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가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해 교역자들에게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결의했다. 이는 목사 후보생·수련생이 될 때와 목사 고시 응시 및 목사 청빙 시 적용된다.

기장 총회 양성평등위원회는 현재 신학교 및 목사 수련생 과정에서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교회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 후보생들이 군대를 다녀오거나 장시간 교회 현장을 떠나 있다가 교회 청빙에 지원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관련 범죄 경력 조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제부는 108회 총회 둘째 날인 9월 20일 저녁 회무 시간,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의무 제출 안건과 관련해 "헌법위원회에서 연구·정리한 뒤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보고해 시행하기로 한다"고 보고했다.

법제부 신범순 부장. 유튜브 갈무리

총대들은 대부분 찬성 의사를 표했지만, 현행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어린이·청소년 대상 기관 종사자가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종교 시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총대는 "이미 몇 년 전 타 교단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현행법 위반 판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하는 분들은 아마 없겠지만, 절차적인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규 교역자에게만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선배 장로·목사들이 먼저 스스로 자복하고, 회개하고,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총대는 '담임목사 청빙 시'라는 내용에 부목사·전도목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목사 청빙 시'로 바꾸자고 했다. 총대들은 제기된 내용들을 헌법위원회가 연구·정리하고 실행위원회에 보고한 뒤 시행하도록 결의했다.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제출 자체를 반대하는 총대는 없었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제출 자체를 반대하는 총대는 없었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이밖에도 기장은 성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안건들을 결의했다. 먼저, 3년 기한의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존속하기로 했다. 기장 성폭력대책위원회는 103회 총회에서 처음 만든 특별위원회다. 교단 내 성폭력 피해 신고·접수, 진상 조사, 보호·상담, 교회 공동체의 치유·회복 조치,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홍보·교육 등을 맡아 왔다. 성폭력대책위원회는 활동 기한이 끝나는 올해 위원회를 존속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총대들이 이견 없이 청원을 받으면서, 성폭력대책위원회는 3년간 활동을 더 이어 가게 됐다. 

교회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기장 총회는 지난해 107회 총회에서 결의된 헌법 개정안을 전국 28개 노회 투표를 거쳐 최종 가결했다고 밝혔다. 성범죄 공소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성폭력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참여할 수 있는 대리인 1인을 교단 내 목사·장로 중에서 선임할 수 있게 했다. 피해자에 한해 공탁금 및 소송 비용을 내지 않아도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장은 노회별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이수 보고서를 제출한 노회는 전체 노회 28개 중 10개에 그쳤다. 대전·목포·경기중부·광주남·충북·부산·경기북·전북·익산·전남노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 기사 정정: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적용 대상을 '담임목사 청빙 시'에서 '목사 청빙 시'로 수정합니다. 다섯 번째 문단 관련, '목사 청빙 시'로 바꾸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바로잡습니다. (2023년 9월 22일 16시 20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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