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 추모와 연대 기도회가 10월 3일 서울시청광장 분향소에서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그리스도인모임)'이 긴 추석 연휴를 보내며 특히 힘들고 외로웠을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이번 기도회를 마련했다.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릴 적 사진을 목에 건 임현주 집사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릴 적 사진을 목에 건 임현주 집사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도회에서는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집사(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가 아들의 사진을 목에 걸고 증언했다.

"2022년 10월 29일 그날도 사랑하는 159명의 별들은 행복한 날을 꿈꾸었습니다. 13만의 인파가 몰린 그날은 소수의 교통경찰만으로는 통제될 수 없었습니다. 5.5평 좁은 공간에 300여 명의 젊은이들이 갇히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청년들의 살려 달라는 아우성과 절규 앞에 그들이 사랑하고 충성했던 조국 대한민국의 컨트롤 타워는 올스톱 됐습니다. 2분 만에 도착했다는 소방도 속수무책, 망연자실, 무능, 무책임의 끝판이었고 대응 매뉴얼도, 체계적인 구조 시스템도 전무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 잘못이 없다는 황당한 논리로 159인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희생 앞에 340일이 되는 오늘까지 어느 누구도 사과와 책임지는 일 없이 제2, 제3의 가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는 개인의 권리를 넘어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해야 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그 좁은 골목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줄 국가는 없었습니다. 살려 달라는 이 땅의 청년들의 외침이 보호받지 못한 채 다시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올 수 없는 억울한 희생의 결과를 낳고야 말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날 이태원에 모인 13만 명이 겪을 수 있었던 얘기이고, 오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운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신속하고 철저하지 못했던 국가행정의 책임이기에 희생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340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별가족'들은 삶이 산산조각 나고 가슴이 매일매일 찢겨 나가는 악몽 속에서 견뎌 가고 있습니다. 재난 참사의 경험이 안전 사회로 만들어 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만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온전한 추모가 가능해집니다."

임현주 집사는 그동안 슬픔과 절망, 분노와 고통의 시간 속에서 등 돌리고 무시하는 국가를 대신해 별가족들과 함께해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기원했다. "이태원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이라는 믿음과 정의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희망을 품고 10·29 별들의 명예 회복이라는 소명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긴다"고 말했다.

기도자로 나선 김영준 목사(민들레교회)는 "축제의 공간이 죽음의 시간으로 덮여 버렸던 10월 29일 이태원에 여전히 햇빛과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며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국가가 사고에 대해 더 큰 감수성을 갖게 해 달라"고 했다. 김 목사는 윤동주 시인의 팔복을 인용해 "슬픔을 불법이라 단죄하고 형평으로 저울질하는, 슬픔마저 죽이려 하는 권력을 무너뜨리고 슬픔으로 어깨동무한 약한 우리 사람들을 부활케 하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조성돈 목사는 '사랑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조성돈 목사는 '사랑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설교를 맡은 조성돈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살아가면서 오늘처럼 십자가가 처량하게 보였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사망 원인 통계표를 보면 20대 사망자 중 자살로 죽은 사람이 56.8%다. 이는 생명을 경시하고 돈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만 치열하게 달려가는 사회의 문화 때문이다. 죽음조차도 불사하는 문화 가운데 생명은 절대적이지 않다. 이미 세월호 때 학습한 바가 있듯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지켜 주고 나를 살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하고 산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라고 했다.

조 목사는 "암만 빛나는 성과가 있어도 사람이 살 수 없다면 그건 지옥과 같다. 버티는 것도, 살기 힘든 이들을 더 이상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도 그만해야 한다. 생명을 갈아 돌아가는 이 톱니바퀴를 멈춰 세워야 한다. 사랑과 생명이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다시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 죽음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이러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 누가 책임을 지고 사회와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면서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살아 낼 것을 약속한다"고 기도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기도회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부터 28일까지 집중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매일 오후 6시 시민 분향소 앞에서 '별을 기억하는 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인 7일, 14일, 21일에는 총 3회에 걸쳐 '유가족과 함께 10.29km 서울 도심 걷기'가 진행된다. 

10월 29일 오후 5시에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모 대회가 서울시청광장 앞에서 열린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는 1주기 시민 추모 대회 추진위원을 모집한다. 시민대책회의 계좌(카카오뱅크 797-73-98201 심규협)로 1만 원 이상 납부 시 추진위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날 오후 1시 59분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단(개신교·가톨릭·불교·원불교) 기도회 후 행진이 예정돼 있다. 

그리스도인모임 김지애 간사는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겼던 예수의 마음을 기억하며 교회 안에서 꾸준히 이태원 참사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보라색 리본이 확산되어 안전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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