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23:23-29, 시 82, 히 11:29-12:2, 눅 12:49-56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성령강림 후 열째 주일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을 기억하며, 잠시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우리의 시작이요 끝이신 주님께 온 마음을 드려 예배합시다.
| 본기도 |
전능하신 하나님, 주님의 말씀은 살아있는 불이니 거짓된 것을 태우고, 바위를 부수는 망치니 우리의 완악한 마음을 깨뜨리나이다. 간구하오니, 세상이 주는 안일함과 거짓 평화에 안주하지 않게 하시고, 주님께서 던지시는 분열과 혼돈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소서.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을 본받아, 우리 앞에 놓인 경주를 인내로써 달리게 하시며, 마침내 그리스도를 온전히 바라볼 때까지 멈추지 않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이시며, 우리 믿음의 창시자이요 완성자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찬양 |
당신은 영광의 왕 /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을(찬 516)
시편 82편 1-8절
1 하나님이 하나님의 법정에 나오셔서, 신들을 모아들이시고 재판을 하셨다. 하나님께서 신들에게 말씀하셨다. 2 "언제까지 너희는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되풀이하려느냐? 언제까지 너희는 악인의 편을 들려느냐? (셀라) 3 가난한 사람과 고아를 변호해 주고, 가련한 사람과 궁핍한 사람에게 공의를 베풀어라. 4 가난한 사람과 빈궁한 사람을 구해 주어라. 그들을 악인의 손에서 구해 주어라." 5 그러나 그들은 깨닫지도 못하고, 분별력도 없이, 어둠 속에서 헤매고만 있으니, 땅의 기초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6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신들이고, '가장 높으신 분'의 아들들이지만, 7 너희도 사람처럼 죽을 것이고, 여느 군주처럼 쓰러질 것이다." 8 하나님, 일어나셔서, 이 세상을 재판하여 주십시오. 온 나라가 하나님의 것입니다.
| 말씀 |
예레미야 23장 23-29절
23 "내가 가까운 곳의 하나님이며, 먼 곳의 하나님은 아닌 줄 아느냐? 나 주의 말이다. 24 사람이 제아무리 은밀한 곳에 숨는다고 하여도, 그는 내 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 주의 말이다. 내가 하늘과 땅 어디에나 있는 줄을 모르느냐?" 25 "나의 이름을 팔아 거짓말로 예언하는 예언자들이 있다. '내가 꿈에 보았다! 내가 꿈에 계시를 받았다!' 하고 주장하는 말을 내가 들었다. 26 이 예언자들이 언제까지 거짓으로 예언을 하겠으며, 언제까지 자기들의 마음 속에서 꾸며낸 환상으로 거짓 예언을 하겠느냐? 27 그들은, 조상이 바알을 섬기며 내 이름을 잊었듯이,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내 백성이 내 이름을 잊어 버리도록 계략을 꾸미고 있다. 28 꿈을 꾼 예언자가 꿈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 말을 받은 예언자는 충실하게 내 말만 전하여라. 알곡과 쭉정이가 서로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 주의 말이다. 29 내 말은 맹렬하게 타는 불이다. 바위를 부수는 망치다. 나 주의 말이다.
히브리서 11장 29절-12장 2절
29 믿음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홍해를 마른 땅을 지나가듯이 건넜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은 그렇게 해보다가 빠져 죽었습니다. 30 믿음으로 이레 동안 여리고 성을 돌았더니, 성벽이 무너졌습니다. 31 믿음으로 창녀 라합은 정탐꾼들을 호의로 영접해 주어서, 순종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망하지 아니하였습니다.
32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다윗, 사무엘, 그리고 예언자들의 일을 말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33 그들은 믿음으로 나라들을 정복하고, 정의를 실천하고, 약속된 것을 받고, 사자의 입을 막고, 34 불의 위력을 꺾고, 칼날을 피하고, 약한 데서 강해지고, 전쟁에서 용맹을 떨치고, 외국 군대를 물리쳤습니다. 35 믿음으로 여자들은 죽었다가 부활한 가족을 다시 맞이하였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더 좋은 부활의 삶을 얻고자 하여, 구태여 놓여나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36 또 어떤 이들은 조롱을 받기도 하고, 채찍으로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결박을 당하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기까지 하면서 시련을 겪었습니다. 37 또 그들은 돌로 맞기도 하고, 톱질을 당하기도 하고, 칼에 맞아 죽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은 궁핍을 당하며, 고난을 겪으며, 학대를 받으면서,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떠돌았습니다. 38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만한 곳이 못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광야와 산과 동굴과 땅굴을 헤매며 다녔습니다.
39 이 사람들은 모두 믿음으로 말미암아 훌륭한 사람이라는 평판은 받았지만,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습니다. 40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계획을 미리 세워두셔서, 우리가 없이는 그들이 완성에 이르지 못하게 하신 것입니다.
12:1 그러므로 이렇게 구름 떼와 같이 수많은 증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도 갖가지 무거운 짐과 얽매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 앞에 놓인 달음질을 참으면서 달려갑시다. 2 믿음의 창시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를 바라봅시다. 그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기쁨을 내다보고서, 부끄러움을 마음에 두지 않으시고, 십자가를 참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하나님의 보좌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누가복음 12장 49-56절
49 "나는 세상에다가 불을 지르러 왔다.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바랄 것이 무엇이 더 있겠느냐? 50 그러나 나는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그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괴로움을 당할는지 모른다. 51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 도리어,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 한 집안에서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서, 셋이 둘에게 맞서고, 둘이 셋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맞서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맞서고, 어머니가 딸에게 맞서고, 딸이 어머니에게 맞서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맞서고,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서, 서로 갈라질 것이다."
54 예수께서 무리에게도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소나기가 오겠다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55 또 남풍이 불면, 날이 덥겠다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그대로 된다. 56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왜, 이 때는 분간하지 못하느냐?"
|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느냐 |
며칠 전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찰스 디킨스의 어린이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모티브를 빌려 왔다고 합니다. 소설가 아빠인 찰스 디킨스가 말썽꾸러기 자녀 월터 디킨스에게 '왕 중의 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마침 저도 제 아이와 함께하는 첫 영화 관람이었습니다. 다소 긴장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1시간 40분이 넘는 영화를 끝까지 즐겁게 보았습니다. 문제는 저였습니다. 저는 잠깐 졸았습니다. 빌라도 재판 장면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이미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계셨습니다. 처음엔 부끄러웠고, 그다음에는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만듦새가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공들여 만든 장면들, 특히 예수님이 사람을 고치고 살리는 장면들의 섬세한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아서왕'과 칼싸움을 좋아하던 월터가 '평화의 왕'으로 오신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장난감 칼을 던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 속 예수님이 너무 평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온유하고 아름답게 묘사되기만 하는 예수님의 모습에 심드렁해지고 말았달까요.
오늘 복음서 본문에는 평화와 가장 멀리 있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너희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 도리어,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눅 12:51). 마태복음 병행 구절은 이 대목을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려고 왔다"(마 10:34)고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말씀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적잖은 고민에 빠집니다. 적당히 모른 척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실제로 많은 창작자와 설교자들이 불화를 일으키는 예수님의 모습을 납작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도 여전히 '평화의 왕', '사랑의 예수'만을 강조하는 재현 방식이 채택되곤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지나간 장소마다 분쟁과 소란이 있었습니다. 존경받던 학자들은 위선자가 되었고, 인기 많던 지도자들은 구시대의 상징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들의 선한 얼굴에 악의가 깃들고, 그들이 오랜 시간 지켜왔던 권위가 빠르게 사라져 가는 동안, 역사의 무대에 등장해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복음서에는 돈 없고 연줄 없던 사람들, 불공정한 재판의 피해자들(시 82:3-4), 자신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광야와 산과 동굴과 땅굴을 헤매며 다녀"야 했던(히 11:38) 이들의 기쁨 가득한 얼굴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독교는 그들의 기쁨이 참된 평화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주님은 평화의 왕입니다. 동시에 분열을 일으키는 칼입니다. 그분은 다수가 적당히 만족하는 현실에 불만을 갖고 계십니다. 좋은 세상이 왔다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는 이들이 누락시킨 고통을 자신의 일로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참된 평화를 마다하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입니다.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는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가치관과 삶의 관습이 가짜 평화의 일부일 수 있음을 상상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그것이 우리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자기중심성을 직면하는 고통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새로운 가족'(막 3:35)을 향한 꿈을 품고 계신 여러분,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분열의 칼을 들고 다가오시는 주님이 아닙니다.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진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눅 12:52-53)을 은밀히 무마하려는 우리 안의 위선자들입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왜 이 때는 분간하지 못하느냐?"(눅 12:56) 이 말씀은 지금도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고" 외치는 '가진 자'들을, 거짓 평화의 수호자들을, 오늘의 우리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때를 분간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풍관 / 청어람ARMC
| 적용 질문 |
- 읽은 말씀에서 내 마음에 가장 선명하게 새겨진 한 구절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느껴졌나요?
- 예수께서 말씀하신 "분열"은 단순한 갈등이나 대립이 아니라, 거짓 평화를 깨뜨리는 하나님의 불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오늘 우리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주목해야 할 '거짓 평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세속성자의 기도 |
폭우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자비하신 하나님, 지난주 또 폭우가 쏟아져 몇몇 지역에서 도로가 잠기고 집이 잠겼습니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이 많습니다. 도시 하천들도 범람했는데 험한 비를 피해 곳곳에 웅크린 동물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주님, 피해를 입은 곳들이 속히 복구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피해를 복구할 뿐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 더 단단히 대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인해 해가 갈수록 자연재해가 더 두려워집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더 가혹한 재해가 원망스럽습니다.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가난한 이웃들과 살을 맞대고 연결된 존재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자연을 보존하고 재해를 극복하며 날로 흉포해진 기후 변화를 멈출 수 있도록, 창조 세계를 보존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켜 주소서.
80주년 광복절을 축하하고, 전쟁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합시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하며 기도합니다. 어두운 시절을 이겨내고 우리 민족에게 해방의 기쁨을 허락하신 것에 깊이 감사합니다. 이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신 분들을 늘 기억하며, 그 숭고한 의미를 저희의 삶 속에서 깊이 되새기게 하소서. 주님 우리가 광복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그 과정에 얽힌 전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해방이 또 다른 거대한 비극의 결과였음을 기억하며, 2차 세계대전으로 고통받은 모든 이들을 주님의 자비로 품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승리의 환희에 가려진 패배의 슬픔과 상처까지도 주님께서 친히 어루만져 주시옵소서. 이제 저희 마음속에 미움과 갈등 대신 용서와 화해의 씨앗을 심어주소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인류가 전쟁의 참혹함을 경계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땅의 모든 나라와 민족이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고,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의 세상을 이루게 하소서.
교회와 공동체를 찾는 이들을 위해서
사람들의 주님, 공동체의 주님. 새로운 신앙의 자리와 공동체를 찾으며 고민하는 사람들, 교회를 탐색하고 방문하는 이들을 주님께서 기억하소서. 그들이 찾는 교회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이게 하옵소서. 말씀 위에 선 가르침이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봉사와 나눔이 자연스러우며, 세상 속에서 정의와 평화를 이루려 애쓰는 교회이게 하소서. 각자 갈급한 필요를 넉넉히 채울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나게 하시고, 닫힌 문이 아니라 열린 환대가 그들을 맞이하게 하시며, 형식과 조건보다 사랑과 이해가 먼저하는 주님의 교회를 만나게 하소서. 긴 탐색의 기간 속에서도 조급하지 않게 하시고, 가능하다면 스스로 교회가 되어 공동체를 세우는 꿈을 품도록 주님 도전하여 주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