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욱 목사와 이동현 씨는 한국교회의 상처다. 쓰리고 괴로워도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꿰맨 뒤 약을 발라야 곪고 썩는 걸 막을 수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예장합동 총회를 취재하겠다고 지원하자, 선배들이 "괜찮겠냐"고 물었다. "합동 총회는 다른 교단에 비해 취재할 게 많아서 힘들어."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언제 어디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계속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막상 경험한 총회는 선배들 우려만큼은 아니었다. 개회 전부터 사람들이 본당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임원 선거 시간에 몸싸움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기대감을 품게 됐다.

전병욱 목사 재판 관련 상소가 통과된 것이 계기라면 계기였다. 둘째 날, 헌의부 강재식 목사가 기각으로 결론짓고 얼렁뚱땅 넘어갈 뻔한 상소를, 전계헌 부총회장이 다시 끄집어내 거수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것이다.

넷째 날에는 정년 연장 헌의안이 부결되고 총회신학원 야간부 폐지안이 결의됐다. 총대 대다수가 교단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총회정책연구위원회 보고도 나왔다. '한국교회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가 있구나' 생각했다.

저녁이 되면서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상소가 기각된 것이다. 이형만 목사 발언을 듣는 내내 귀를 의심했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죄를 지은 것 가지고 하나님을 욕되게 해도 되는 거냐. 그걸 자꾸 파내서 욕되게 할 수 없다." 박수 치고 환호하며 동의하는 총대들 모습도 충격이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 문제…당사자 그룹은 무감각

올해만큼 목회자 성 윤리가 사회에서 뜨겁게 조명받은 적이 있을까. 8~9월에만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공개됐다. 8월 초에는 라이즈업무브먼트 전 대표 이동현 씨 사건이, 8월 말과 9월에는 20대 여성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창원 A 목사와 '이주 노동자의 대부'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 성 추문 등이 보도된 것이다.

교회 바깥에서 목회자 성 윤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져 갔지만 내부는 잠잠했다. 총회에 올라온 헌의안 320여 개 중 목회자 성 문제를 지적하거나 재발을 방지하자는 안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윤리 강령 제정안이 6년째 올라왔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제대로 토론도 않고 1분 만에 기각됐다.

▲ 이동현 씨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총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는 없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주 취재했던 예장고신 총회도 비슷했다. 예장고신은 이동현 씨가 속했던 교단이었다. 총회가 이동현 씨를 비롯한 목회자 성 윤리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목했다. 하지만 총회 기간 내내 이 씨나 성 윤리를 거론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는데, 이 씨의 동료였던 이들은 잠잠했다. 몇몇 총대에게 이유를 물었다. 노회가 면직했으니 이미 다 끝난 일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함께 반성하거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전병욱 목사와 이동현 씨는 한국교회의 상처다. 쓰리고 괴로워도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꿰맨 뒤 약을 발라야 곪고 썩는 걸 막을 수 있다. 전병욱 목사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도 않고, 이동현 씨 사건을 반성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제2의 전병욱, 제3의 이동현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전병욱 목사 관련 상소가 기각됐다는 소식에, 한 독자는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한국교회가 모두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다 알려져서 창피한 게 아니라 제대로 결론짓지 않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제대로 치리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버려진 소금이 되어 세상에 밟힌다. 목회자 문제 때문에 교인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한국교회 미래는 어둡다. 힘들어도 상처를 도려내야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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