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구권효 기자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죠. 6월이면 초여름인데 날씨만 보면 한여름 같습니다. 벌써 낮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어가다니요 ㄷㄷ

요새는 단순히 덥다는 느낌보다는 위기감이 엄습합니다. 기후변화가 피부에 와닿습니다. 저는 기후 위기를 생각할 때면 조금 우울해집니다. 이미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선은 지났고, 이 급박한 상황을 보면 전 세계가 대동단결해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앞으로 인류가 더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허망이 찾아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이렇게 절멸의 길로 가는 것일까요.

이런 걸 '기후 우울'이라고 하더군요. <뉴스앤조이>에 연재하는 유영 작가도 2주 전 기후 우울에 대해 쓴 바 있는데요. 몇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후 위기를 바로 앞에 닥친 문제로 보는 이들이 모여 문제의식을 나누고, 함께 모이는 행동으로도 기후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 혼자선 맞설 힘이 없지만, 함께하면 큰 힘이 됩니다". 교정할 때는 뻔한 이야기로 보였는데(;) 최근 정말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후원회원 카카오톡 채팅방에 들어갔는데요. 100여 명이 활발하게 기후 위기와 관련한 기사나 서명운동 등을 계속해서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더라고요. 서로 호응도 해 주면서요.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저 혼자 조금 위로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 작은 서명운동이 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하려는 사람들의 존재를 보면서, 이 기후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가 감사하는 건, 우리가 노력했다는 거예요." 영화 '돈룩업'에서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했던 주인공의 대사가 머리를 스칩니다.

편집국 권효

구멍 숭숭 뚫린 입장문

· 성폭력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던 현종남 목사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 지난주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했듯, 현 목사는 5월 24일 <뉴스앤조이> 보도 직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기사를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만인 5월 31일, 장로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겁니다.

· 현 목사는 입장문 곳곳에서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2차 피해를 유발했습니다. 당시 호텔 이름, 영화를 본 시각 등을 꼬투리 잡아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13년 전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뉴스앤조이>가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피해자의 증언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일관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 "현 목사는 성폭력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호텔 이름, 시간 등을 지적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진실을 감추고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C는 13년 만에 용기 내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고, 현 목사의 구멍 숭숭 뚫린 입장문 탓에 또다시 '반박문'을 써야 했습니다. 현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피해자들과 교회 공동체에 고통을 주지 않고,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입니다.

편집국 수진

교인들 뒤에 숨는 목사

· 인천새소망교회 전 담임이었던 김영남 목사가 업무방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 2021년 11월 30일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됐는데도, 법원이 지정한 대표자 박성철 목사의 예배당 출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 형사사건의 유·무죄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이 사건이 너무나 명백한 김영남 목사의 잘못이기에 유죄판결이 내려질 거라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 대체 김 목사는 어쩌려고 이러나, 법정에서 무슨 주장을 할까, 이런 생각들을 했죠.

· "교인들이 피해자(박성철 목사)의 출입을 막고, 피해자에게 성명서를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에 관여한 바 없다."

· 판결문에 나오는 김영남 목사의 주장은 '역시나'였습니다. 불리해지면 교인들 뒤에 숨는 목사, 그 밑바닥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괴롭습니다.

편집국 권효

출교당할 결심

· 지난 주말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10년 전 신촌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의 '퍼레이드 축복식'을 재현한다기에 일렁이는 마음을 안고 아침 일찍 축제 장소로 향했죠.

· 무지개 스톨을 두른 목회자 37명이 행사장 입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벌써 마음이 뜨거워지더군요. 올해 3월,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당했는데, 이들은 그런 일이 두렵지 않은 걸까요? 하나님이 "강하고 담대하라"고 했다지만, 교단 현실은 엄혹하니까요.

· 축복식에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불이익 받을까 염려되진 않았냐고. 답변은 어땠을까요? 네, 역시 그들은 하나님 말씀대로 행하는 '강하고 담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혐오와 차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한국교회의 움직임에 틈을 내려고 왔다", "이동환 목사가 출교당하게 만든 법은 악법이다", "(누군가 문제 삼을 거란) 예상 때문에 축복을 안 한다면 목회하지 말아야 한다" 등등 주옥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 감리회 목회자 모임 '차별너머' 관계자가 '우리 축복하기를 멈추지 맙시다. 상처 입은 모든 이들에게 사과합니다!'라고 적힌 성명서를 나눠 주기도 했는데요. "교회가 미안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니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 또 저를 울컥하게 한 분이 계십니다. 고 임보라 목사님에 이어 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수산나 목사님인데요. "아무래도 임 목사님 생각이 많이 나시죠?"라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어요. 자캐오 신부님이 언젠가 하셨던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축제 날이면 어디선가 임 목사님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고 느껴요."

· 여기까지 저의 서울 퀴어 문화 축제 후기였고요.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더 많은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축제는 끝났지만 그 열기는 영화제로 이어지고 있어요. 제24회 한국 퀴어 영화제 온라인 상영이 6월 18일까지 계속되는데요. <뉴스앤조이>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도 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 온라인 상영관 https://purplay.co.kr/kqff2024

· 오프라인 상영관: 6월 15일 ~ 6월 16일 아트하우스 모모(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대 ECC)

편집국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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