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부활절 새벽 예배가 4월 4일 오전 5시 30분 신내감리교회에서 열렸다. 생중계 영상은 교회협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가 2021년 부활절 새벽 예배에서, 세월호 진실 규명과 미얀마 민주화, 기후 위기, 비정규직 및 해고 노동자들, 남북문제를 위해 기도했다. 예배는 4월 4일 신내감리교회(김광년 목사)에서 열렸다. 준비위원들과 교인 소수만 현장 참여하고 교회협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예배 시작부터 '부활의 증인'으로 세월호 희생자 김시연 양 엄마 윤경희 씨, 미얀마성공회 데이비드 사제,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 이진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가 나와 각각 증언했다.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지만, 부활의 예수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기도를 올렸다. 

부활의 증인으로 선 세월호 유가족 윤경희 씨는 "울부짖는 우리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언제까지 침묵하실 작정입니까. 언제까지 어두운 세상을 지켜보실 작정입니까"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부활의 증인으로 선 세월호 유가족 윤경희 씨는 "울부짖는 우리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언제까지 침묵하실 작정입니까. 언제까지 어두운 세상을 지켜보실 작정입니까"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미얀마성공회 데이비드 사제는 미얀마가 하루빨리 연방 민주국가를 설립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예배 중간에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모두가 침묵으로 기도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후 데이비드 사제가 대표 기도했다. 

"주님,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부터 미얀마 사람들이 위험과 불안정 속에서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 주도로 많은 주민이 전국적으로 큰 위험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서 쿠데타를 거부하며 민주주의와 평화가 다시 미얀마 땅에 회복되도록 매일 시위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을 지켜 주시고 체포된 나라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빨리 석방되도록 도와주세요. 수많은 사망자 가족들과 희생자들에게 하나님의 위안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얀마 8개 부족들 주민들에게 주님의 힘과 지혜를 주시고 한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또한 미얀마의 카친족과 카렌족 지역에 발생한 내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내 난민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과도 함께하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성령을 보내셔서 군부가 마음과 행동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미얀마에서도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를 다시 새롭게 하시고 연방 민주국가를 빨리 설립해, 모든 주민이 하나님의 영광을 분명히 볼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평화와 사랑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구하며 기도합니다." 

육순종 목사는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려야 부활하신 예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육순종 목사는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려야 부활하신 예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설교는 교회협 교회일치위원장 육순종 목사가 맡았다. 그는 "예수 부활의 첫 증인은 막달라 마리아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의 증언을 믿지 않았다. 그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도 약자, 노동자, 이주민,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유가족의 말을 외면하고, 강대국들은 미얀마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우리 안에 있는 오래된 편견,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했다. 육 목사는 "예수는 잠깐 죽었다가 살아난 게 아니다. 소생이나 회생이 아니다. 전혀 새로운 존재로 등장하신 것이다. 고정관념과 낡은 질서 속에 있으면 새로운 차원으로 나타나신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욕망을 돌아보고 하나님께 돌이키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절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육 목사는 "코로나 이전 자기 욕망대로 살던, 무한 경쟁과 자연 파괴 질서로 돌아가면 안 된다. 인간 존엄과 자연을 지키는 공존과 상생의 방식으로 살겠다고 결단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교회협과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발표했던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 기도문이, 이번에는 북측의 합의가 없어 완성되지 못했다. 한국교회종전평화운동본부 본부장 나핵집 목사가 남측 초안을 낭독했다. 기도문은 이제 남북이 전쟁 연습을 그치고 전쟁을 종식하며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새로운 미래를 염원하는 내용이었다.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가 '그리스도의 부활, 새로운 희망'이라는 제목의 교회협 부활절 메시지를 읽고 예배를 마쳤다. 교회협은 "국적과 인종, 종교와 이념, 성별과 세대 차이를 넘어서서, 혐오와 차별이 아닌 환대와 연대의 정신으로, 가장 고통당하는 이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랑을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권면했다.

다음은 교회협 부활절 메시지 전문.

그리스도의 부활, 새로운 희망!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님의 화해와 평화의 역사가, 이 땅의 모든 교회와 인류와 자연 가운데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도 주님이 걸어가신 구원의 길을 걸으며 다시 사순절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비대면 소통 방식을 통해서도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내적 조명에 힘입어, 자기 비움의 영성과 상호 의존성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충만한 은총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성장을 향한 욕망의 질주를 멈춰야 할 때입니다. 이제까지 한국교회의 삶과 사역을 깊이 성찰하며 생명과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생명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의 좁은 길을 걸어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부활절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고 선언하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의 성취를 희망하며, 우리에게 은총으로 주어진 "값비싼 친교"를 회복하는 화해의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관통한 부활의 신앙은,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온전한 관계를 회복하는 "값비싼 친교"요, 새로운 존재로의 갱신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부활을 희망하며, 부패하고 불의한 권력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힌 진실과 평화가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반드시 역사 속에 부활한다는, 성금요일의 신앙, 부활의 신앙을 살아 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진실과 평화를 어둠 속에 가두는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참 생명의 빛으로 부활하셨듯이, 우리들은 부활의 신앙으로 감추어진 진실과 평화의 빛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공의와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의 현장에서,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평화, 창조의 보전을 통해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만나며, 고난당하는 생명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길어 올려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고 탄식하며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진실의 인양'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대해야 합니다. 이윤 추구라는 맘몬의 법칙 아래 생산도구로 전락한 채, 위험의 외주화에 희생당하고 있는 일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을 위로하고, 구레네 시몬처럼 그들의 짐을 함께 지며 노동의 정의를 세워 가야 합니다. 온갖 차별과 편견의 장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며, 그들이 평등한 사회적 존재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도록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분열과 갈등의 현장을 찾아가 화해하시는 하나님,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선포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과잉생산, 과잉 소비, 과잉 폐기의 악순환 속에서, 자연의 생명을 대상화하고 착취한 결과로 나타난 인류 공멸의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인류 공동체와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 패권 구도 속에서 신냉전 국제 질서가 구축되면서, 동맹의 틀에 갇힌 채 분단 냉전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며 평화에 목말라하는 한반도의 민의 생명의 안전을 위하여, 평화를 만드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지금 주권재민의 가치 위에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군부독재의 총칼에 맞서 싸우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의 처절한 투쟁에 기도와 장기적 지원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 맞이하는 2021년 부활절에, 그리스도의 수난당하시는 사랑과 부활의 영성으로 국적과 인종, 종교와 이념, 성별과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서, 혐오와 차별이 아닌 환대와 연대의 정신으로, 가장 고통당하는 이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랑을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됩시다.

'질그릇 속에 담긴 보화' 같은 존재 의식을 가지고, 코로나19 재난이 가져오는 두려움을 떨쳐 내고, 이웃과 세상을 위해 흩어지는 교회가 되어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참여합시다.

자기 의에 충만하여 선과 악을 가르는 심판자의 위치에 서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신앙의 오만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부인하고 맡겨진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세상의 생명을 섬기는 머슴으로 살아갑시다.

한국교회의 부활절이, 교권주의적 획일화를 극복하고 다양한 색깔과 모습으로 새 희망이신 부활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백화만발한 하나님나라 정원의 희망과 기쁨의 잔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1년 4월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이경호
총무 이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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