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예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추모 예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시민 추모 대회가 아닌, 별도로 진행된 추모 예배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 및 국민의힘 의원들과 경호 인력을 대동한 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영암교회(유상진 목사)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 참석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어릴 적 다녔던 교회로, 그는 지난해 성탄절에도 영암교회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추모 예배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추도사를 낭독했다. 윤 대통령이 예배를 통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했다는 소식은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추모 대회가 아닌 추모 예배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0월 18일 윤 대통령에게 1주기 추모식 초청장을 보냈는데, 대통령실이 추모 대회가 '정치 행사'라고 판단해 참석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영암교회에서 진행된 추모 예배도 급하게 준비된 '기획 예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래 하려고 했던 예배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 아니라, 추모 예배 자체가 대통령실 요구로 마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추모 예배는 영암교회 3부 예배가 끝난 오후 12시 30분경 시작됐으며, 대통령실 관계자 외 영암교회 일부 목회자와 장로만 참석했다. 교인들은 이런 예배가 있는지도 몰랐고 참석하지도 않았다. 

예배가 끝난 후 영암교회 한 부교역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어이없어서 쓰는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글이 소셜미디어에 돌았다. 글에는 "우리 교회는 추도 예배를 기획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자기들 가니까 예배 하나 마련해 달라 요청한 것이다"라며 "비공식 일정이라 사전 공지도 안 돼서 부목사들도 주일 아침에 알게 됐고, 교인들에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담임목사님은 '우리 교회가 현재 화장실 공사 중이고 마침 정책 당회날이라 1년 중 가장 분주하다', '더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가 많으니 그쪽을 추천한다'고 하셨지만, (대통령실은) 거절을 거절했다", "대통령이 추모사를 낭독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교인들 앞에서 낭독한 게 아닌 참모들 앞에서 낭독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로 영암교회 교인들은 추모 예배가 있는지 몰랐다. 한 교인은 10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인들 중 아무도 대통령이 오는 것을 몰랐다. 나중에 이태원 참사 때문에 왔다는 걸 알았다. 그날은 교회에 정책 당회가 있어 정신이 없었고, 공사 중이라 본당 쪽은 이용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작년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기도하는 시간은 있었어도 추모 예배라는 건 없었는데, 대통령이 추모 예배를 드리고 교회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길래 황당했다. 그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아 교인들은 계단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인 중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예배 참석을 좋아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데 교회를 이용했다는 것에 굉장히 분노하는 상태다. 교회가 추모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대통령이 참석한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해 온 예장목회자연대는 10월 30일 '이건 예배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회적 인재임에도 책임 있는 이들이 말로는 아픔을 함께한다고 하면서 희생자 유가족을 외면하고 있고,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가 여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예배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한 교회를 지명해 전례 없는 예배를 만들고 보여 주기 추모사를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영암교회와 당회가 예배를 오용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암교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추도사를 낭독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영암교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추도사를 낭독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교회 안팎에서 비판이 이는 것에 대해, 영암교회 유상진 목사는 소셜미디어에 돌고 있는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목사는 10월 31일 기자의 질문에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니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먼저 유상진 목사는 '기획 예배'라는 표현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적어도 종교는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기획 예배'라는 표현은 선을 넘었다"며 "목회자는 추모 예배를 요청하면 그가 누구든 상관 없이 추모 예배를 드리는 게 마땅하다.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리고자 한다는데 종교인이자 목사로서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교회 내부 사정으로 한 차례 거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유 목사는 "교회에서는 부분 공사가 있었기에 완곡하게 사양했으나, 본 교회에 장소를 요청한 것은 대통령실 측에서 외부로 크게 떠벌리지 않고 추모 예배를 조용히 드리기 원했고, 어린 시절 7년간 다녔던 교회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승낙했다"며 "항간에 '거절했는데 강행했다'는 논조가 있는데 일방적 표현이다. 예배는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도,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이 시민 추모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추모 예배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서 정치 집회는 참석하지 않기로 정한 바 추모 예식을 영암교회에서 드리는 것으로 의뢰했다. (대통령실에서) 애초에는 성도들과 함께 추모 예배를 드리고자 11시 예배 광고 시간에 공지를 부탁했다가 나중에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요청했다. 시민 추모 대회 참석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할 부분이 아니기에 드릴 말이 없다. 나는 추모 예배를 부탁받은 목사로서, 추모 예배라는 목적으로 볼 때 (예배를 여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했다.

같은 교단 목회자들로 구성된 예장목회자연대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서는 "규탄하는 바는 자유이니 상관없다. 추모 예배는 대통령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고인을 위한 슬픔을 애도하는 예배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약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청해 예배를 집례했어도 이런 반응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종교인은 그 누구든 추모 예배를 요청하면 드리는 게 고유의 직무"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위한 추모 예배를 드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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