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뜨거운 여름의 햇살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아침저녁 제법 차가운 공기가 기분 좋은 계절입니다. 다음 주에는 긴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네요. 어려운 경제 상황에 긴 휴일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겨야겠습니다.

3분기를 마치는 시점에 돌아보면 참 감사함의 연속이었습니다. 소송으로 힘든 상황에 십시일반 후원해 주셔서 한숨 돌리고, 텀블벅으로 올린 다큐멘터리 제작도 채워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 함으로 지켜봤는데 모두 채워 주시고…. 크고 작은 감사함들이 제 작은 믿음을 부끄럽게 하네요.

추석 연휴가 지나면 내년을 준비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만들어 가는 가치에도 맞고 한국교회와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뉴스앤조이>가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기도 많이 해 주시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사역기획국 승연

2023 주요 장로교단 회고
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이번 주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고신·백석 등 주요 장로교단이 총회를 열었습니다.  <뉴스앤조이>도 세 곳을 다녀왔는데요. 이번 처치독에서는 각 총회에서 나온 안건과 발언, 장면들을 정리해 소개합니다.

예장합동 총회는 매년 '어떤 사고가 발생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사회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고, 자기들끼리 누가 상비부장을 하고 누가 재판국장을 맡고, 누가 몇 년을 하는지에 대해서만 피 튀기게 싸우기 때문이죠. 여성 안수, 성폭력 매뉴얼, 피해자 지원 등 사회가 예장합동에 요구하는 의제들이 있었지만 올해도 교단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 'Oh' my Brothers: 이번 총회에서는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총회장에 추대됐습니다.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재수 끝에 총회장이 됐는데요. 최초의 교회갱신협의회 출신 총회장이기도 합니다.

· 샬롬, 부흥?: 예장합동 교인이 7년 만에 증가했다고 합니다. 교단에서는 '샬롬 부흥 운동' 때문이라고 자평하는데, 몇 년 만에 교인이 회복했다는 소식에 다들 기뻐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통계의 실효성(수평 이동 중복 집계 등)에도 의문이 있고, 목회자가 2000명 가까이 줄었다는 통계도 함께 나온 만큼 쉽게 축배를 들긴 어려워 보입니다.

· 세상에서 제일 나쁜 짓, 줬다 빼앗기: 예장합동이 여성 사역자들에게 '여성 강도권'을 주기로 결의했다가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여성도 교회에서 설교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강도사'의 길을 열어 줬는데, "결국 여성 안수로 가는 길 아니냐"며 반대가 엄청났던 거죠. 교단의 어이없는 결정에 많은 여성 사역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 '성폭력' 지운 성폭력 매뉴얼: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사상 최초로 '성폭력 예방 매뉴얼'을 제정했습니다. 문제는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싫다며 이를 기계적으로 '성 윤리'로 바꿨다는 건데요(…) '성 윤리 예방', '성윤리처벌법', '한국성윤리상담소'와 같이 희한한 단어들로 매뉴얼은 누더기가 됐습니다.

· '교회 개혁' 외치면 내쫓고 제재: 한편 이번 총회는 인천새소망교회 그루밍 성폭력 사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언론·단체·인물에 무더기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뉴스앤조이>를 비롯해 교회개혁실천연대, 브리지임팩트, 성교육상담센터 숨,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교회개혁평신도연합, 사단법인 평화나무에 대해 "개혁신학과 거리가 먼 단체"라며 활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결의했죠.

· 이뿐만이 아닙니다. 법원에서 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인정한 박성철 목사(하나세교회)를 면직·출교하기까지 했습니다. 위 단체 조사와 박성철 목사 고소 모두, 인천새소망교회에서 교단과 전 담임목사 편을 들고 있는 최광염 목사의 보복성 조처였습니다. 그러나 교단은 이런 전후 사정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교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는 이유로 무더기 제재했습니다.

· 올해도 격론, 정년 연장: 목사 정년을 3~5년 연장하자는 목소리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목사들이 겉으로는 후임을 구하기 어려운 농어촌 교회 핑계를 대지만, 속으로는 5년 더 '해 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데요. 한 목사가 "후배들이 다 부목사로 늙어 죽을 판"이라며 기득권이 된 우리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자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큰 지지를 얻었습니다.

· 눈치 빠른(?) 대전광역시장: 이장우 대전시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총회 장소를 찾았습니다. 오자마자 "시장 되고 성평등 부서를 폐지해 버렸다"고 말했더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장우 시장은 취임 직후 지역사회 인권·성평등 정책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예장합동 총대들과는 코드가 잘 맞았습니다.

편집국 승현

②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번 예장통합 108총회는 한마디로, '그들만의 총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이번 총회에서 나왔던 주요 장면과 안건들입니다.

· 세습 반대 기도회: 명성교회 총회 개최를 규탄하는 교단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교인들이 총회를 앞두고 두 차례 기도회를 진행했는데요.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 앞에서 '교단 헌법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108회 총대가 되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습니다.

· 교인은 줄고, 목사·교회는 늘고: 예장통합 교인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어요. 전년 대비 5만 6232명이나 줄어든 반면 교회는 55곳, 목사는 757명 늘었어요. (전도사는 줄어들고 있다고 하네요.)

· '마이 웨이' 김의식 총회장: "총회를 앞두고 많은 비난과 험담으로 8kg이나 빠졌다"는 김의식 총회장은 총회 시작부터 끝까지 치유·화해·용서를 강조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어요. 눈물과 함께 이제 그만 명성교회를 비난하고, 하나 되자고 했어요. 세습금지법 때문에 교단이 사분오열됐다면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10년 넘게 취재해 온 선배 기자도 "저런 총회장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더군요.)

· 무지개 신학교와 총장?: 명성교회 총회를 규탄하는 기도회가 장신대에서 열린 것을 두고, 한 총대는 장소를 허락해 준 김운용 총장과 7개 대형 교회를 조사할 수 있는 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어요. 그러자 김 총장은 "학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장소를 대여해 주게 돼 있다. 장신대는 무지개 신학교가 아니고 나는 무지개 총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어요.

· 이렇게까지 한다고?: 예장통합에는 동성애및젠더주의대책위원회가 있는데요. 이번에 위원회가 "총회장·부총회장 및 신학대 총장 후보자와 목사 고시 응시자는 동성애와 젠더, 제3의 성에 대한 견해를 제출해야 한다"는 안을 요청했고, 총대들은 반대 없이 그대로 통과시켰어요. 예장통합에서 목사가 되거나 한자리 차지하려면 미리 동성애 견해서를 준비해야겠네요;

· '땡큐, 명성교회!': 총회 마지막 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어요. "성총회가 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기도해 주셨고, 교회 시설 사용 및 총대 휴게실 운영과…" 김의식 총회장은 김하나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꼭 안아 주기도 했어요.

· 첫 총회 취재기: 저는 이번에 기자로 처음 총회를 취재해 봤는데요. 눈여겨볼 만한 안건들(여성 총대 의무 할당제, 성범죄 경력 조회 법제화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극소수의 여성 총대를 제외하고는 총회 석상에서 여성을 보기가 어려웠어요. 어쩌다 마주친 여성들은 안내위원으로, 찬양단으로 섬길 뿐이었어요. 50~60대 남성뿐인 이곳에서 과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긴 할까 하는 의구심과 그들만의 총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편집국 태빈

③ 한국기독교장로회

올해 기장 총회는 '역시 기장'이라는 칭찬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몇 눈여겨볼 만한 결의가 있었지만, 여성·성소수자 등 소수자 관련 안건이 부결되거나, 통과되는 데 난항을 겪었거든요. 관련 안건이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거의 매번 여성 총대들이 마이크를 잡고 호소했는데요. 10명 중 1명꼴인 여성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는 어려웠어요.

· '제7문서' 채택 논란: 시대 변화에 따라 교단의 선교 방향과 주제를 제시하는 '제7문서'. 기장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일부 총대가 '성적 지향'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았어요.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말이 동성애·동성혼을 옹호한다는 것이었죠. 문서 채택을 주장하는 총대들은 "동성애 찬반을 논하는 게 아니라 차별을 금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임원회가 수정·검토한 뒤 실행위원회에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됐어요.

· 여성 총대 비율 확대안 기각: 올해 기장 총회 여성 총대는 612명 중 68명(11.1%)이었어요. 총회 양성평등위원회는 매년 10%에 그치는 여성 총대 비율을 15%까지는 올려야 한다면서, 노회별로 전체 총대 수에 비례해 여성 총대를 파송하자고 했는데요. 이를 심의한 법제부는 기각하기로 결정했어요. 재고해 달라는 여성 총대의 호소에도, 총대들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더 많이 던졌어요.

· 신도·청년 대표에게 총회 정회원 자격 부여: 이번 총회에서 눈여겨볼 만한 결의인데요. 목사·장로만 참여하는 총회에 일반 교인도 포함시키기로 했어요. 너무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가 총회 안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거예요.

· 기후정의위원회 신설: 지난해 부결됐던 기후정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어요. 작년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던 총대들이, 올해에는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어요.

·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의무 제출: 목사 후보생·수련생이 되거나 목사를 새로 청빙할 때, 성범죄나 아동 학대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조회할 수 있도록 했어요. 현행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데, 내용을 좀 더 다듬은 뒤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여요.

편집국 수진

※ 처치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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