따르는 삶의 모습들입니다. 변하지 않는 원리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이죠.
히브리서 저자는 이 점을 훨씬 더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내가 한 번 더, 땅뿐만 아니라 하늘까지도 흔들겠다." 불이 타오르고, 땅이 뒤흔들리며, 하늘마저 진동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모든 원리와 제도, 우리가 붙잡고 있는 모든 안전망이 흔들려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흔들리는 것들을 털어내시는 이유가 결국 '흔들리지 않는 것만 남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진동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 바로 그 흔들리지 않는 나라, 변하지 않는 원리를 따르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라는 어떤 원리 위에 세워진 것일까요?
누가복음의 이야기가 단서를 줍니다. 본문에는 열여덟 해 동안 허리가 굽어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었던 여자가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에 그 여자를 고치셨습니다. 이에 회당장은 화를 냈습니다. 안식일에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회당장에겐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원리처럼 여겨졌을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끌고 나가 물을 먹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 매여있었는데,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여기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의 바로 그 원리를 봅니다. 법과 규정, 제도와 관습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고통받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배려는 시간을 초월합니다. 변하지 않는 원리의 핵심이 바로 이것입니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거창한 이념이나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안식일에 의도적으로 멈추는 것, 굶주린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것, 무너진 곳을 다시 세우는 것, 매인 자를 풀어주는 것. 세상의 기준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바로 그런 행동들이야말로 모든 변화와 흔들림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확실성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불안정해 보여도, 이 변하지 않는 원리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저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오늘 내가 멈추고, 나누고, 고치고, 풀어 주는 바로 그 자리에서 세워질 것입니다.
김정민 / 닷바이블
| 적용 질문 |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내 삶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붙잡고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 세속성자의 기도 |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으소서
억울한 이들의 탄원을 들으시는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하늘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 탄원하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으시고, 그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여 주소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동지는 곧 600일,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고진수 동지는 곧 200일을 넘깁니다. 극한의 상황에 있는 두 사람을 주님께서 붙잡아 주시고 지켜 주소서. 코로나를 빌미로, 경영진 교체와 고용 승계 불가를 핑계로, 하청이라는 편리한 제도를 핑계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본가들의 논리를 반박하여 주소서. 우리 사회가 돈이나 효율성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 노동의 신성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이들을 귀히 여기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이 당연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이리 고단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소서.
교회의 참된 지도력을 위해 기도합시다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님, 교회를 지키고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앞에 나서고 보이는 자리에서 일하는 이들도 중요한 지도자들이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섬기고 교회를 가꾸어 가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교회의 일꾼이고 지도자들이지요. 예배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분들, 부엌에서 음식을 나누고 섬기는 분들, 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교사들, 조용히 교회를 청소하고 수리하고 가꾸는 분들. 이런 분들의 수고가 교회를 풍성하게 만들고 모두의 기쁨을 더하는 진짜 지도력이지요. 그들의 목소리와 생각, 경험, 열정, 용기가 교회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나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게 해 주세요. 작은 섬김들이 모여 주님의 몸을 이루고 하나님의 집을 세우게 하시고, 오늘날 한국교회에 이런 보이지 않는 지도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소서.
어둠에 머물 힘을 주소서
빛으로 오신 주님, 우리의 내면에는 아직 깊은 어둠이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이 어둠에서 벗어났다고 자부하고, 다른 누군가는 우리더러 환한 빛 가운데로 걸어 나오라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어둠에 잠길 땐 그 누구의 애정 어린 권면도 버겁기만 합니다. 주님이 안 계신 것 같고, 계신다 하여도 내 삶에 무관심한 분처럼 느껴집니다. 암흑이 무엇인지 아시는 주님, 어둠 속에 웅크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당장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둠 속에 머물러 있을 힘을 주소서. 그들이 곁에 계신 주님의 기척을 느낄 때까지, 사랑하는 이들이 내민 손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의 몸과 영혼을 붙드소서. 숨 쉴 공간과 기다릴 만한 약속들을 허락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