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2, 12-14; 2:18-23, 시 49:1-12, 골 3:1-11, 눅 12:13-21
| 청어람ARMC가 '세속성자 주일예배'라는 이름으로 매주 예배문을 연재합니다. 청어람ARMC에서 구성한 필진이 교회력에 따라 본문을 선정하고, 묵상을 나누며, 기도 제목을 공유합니다. 연재는 해당 주일 이틀 전인 매주 금요일 발행합니다. - 편집자 주 |
성령강림절 후 여덟째 주일이자, 8월을 시작하는 첫 주일입니다. 차분하게 시간의 매듭을 지으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주일이 되기 바랍니다.
| 본기도 |
우리의 생명과 참된 보화이신 하나님.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를 위해 하늘에 감추셨습니다. 우리가 이 땅의 헛된 탐욕과 거짓 자랑을 버리고 위의 것을 찾으며 살아가게 하소서.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을 입고 참된 생명의 길을 따르게 하소서. 세상의 질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대안적 질서를 따라 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하 다스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찬양 |
참 좋으신 주님 / 주 없이 살 수 없네(찬 292)
시편 49편 1-12절
1 만민들아, 이 말을 들어라. 이 세상에 사는 만백성아 모두 귀를 기울여라. 2 낮은 자도 높은 자도, 부자도 가난한 자도 모두 귀를 기울여라. 3 내 입은 지혜를 말하고, 내 마음은 명철을 생각한다. 4 내가 비유에 귀를 기울이고, 수금을 타면서 내 수수께끼를 풀 것이다. 5 나를 비방하는 자들이 나를 에워싸는 그 재난의 날을, 내가 어찌 두려워하리오. 6 자기의 재물을 의지하는 자들과 돈이 많음을 자랑하는 자들을, 내가 어찌 두려워하리오. 7 아무리 대단한 부자라 하여도 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속량하지 못하는 법, 하나님께 속전을 지불하고 생명을 속량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8 생명을 속량하는 값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이 비싼 것이어서, 아무리 벌어도 마련할 수 없다. 9 죽음을 피하고 영원히 살 생각도 하지 말아라. 10 누구나 볼 수 있다. 지혜 있는 사람도 죽고, 어리석은 자나 우둔한 자도 모두 다 죽는 것을! 평생 모은 재산마저 남에게 모두 주고 떠나가지 않는가! 11 사람들이 땅을 차지하여 제 이름으로 등기를 해 두었어도 그들의 영원한 집, 그들이 영원히 머물 곳은 오직 무덤뿐이다. 12 사람이 제아무리 영화를 누린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니, 미련한 짐승과 같다.
| 말씀 |
전도서 1장 2절, 12-14절, 2장 18-23절
2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
12 나 전도자는 예루살렘에서 왕이 되어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동안에, 13 하늘 아래에서 되어지는 온갖 일을 살펴서 알아 내려고 지혜를 짜며 심혈을 기울였다. 괴로웠다. 하나님은 왜 사람을 이런 수고로운 일에다 얽어매어 꼼짝도 못하게 하시는 것인가? 14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보니 그 모두가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18 세상에서 내가 수고하여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내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줄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19 뒤에 올 그 사람이 슬기로운 사람일지, 어리석은 사람일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지혜를 다해서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그에게 물려주어서 맡겨야 하다니, 이 수고도 헛되다. 20 세상에서 애쓴 모든 수고를 생각해 보니, 내 마음에는 실망뿐이다. 21 수고는 슬기롭고 똑똑하고 재능있는 사람이 하는데, 그가 받아야 할 몫을 아무 수고도 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차지하다니, 이 수고 또한 헛되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22 사람이 세상에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속썩이지만, 무슨 보람이 있단 말인가? 23 평생에 그가 하는 일이 괴로움과 슬픔뿐이고, 밤에도 그의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하니, 이 수고 또한 헛된 일이다.
골로새서 3장 1-11절
1 그러므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 주심을 받았으면,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2 여러분은 땅에 있는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위에 있는 것들을 생각하십시오. 3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4 여러분의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여러분도 그분과 함께 영광에 싸여 나타날 것입니다.
5 그러므로 땅에 속한 지체의 일들, 곧 음행과 더러움과 정욕과 악한 욕망과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6 이런 것들 때문에, [순종하지 않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내립니다. 7 여러분도 전에 그런 것에 빠져서 살 때에는, 그렇게 행동하였습니다. 8 그러나 이제 여러분은 그 모든 것, 곧 분노와 격분과 악의와 훼방과 여러분의 입에서 나오는 부끄러운 말을 버리십시오. 9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옛 사람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고, 10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이 새 사람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형상을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져서, 참 지식에 이르게 됩니다. 11 거기에는 그리스인과 유대인도, 할례 받은 자와 할례받지 않은 자도, 야만인도 스구디아인도, 종도 자유인도 없습니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누가복음 12장 13-21절
13 무리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내 형제에게 명해서, 유산을 나와 나누라고 해주십시오." 14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분배인으로 세웠느냐?"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조심하여, 온갖 탐욕을 멀리하여라. 재산이 차고 넘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거기에 달려 있지 않다." 16 그리고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 소출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고 궁리하였다. 18 그는 혼자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겠다. 내 곳간을 헐고서 더 크게 짓고, 내 곡식과 물건들을 다 거기에다가 쌓아 두겠다. 19 그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겠다.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물건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마음놓고, 먹고 마시고 즐겨라.' 20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21 자기를 위해서는 재물을 쌓아 두면서도, 하나님께 대하여는 부요하지 못한 사람은 이와 같다."
| 하나님께 부요한 삶 |
"목사님, 모든 게 다 돈이에요."
미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한 식당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곳은 스시집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제공되는 락교나 초생강, 심지어 물까지도 각각 돈을 지불해야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된 상황에서, 돈의 위력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스시에 락교를 곁들여 먹고 따뜻한 장국을 꿀꺽 마실 수 있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몇 가지 선택 앞에서 고심하고 때로는 사양해야 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행위와 선택까지도 세밀하게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사회 안에서 우리의 감각은 돈과 첨예하게 연결됩니다. 삶의 작은 일조차 돈의 힘을 실감하는 우리에게는 오늘을 지탱해 줄 돈이 필요합니다. 모든 게 다 돈이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본문 속 부자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해에 얼마나 풍년이 들었던지, 밭의 소출은 곳간에 다 쌓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누가복음 12장 17절은 그의 내면을 이렇게 중계합니다. "심중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그는 고심 끝에 재산을 축적하기로 합니다.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삶이(19절) 축적된 재물로부터 비롯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의 마음을 더욱 든든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어리석은 자"(20절)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영혼을 오늘 밤에 찾아가시겠다고 하십니다. 성경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않다"(15절). 그러므로 자기를 위해 재물을 축적하기를 멈추고, 오히려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가 되라고 말씀합니다.
어떻게 하나님께 부요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성경 속 두 가지 순간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만나를 거둘 때입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이 주신 양식 '만나'를 날마다 먹었습니다. 만나를 수확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은 "먹을 만큼만 거두기"(출 16:16)였습니다. 한 사람당 2리터씩의 만나 수확이 허용되었고, 아침까지 두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만나를 보자 이전의 삶의 방식이 작동했고, 어떤 이들은 만나를 축적해 아침까지 두었습니다. 분명 한편에 잘 쌓아 둔 만나였건만, 아침이 되면 그곳에서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났습니다. 그들은 인상을 쓴 채로 만나를 버리며, 하나님이 주신 양식은 축적의 대상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임을 배웠습니다. 그들에게 수확은 탐심을 충족시키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순간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수확할 때입니다. 이때에도 수확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습니다. "너희가 너희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희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 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19:9-10). 그들은 수확하면서 의도적으로 작물을 다 거두지 않고 열매도 다 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밭에서 일을 돕다가 물었을 것입니다. "엄마, 왜 저 모퉁이 곡식들은 거두지 않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는 하나님이 주신 명령을 기억하며, 가난한 자들과 거류민들의 몫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들에게 수확은 탐심을 충족시키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게 다 돈인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탐심에 취해 더 많은 수확과 축적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일용할 재물을 취하고, 소유를 나누는 삶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이 하나님께 부요한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정의의느티나무숲교회에서 매주 봉헌하며 드리는 기도문을 나눕니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하신 주님,
한 주간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주님, 재물이 우리 삶을 통과할 때 탐욕과 이기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시고,
주님의 뜻을 살펴 바르게 사용하는 청지기의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무엇보다 우리 삶을 주님과 무관히 두지 않고,
주님께 온전히 드림으로 우리의 봉헌을 완성하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장재령 / 정의의느티나무숲교회
| 적용 질문 |
- 내 안에 형성된 돈에 대한 이해가 어떠한지 돌아봅시다. 하나님은 내 재물관을 보고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요?
- 하나님께 부요한 자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두 가지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 세속성자의 기도 |
진짜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를 깨우시는 주님께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주님, 당신께서는 보이지 않으시지만, 가난한 이들, 농부들, 이방인들, 죽은 이들을 통해 이곳에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당신의 사랑과 당신의 권능으로 그렇게 하십니다. 당신께서는 그러한 이들을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셔서 이곳에 함께 하여 주소서. 그렇게 우리를 흔들어 깨워주소서. 우리의 굼뜬 눈을 뜨게 하시고, 완고한 마음을 부서뜨리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진짜 삶을 살게 하소서.
느껴야 할 것을 느끼게 하셔서 진정 생각해야 할 바를 생각하게 하소서. 눈물 흘려야 할 일에 눈물 흘리게 하셔서 진정 웃어야 할 때 웃을 줄 알게 하소서. 우리를 통해 당신이 이 세상과 함께 하심을 세상이 알 수 있도록 당신의 백성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빛을, 당신의 기쁨을 드러내는 이들이 되게 하소서. 아멘. (스탠리 하우어워스, '진정한 삶을 간구하며', <신학자의 기도>, 정다운 옮김, 90쪽)
전 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정의와 평화의 주님께 우리가 기도하오니,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온 세계 구석구석에 주님의 정의와 평화, 자유와 평등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는 매일 편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 곳곳의 어려운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끔 들려오는 뉴스를 무심히 흘려듣지 않게 하시고, 저기 먼 곳에서부터 바로 내 옆까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시선이 향하게 하소서. 긴 전쟁으로 피폐해져 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속히 전쟁을 멈추게 하소서.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 등 폭력으로 얼룩진 이스라엘이 속히 마음을 돌이키고 평화를 선택하게 하소서. 수단, 미얀마, 콩고 등 내전을 겪는 나라들에 평화를 주소서. 패권적 사업가 트럼프가 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한국의 고공 농성 노동자 고진수, 박정혜 동지가 몸 상하지 않고 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소서. 세계 곳곳의 억압받는 소수자들, 여성들과 성소수자, 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없어지게 하소서. 폭염에 시달리는 지구와 모든 동료 창조물의 신음을 들으소서. 우리의 기도가 이들의 고통에 닿게 하시고, 우리가 그 고통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