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미성년자를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자진해서 사퇴한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 전 대표 이동현 씨가 활동을 재개했다. "모든 사역을 내려놓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평생을 사죄하며 살겠다"는 과거 '사죄의 글'과 달리, 최근 군소 교단에 가입해 정식으로 목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현 씨는 라이즈업 대표 당시 목사 지위를 이용해 단체에서 활동하던 고등학생과 성적 관계를 맺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스앤조이>는 2016년 당시 이 사건이 목사와 교인 간 불평등한 위계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유형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다수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예장합동해외총회 측
"회개하면 받아 주는 게 기독교 정신,
또 잘못 저지르면 '파면'"

이동현 씨는 자진해서 사퇴한 지 3년 만인 2019년 '터닝마이라이프(TML)' 단체 이사장 직함으로 가평의 한 리조트에서 암 환자들을 위한 강연을 했다.  이 씨는 목사라는 소개 없이 '서울시립대 성악 전공,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현재 TML 초대 이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고통의 의미', '생명에 관하여'라는 강의를 했고, 이를 몇몇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TML은 예장합동해외총회 후원 단체로, 청년 사역을 하겠다며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단체 주소는 이동현 씨의 자택으로 돼 있었으나, <뉴스앤조이> 취재 이후 주소를 변경했다. TML 홈페이지 갈무리 
TML은 예장합동해외총회 후원 단체로, 청년 사역을 하겠다며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단체 주소는 이동현 씨의 자택으로 돼 있었으나, <뉴스앤조이> 취재 이후 주소를 변경했다. TML 홈페이지 갈무리 

TML은 2021년 11월 암 환자와는 전혀 무관한 '청년 문화 사역 단체'를 표방하며 홈페이지를 정식 개설했다. TML 홈페이지에는 "성경적 세계관의 창의적 인재들이 모여 사람, 교회, 더 나아가 선한 문화 사역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크리스천 청년 문화 집단"이라고 나와 있다. 취업 스터디나 컨설팅을 위한 계획표뿐 아니라, 멘토-멘티 프로그램과 유사한 스터디 신청 링크도 찾아볼 수 있다.

TML 홈페이지에는 이 단체 주소가 이동현 씨가 거주하는 용인시 기흥구 자택으로 돼 있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해외총회(예장합동해외총회·김종선 총회장) 후원 기관이라고 나와 있다. "터닝마이라이프 청년 사역 법인은 미국 버지니아 주정부 WEM of GA 선교법인 및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해외총회 후원 단체로, 사단법인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및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 정회원 사역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표기가 함께 있다.

<뉴스앤조이>는 TML과 이동현 씨, 예장합동해외총회의 연관성을 취재하면서 이동현 씨가 최근 예장합동해외총회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6일 예장해외합동총회 관계자를 만나 직접 물었다. 전 총회장 박요한 목사는 이동현 씨가 총회에 정식 가입한 게 맞다고 했다. 이 씨가 친구 강 아무개 목사를 통해 올해 봄 교단 가입 의사를 타진했고, 가을 총회 임원회에서 수락했다고 말했다. 또, 이 씨가 세운 새꿈교회 역시 예장합동해외총회에 가입했다고 했다. 박 목사는 "현재 이 목사와 청년 30여 명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에서 이동현 씨를 면직했는데 어떻게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목사 이력이나 신학교 졸업장 같은 걸 보고 실사를 해서 가입해 주면 된다. 같은 교단 타 노회로 옮기는 건 안 되지만 다른 총회로 가는 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이동현 씨가 속했던 예장고신 경기동부노회(구 수도남노회) 관계자는 "면직된 이후 이동현 씨와 관련된 아무런 이슈가 없었다. 이명을 위한 증서 발급 요청 등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요한 목사는 TML은 이 씨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TML은 강○○ 목사가 대표다. 이 목사는 집 주소만 빌려준 것이다. 이사장도 나보고 맡아 달라고 하더라. 이 목사는 공식 직함 없이 뒤에서 서포트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취재 이후 TML은 홈페이지에 나온 단체 주소를 이 씨의 집에서 경기도 안산시로 변경했다.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을 받아주는 게 타당하냐고 묻자, 박요한 목사는 "우리 기독교 정신이 뭔가. 사랑 아닌가. 회개하고 돌아오는 걸 거절할 수는 없다. 거절하는 총회는 잘못된 총회고 사랑 없는 총회다. 내가 우리 총회원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신 한 번이라도 그런 일이 또 일어나면 파면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고 이 목사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동현 씨는 TML 초대 이사장을 지냈지만 "당시 이름만 걸어 둔 것"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현재 TML의 사역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뒤에서 서포트 정도만 할 것이라고 했다. TML 홈페이지 갈무리
이동현 씨는 TML 초대 이사장을 지냈지만 "당시 이름만 걸어 둔 것"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현재 TML의 사역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뒤에서 서포트 정도만 할 것이라고 했다. TML 홈페이지 갈무리

"회개하고 돌아왔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동현 씨는 정반대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자신의 '그루밍 성폭력'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8월 <뉴스앤조이> 대표와 기자를 고소했다. 그는 2019년 7월 24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그루밍 성폭력 라이즈업 전 대표 이동현 활동 재개" 기사를 문제 삼았다. 고소장에는 "나를 그루밍 성폭력범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주장도 들어가 있다.

이뿐 아니라 이동현 씨는 전 라이즈업 대표와 간사 등 7명을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이 라이즈업에서 물러난 이후, 단체를 수습한 이들이 '재정 감사'를 빌미로 회계장부를 조작했고, 그 결과 자신이 매년 수억 원을 횡령한 사람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이동현 씨는 라이즈업을 오랜 기간 후원했던 교인 박 아무개 집사까지 고소했다. 박 집사는 새꿈교회 교인이었고, 태안에 RTS(대안 학교)를 지을 때도 공사 계약과 건축에 발 벗고 나서는 등 라이즈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런데 이 씨는 공사 계약서와 태안군청에 신고된 건축비가 다르다며 그를 횡령으로 고소했다. 박 씨는 당시 계약서 등 증빙서류 일체를 보관하고 있었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동현 씨는 여러 사람을 고소하면서 <기독교라인> 등 몇몇 교계 매체와 인터뷰도 했다. 5년간 침묵하던 이 씨가 전면에 나서 관련자들을 고소하고 공개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과거 활동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과시함으로써 공개 활동 재개를 위한 포석을 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TML 대표 강 아무개 목사는 이 씨가 라이즈업에 빌려준 돈이 있는데, 이는 자신이 받아야 할 채권이라며 라이즈업 간사들이 세운 단체를 상대로 1억 2000만 원을 내놓으라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그루밍 성폭력 및 재정 문제 '부인'
"사과문도 내가 쓴 것 아냐"
이 씨는 5년 전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했다. 성 문제든 재정 문제든 모두 사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처분을 받았으며, 지난 5년간 하나님 앞에 자숙하고 회개했다고 말했다. 라이즈업 전 간사들은 이 씨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과거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 씨는 5년 전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했다. 성 문제든 재정 문제든 모두 사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처분을 받았으며, 지난 5년간 하나님 앞에 자숙하고 회개했다고 말했다. 라이즈업 전 간사들은 이 씨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과거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는 이동현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 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5년 전 제기된 문제는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5년간 회개하고 자숙했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폭력과 관련해 이 씨는 "강제적으로 한 건 아니다. 우리 관계는 한 달 만에 끝났다. 당사자 어머니와도 통화해서 다 끝낸 사안이다. 처음에는 내가 실수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강제로 범한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하나님 앞에 죄인인 게 맞다. 변명하는 것보다 내가 내려놓고 회개하는 모습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는 죄가 없지만 하나님 앞에서 죄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라이즈업은 이동현 씨가 물러난 후 회계감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연구비·선교비·교육비, 콘퍼런스 강사료 등 5년간 약 2억 5000만 원을 받아 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런저런 금액을 합치니 5억 원이 넘었다. 라이즈업은 이 씨를 상대로 사례비 외에 받은 돈을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라이즈업을 사실상 이 씨의 '개인 사업체'로 보고 소송을 각하했다. 이 씨는 "가만히 있는 나한테 라이즈업이 5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해서 방어 차원에서 이들을 고소한 것"이라고 했다.

사과문도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했다. 이동현 씨는 "'다시는 목회를 하지 않겠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쓰라고 말한 적도 없다. 라이즈업이 살아야 하고 내가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하니까, '너희(스태프)가 알아서 적절하게 사과문이 필요하면 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현 씨는 현재 자택 지하에서 가정 교회를 하고 있으며 따로 전도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교단에 가입한 것은 주변 소개로 이뤄졌으며, 성 문제로 범죄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썼다고 했다. TML은 친구 강 목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은 서포트만 한다고 했다.

이 씨는 통화 내내 그루밍 성폭력과 재정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이 씨는 "하나님 앞에 어쨌든 큰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건 하나님 앞에서 죄이지, 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상 죄를 지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 씨는 이 사과문을 자기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간사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즈업 전 간사들은 "비상식적인 얘기"라며 동생 이동호 선교사를 거쳐 이 씨의 컨펌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즈업 홈페이지 갈무리
고소당한 사람들
"과거 행위 정당화 위한 듯"
"영화 '밀양' 주제로 설교하더니…
사과는 사람들 앞에 하는 것"

과거 라이즈업에서 헌신했던 이들은 이 씨의 행보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조사 당시 이동현 씨와 대질신문까지 한 박 집사는 "라이즈업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고소를 당했다. (이 씨가) 고소 결과를 가지고 본인의 사역을 재개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박 집사마저 고소당해서 경찰 조사를 받는다' 이런 걸 보여 주려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라이즈업 전 간사는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지었지만 세상 죄는 지은 적 없다"는 이동현 씨의 주장에 어이없어했다. 그는 "라이즈업에서 활동했던 사람 중 이 씨 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문 작성 당시 간사들에게 물어보니, 이 씨의 동생 이동호 선교사가 내용을 불러 줬고, 간사들이 완성해 다시 이동호에게 전달했고, 이동현에게 최종 컨펌을 받았다. 아무리 경황 없는 상황이라도, 상식적으로 간사들이 마음대로 사과문을 써서 올릴 수 있는가"라며 "사과문은 내가 쓴 게 아니다"라는 이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씨가 제대로 회개하고 자숙한 건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동현 씨가 예전에 영화 '밀양'을 언급하면서 사과는 사람들 앞에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교한 적이 있다. 본인이 5년간 자숙했든 뭘 했든 개인적인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죄지었다고 말할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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