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에서 사실 왜곡, 피해자 2차 가해…또 반대 교인들 공개 비방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뉴스앤조이> 보도 직후 사실관계를 일부 인정하며 물러나겠다고 말했던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교인들 앞에서 성폭력 의혹을 또다시 부인했다. 이번에는 사임하겠다는 입장도 뒤집고 교회에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현종남 목사는 5월 31일 장로들에게 보낸 7쪽짜리 입장문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억울함이 있어도 교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로 인해 더 이상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 측 장로들에게서) '이번 주일부터는 설교자를 부목사 중 한 사람으로 교체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현을 거듭했다. 현종남 목사는 "억울함도 있지만, 그래도 <뉴스앤조이>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면 그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오해와 왜곡, 일방적인 언동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다"면서 "강단의 설교권에 대해 장로들이 개입하는 것은 월권행위이며, 아직 직무 정지가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설교하지 말라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강단을 지키며 설교할 것"이라고 했다.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5월 31일 장로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강단을 지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안산성광교회 현종남 목사가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5월 31일 장로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강단을 지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보도 직후 기자에겐 "여행 간 건 맞다"
입장문엔 "여행 안 갔다"

현종남 목사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한 B·C에 대한 성폭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한편, 피해자 신상을 밝히는 등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현 목사는 B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미 사회 법과 교회법에 고소한 사건 등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났"다고 썼다. 그러나 검찰은 2023년 12월 14일 현 목사의 강제 추행을 인정해 벌금 100만 원 약식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가 사회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 목사를 불기소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교인들이 불복해 현재 총회 재판위원회가 절차를 밟고 있다. 

<뉴스앤조이>와의 통화 내용을 왜곡하기도 했다. 현종남 목사는 입장문에 "2024년 5월 28일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내가 모든 죄를 덮어쓰고 책임지고 물러날 각오를 갖고 있으니 시간 좀 달라'고 통화로 부탁했"다고 썼다. 그러나 현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모든 죄를 덮어쓰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 '덮어쓰다'라는 말은 '억울하게 부당한 책임을 뒤집어쓰다'라는 뜻이다. 통화한 날짜도 28일이 아닌 24일이다. 

또한 현종남 목사는 2011년 여름 단둘이 조조 영화를 본 뒤 차 안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C의 증언에 대해 "(당시 담임하던) ㅇ교회 새벽 기도회는 오전 4시 50분에 시작해 5시 30분에 끝나며 개인적으로 1시간 정도 기도하면 6시 30분쯤이 된다. 이후 교회를 나와서 사택으로 귀가하고 조식한 후에 9시에 다시 교회로 출근한다. 조조 영화를 봤다는 것은 매일같이 새벽 기도회를 하는 목회자로서 사리에 맞는 주장인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그해 9월경 부산으로 여행을 데려가 강간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피해자의 증언에 대해서도 "부산에는 간 적이 없으며, 더욱이 (C가 진술한) 부산의 '파라다이스호텔'은 간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시에는 매주 월요일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장모 병문안을 갔고, 이 사실은 아내의 다이어리에도 적혀 있다며 다이어리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호텔 도착 후 아내와 신혼여행 때 묵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는 C의 증언에 대해서도 "나는 1988년 3월 1일 결혼했고, 신혼여행은 경주로 갔다. 이튿날 대전에 사는 둘째 형님 댁에 갔고, 다음 날 교회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종남 목사는 5월 24일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C와 단둘이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사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물론 사실은 맞다. 그냥 여행만 갔다 온 것뿐", "성폭행을 한 건 아니고, 여행을 갔다 온 건 사실인데 더 말씀드릴 수는 없다", "(피해자의 말은) 사실이 맞다. 본인이 고백했다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한편, 현 목사는 입장문에서 "2022년 둘째 딸 결혼식 때 C가 와서 축하해 줬고, 당시 우리 내외에게도 찾아와서 인사를 함께 나눴다. 불편할 이유가 없기에 C와 기쁘게 인사하고 만났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입장문에 피해자의 이름과 출신 학교를 언급하는 등 C의 신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텔 이름, 영화 시간 지적하며 본질 흐려
진실 감추고 시선 돌리기 위한 것"

현종남 목사가 교인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 C는 6월 5일 <뉴스앤조이>에 10쪽 분량의 문서를 보내 현 목사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13년 전 벌어진 사건 당시의 시각과 장소를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 목사가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호텔 이름이나 영화 시간 등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C는 반박문에서 "당시 현 목사가 먼저 영화를 보자고 연락했고, 미리 예매해 둔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러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구체적으로 영화 시간이 언제였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늦은 오후나 늦은 밤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조 영화라고 추측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가져갔던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나왔던 것도 기억난다"고 했다. 

C는 목회 일정상 조조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 현 목사 주장에 대해 "ㅇ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자기 스케줄을 조정하고 외부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비우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교회에는 목사의 개인 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부산 여행에 대해서도 자신이 호텔 이름을 잘못 기억한 것뿐, 현 목사가 성폭력을 저지른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현 목사가 데려간 곳은 '글로리콘도 해운대'다. 고급 호텔은 아니었고 더블 침대가 있고 창으로 해안가가 보이는 원룸 형태의 단순한 방이었다. 당시 호텔 이름을 보면서 목사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글로리'는 우리 말로 '영광'이라는 뜻이고 '파라다이스'는 '천국'이라는 뜻이기에 두 단어를 혼동했다"면서 "현 목사는 사모와 두 딸 등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후 나를 부산으로 데려갔다. 숙소 근처 관광지인 태종대와 아쿠아리움도 방문했다"고 썼다. 

그는 현 목사가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지엽적인 것을 꼬투리 잡아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는 6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목사는 성폭력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호텔 이름, 시간 등을 지적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진실을 감추고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사임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후 말을 완전히 바꾸고 피해자 증언을 반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C는 반박문에, 목사라는 권위를 이용해 여성 교인들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러 온 현종남 목사를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시 현 목사는 감리회 경기연회 오산지방회 감리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딸의 동창생이자 담임하는 교회 청년을 유인한 현 목사를 감리교단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썼다. 

버티기 들어간 현 목사
총회 재판위, 6월 7일 기소 여부 심사  
현 목사는 6월 1일 주일예배에서 '평신도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1부 예배에서, 항의하는 교인들을 향해 "리더십이 되지 못한다"고 공개 비방했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현 목사는 6월 1일 주일예배에서 '평신도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1부 예배에서, 항의하는 교인들을 향해 "리더십이 되지 못한다"고 공개 비방했다. 안산성광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현종남 목사는 입장문 발표 이틀 후인 6월 2일, 평소처럼 주일예배 강단에 서서 설교했다. 그가 설교를 시작하자,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 수십 명은 항의의 의미로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현 목사는 남아 있는 교인들을 향해 "여러분만이 우리 교회를 지킬 수 있다. 여러분만이 정말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주께서 여러분들을 놀랍게 축복하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방금 전에 나간 사람들은 리더십이 되지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방했다. 

지난주에 이어 '용서'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현 목사는 다윗을 언급하며 "주변 사람들을 속였던 교활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은 다윗을 버리지 않았고 끝까지 동행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순종하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회개했을 때 하나님은 다윗을 귀하게 써 주셨다. 우리도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나올 때 귀한 믿음의 사람으로 굳건하게 세우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현종남 목사가 교회에 잔류하면서, 그의 거취 문제는 교단으로 넘어갔다. 총회 재판위원회(B반·송규의 반장)는 6월 7일, 교인들이 청구한 '당부 재판' 여부를 심사한다. 이 청구가 인용되면, 현 목사는 연회 재판위원회에 기소되고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된다. 재판위 송규의 목사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측에 공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심사숙고해서 다룰 생각이다. 감리교 공동체가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개인적인 억울함이 있다면 해소될 수 있도록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C는 이날 재판에 반박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