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교회는 가부장적인 공간이다. 전체 신도 비율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지만, 교회에서 권한을 많이 가진 직책일수록 여성 비율은 현격히 줄어든다. 보통의 교회에서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는 담임목사는 남성이 절대다수다. 이런 환경이니 담임목사가 신도들의 '영적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가부장적인 공간에서 '여성 사역자'의 위치는 이중적이다. '사역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신도들을 양육하는 역할을 하며 리더의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보조 역할이 강조된다. 이는 때로 직책이나 목사 안수 연차와 관계없이, 여성 사역자가 남성 신자·사역자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역자'보다 '여성' 역할이 강조될 때, 여성 사역자는 교회의 '며느리'가 된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성차별에 민감하다. 특히 2016년 전후 '페미니즘 리부트'를 경험한 젊은 여성들은 가부장제 질서에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 이러한 한국 사회 분위기와 대조되는 교회 현실에서, 젊은 여성 신학생·사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고충을 겪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젊은 여성 신학생·사역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각각의 인터뷰 기사는 '교회와 여성들'이라는 시리즈로 연재됐다. 연재를 일단락하며 10명의 인터뷰를 종합한 기사를 2개로 나눠 쓴다. 기사를 통해 지금 한국교회 여성 신학생·사역자들이 어떻게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신학교와 교회에 어떤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을 '사모감'으로 본다는 것은

인터뷰이 10명 중 7명이 신학교에서부터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남성 신학생들의 '사모 찾기'였다. '사모'라는 표현은 한국교회에서 남성 사역자를 '내조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미 타자화되어 주체적 생명력이 사라진 호칭"이다(정신실, <신앙 사춘기>). 남성 신학생들이 여성 동료를 '사모감'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여성을 미래에 자신을 보조해 줄 사람으로만 보는 행동이다.

"남학생들은 '사모감'이라는 기준으로 여학생들을 평가했어요. '유아교육과나 교회음악과 여자들이 내조를 잘할 것 같아. 신학과 여자들은 기가 세서 내가 설교하면 딴지 걸 것 같단 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서요. 신학과 여학생은 사모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자신들과 동등한 신학생이라 여기지도 않았어요." - D

"제가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고백을 5번이나 받았어요. 이런 얘기하면 '자랑한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당시 저는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고백은 대부분 남학생들이 했고, 여학생들은 대부분 착해서 완곡하게 거절했어요. 그러면 또 '내숭 떤다', '그렇게 밥 얻어먹고 다니더니', '남자들을 이용했다' 등등 별 소문이 다 돌았어요.

 

저처럼 사회적 미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그 정도였는데, 그 기준에 맞는 친구들은 더 힘들었죠. 쉬는 시간마다 남자들이 찾아와서 '네가 13학번 톱 #이라며?', '너는 인기 많아서 나 같은 애는 싫겠네' 이런 소리나 하고. 어떤 복학생들은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갈 나무 없다'는 태도로 계속 고백하고…. 이런 문화가 너무 당연하고 팽배했어요." - G

인터뷰이 중에는 신학교에 여성 교수가 적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A는 학교 채플에서 성찬식을 할 때, 성찬 위원 중 여성 교수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항의하는 의미로 성찬을 보이콧했다. '신학교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G는 여성 교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 교수가 현격히 적다는 사실은 여성 신학생들의 진로 하나가 제한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사역자들은 학교에서부터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한 문화를 경험한다.
여성 사역자들은 학교에서부터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한 문화를 경험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 사회는 2016년 강남역 사건과 2018년 미투 운동으로 급격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대한 반발, 즉 '백래시(backlash)'를 겪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각 대학에 총여학생회가 줄줄이 폐지됐다. 신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I는 "보수적이고 검열적인 교단 신학교 환경에서 페미니즘은 곧 '동성애 옹호'로 연결됐다. 남학생들과 남성 교수들은 자주 총여학생회를 의심했고, 총여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고 전했다.

여성들이 신학생 시절부터 많이 듣는 질문도 성차별적 현실을 드러낸다. 인터뷰이들은 남성 신학생들과 교수·목사들에게 "목회를 계속할 생각인가", "목사가 될 계획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직영 신학교 총신대학교에서, 교수들은 여성 신학생들에게 목사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선교사, 심지어 '사모'를 권하기도 했다.

"남성 신학생은 '목회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는 반면, 여성 신학생은 '목회 여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죠. 이런 질문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싹부터 잘리는 느낌이에요. '내가 정말 준비는 돼 있나', '자격은 있는 걸까' 등등 단순한 고민만 반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검열하게 돼요. 그래서 지금도 신대원에 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남성들은 일단 신대원 가고 생각하는데, 여성들은 검열하느라 목회를 꿈꾸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끼는 거죠." - D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걸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여성과 남성이 받는 질문이 다르다는 게 확연하게 보이는 현실에서 이런 질문을 또 받는 건, 여성 사역자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더 선명하게 그려 주는 느낌이에요. 물어보시는 분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죠.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 F

선명하게 보이는 '유리 천장'

대부분 신학생은 학부 때부터 교회 사역자로 나간다. 파트타임 간사나 전도사로 일하며 교회에 도움을 주고 용돈도 버는 식이다. 교회는 이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발붙이고 살아 나가야 할 일터다. 하지만 많은 여성 사역자가 교회에서 강고한 성차별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별다른 차별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답한 인터뷰이들도, 교회에서는 차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의 성차별은 많은 경우 '고정된 성 역할'으로 드러난다. 여성 사역자에게는 옷차림부터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들을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 요구된다. 여성 사역자와 남성 사역자에게는 각각 명확한 역할이 정해져 있다. 여성 사역자는 음식 차리기, 데코레이션, 의전을, 남성 사역자는 운전, 방송실 업무, 찬양·기도 인도를 맡는다. 능력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업무를 준다는 시각으로 보면 여성·남성 모두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같은 종류의 차별이 아니다.

"여성 사역자가 하는 간식 차리기, 데코레이션, 의전 같은 건 인정을 받지 못해요. 이런 걸 아무리 잘한다고 사역자로서의 역량이 느는 것도 아니고요. 반면, 남성 사역자들은 운전만 해도 '힘든 일 한다'고 인정받죠. 찬양 인도를 하면 사역자로서의 역량이 커지는 거잖아요. 여성 사역자는 몸을 크게 쓰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히려 '편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거든요." - I

"목회자 세계에서 '다과상 차리기' 같은 일은 항상 여성들 몫이에요. 심지어 남성 파트타임 전도사들 먹을거리도 한참 선배인 여성 목사가 챙겨 줘요. 아니, 상하 관계를 그렇게 따지는 집단에서 왜 이런 일은 성별로 나뉘는 거냐고요. '부엌일'이라고 하는 것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여성 사역자에게 맡겨졌어요." - H

"처음 사역했던 대형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는 모두 허리 라인이 들어간 정장 상의에 'H라인 스커트'를 입었어요. 제가 한 전도사에게 '여자는 왜 치마를 입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담임목사님이 좋아해서'라고 답하더라고요. 반면, 제가 사역한 다른 교회에서는 여성 사역자에게 치마를 입지 못하게 했어요. '남성 성도들이 시험에 든다'는 이유였죠." - G

여성 사역자들이 느끼는 유리 천장은 강고했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진로와도 연결된다. 인터뷰이 중에서는 여성 사역자가 청소년부 이상을 맡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예 청빙 공고를 낼 때부터 청소년부는 '군필자'라는 요건을 써 놓는 교회들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남성을 기본값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육아 경험이 없어도 미취학·어린이 부서는 자연스럽게 여성 사역자가 맡았다. 아이를 '돌보는' 영역은 여성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소년 사역에 관심이 많던 B는 사역하던 교회에서 3년간 유아부를 맡은 뒤 교육부서 담당 목사에게 "나는 청소년 사역을 하고 싶다. 지난 3년간 내 역량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교회에 여성 사역자는 청소년부 이상은 할 수 없다는 유리 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리 천장을 깨고 싶다. 그럴 수 없다면 나는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는 '계약 해지'였다.

H는 가는 교회마다 청소년부를 지원했는데, 7년간 교회 3곳을 거치며 모두 유치부만 맡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낸 게 서른 살 때다. 나이가 좀 들었으니까 청소년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또 좌절됐다. 청소년 사역을 하고 싶은데, 나에게는 어느새 유치부 사역이 특장점이 돼 있었다. 남성 사역자에게는 한 번도 안 해 본 일도 가능성을 보고 맡기는데, 여성 사역자에게는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그거 해'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사역한 선배 여성 사역자들을 보면 '유리 천장'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들이 사역하며 지켜본 선배 여성 사역자들은 어느 정도 위치에서 수년간 정체돼 있었다. 잘해야 교육부서를 담당하는 '교육목사'였다. 역할의 중요도와는 별개로 교육목사는 부목사들의 직책 중 가장 낮게 평가됐다. 여성 사역자들은 정체된 상태에서, 그보다 연차가 낮고 경험도 부족한 남성 사역자들이 교구 목사나 수석목사로 '올라갔다'.

"제가 교회 사역할 때 여성 목사님이 계셨는데요. 그분은 그냥 '심방 목사'라는 타이틀로 계속 정체돼 있고, 남성 목사들만 자꾸 바뀌어 가며 교구 목사가 되는 거예요. 그분이 다른 남성 목사보다 안수도 먼저 받고 교회에도 먼저 왔는데 말이죠. 그 모습이 제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성 사역자는 특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남성 사역자는 기타도 칠 줄 모르고 특별히 잘하는 것 없어도, 교육부서 하다가 때 되면 안수받고 부목사나 담임목사로 가는데 말이죠. 그냥 설교만 할 줄 알아도 앞으로 잘 나가는데. 왜 여성 사역자는 꼭 특장점이 있어야 하고, 잘하는 게 있어도 계속 제자리일까···." - H

성폭력,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성폭력은 '폭력'의 문제다. 폭력은 위계 관계가 명확한 곳에서 발생하기 쉽다. 가부장제는 가부장을 정점으로 한 위계 관계를 형성한다. 담임목사(절대다수 남성)를 정점으로 한 권력관계가 형성될 때 교회 또한 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공간이 된다. 담임목사·교수 등이 각각 신도·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비위를 저지르는 것은 개인 일탈이라기보다 구조와 문화의 문제다.

인터뷰이 중에는 교회나 신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성희롱부터 불법 촬영, 강간까지 다양했다.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정황도 있었다. 가해자는 담임목사, 부목사, 신학 교수였다.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신학생이던 청소년부 교사와 찬양 사역자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 사건을 같은 교회에서 목격한 인터뷰이도 있었다.

갖가지 성폭력이 교회·신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끔찍한 일은 이러한 범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C는 신학교에 다닐 때 '여자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을 겪었다.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학교 당국은 가해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했다. C는 "그 사람이 지금 목회자가 됐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C는 사역하던 교회에서도 한 부목사에게 불법 촬영을 당했다. 그 목사는 지금도 교회에서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I가 교회에서 목격한,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남성들도 현재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성폭력을 경험한 인터뷰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교회와 신학교가 성폭력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J는 성폭력 범죄자를 용인하는 교단에 속한 교회들을 보이콧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교회 안에서 성범죄가 반복된다는 건, 지도자들이 성범죄를 대단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전히 일부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에서는 성범죄 형량이 너무 낮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교단들은 형량이 낮은 건 둘째 치고 아예 치리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교단들을 전부 보이콧하자면, 벌써 여기도 안 되고 저기도 안 돼요. 갈 데가 없어요." - J

여성 사역자들은 대부분 교계에서 성폭력이 제대로 처리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성 사역자들은 대부분 교계에서 성폭력이 제대로 처리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의 현장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이들이 모두 '페미니스트'여서 비판적인 말들만 한 것이 아니다. 20대 초반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페미니즘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신학교 생활을 했다. 인터뷰이 중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페미니즘의 언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교회 내 성차별은 도저히 없다고 할 수 없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었다.

많은 여성이 그랬던 것처럼, 여성 사역자들에게도 페미니즘은 자신이 경험한 현실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언어가 됐다.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여성신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B는 "여성신학을 배우니 '내가 이래서 기분이 나빴구나'라고 정리가 됐다. 그간 성차별이라고 느끼는 내가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H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후에도 사고방식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내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I는 "내 일상이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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