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수칙을 어기고 수차례 대면 예배를 열다 적발된 교회 목사들이 연달아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다. 한 판사는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해 일부 개신교인의 그릇된 신앙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수차례 대면 예배를 열다 적발된 교회 목사들이 연달아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다. 한 판사는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해 일부 개신교인의 그릇된 신앙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한 채 대면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이 잇따라 벌금형을 선고받고 있다. <뉴스앤조이>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관련 주요 판결문을 입수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8월과 12월 등 범유행 당시 내려졌던 비대면 예배 조처(집합 제한·금지명령)를 위반한 목사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고 있었다.

대면 예배 강행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목사 중 하나인 광주안디옥교회 박영우 목사는 7월 7일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영우 목사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일던 지난해 8월 말, 집합 금지명령에도 금요 예배와 주일예배(1~4부 및 저녁 예배)를 대면으로 강행했다. 함께 기소된 김 아무개 전도사는 현장을 확인하러 나온 공무원들을 내쫓고 교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들의 행동이 '비신앙적'이라고 지적하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 22:21)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마태복음 구절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종교적 책무뿐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도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그들이 신봉하는 예수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코로나19 감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중차대한 위기에 맞서 국가와 지자체 등 공적 부문과 국민 모두가 협력하여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면 예배만이 올바른 종교의식이라는 왜곡된 인식 아래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중략) 또한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정직하게 법을 지키며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많은 사람에게 박탈감을 안겨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의 준법 의식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

광주안디옥교회처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회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부산·대구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대면 예배 금지명령을 발동했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지역 목사·교인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속출한 데 따른 조처였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대면 예배를 지속했다. 대구광역시 북구의 한 교회 장로는 지난해 9~12월까지 수차례 집합 금지를 위반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올해 3월 대구지방법원은 그에게 벌금 450만 원을 선고했다. 450만 원은 벌칙이 강화되기 전 법정 최고형이었다.

부산시도 8월 26일부터 9월 20일까지 집합 제한 명령을 발동하고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부산시에 따르면 이 기간 현장 예배를 열다 집합 금지명령을 받은 교회만 128곳에 이른다. 시는 집합 금지명령에도 예배를 강행한 교회 목사 13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 당시 적발된 교회 목회자 중 일부가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서구 서부장로교회(서영호 목사)다. 본당에 4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교회인 서부교회는 지난해 8~10월,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500~700명이 참석한 대면 예배를 열었다. 부산시 고발로 서영호 목사는 올해 1월 4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과 위험성, 방역 및 예방 조치의 중요성, 피고인의 집합 제한 명령 위반 횟수와 정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예수교장로회한국총공회 소속인 서부교회는 예배당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도 이런 조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부산시의 집합 제한 및 금지명령에 거듭 불복해 왔다. 지난해 12월 비대면 예배 조처가 재시행되자 또다시 반발하다가 교회 폐쇄를 겪기도 했다. 서 목사는 이에 반발하며 세계로교회(손현보 목사)와 함께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기각됐다.

부산 연제구 교회의 한 목사도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부산시 집합 금지명령을 두 차례 위반하고 교인 40여 명과 함께 대면 예배를 열었다가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기간 대면 예배를 연 동구 소재 교회 한 목사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 송파구 한 목사는 지난해 10월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가 고발당해 올해 1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이 교회는 9월에도 현장 대면 예배를 열어 집합 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 명령에 불복하고 40여 명을 모아 두 차례 예배를 연 것이다. 구청은 교인들이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의 한 목사도 지난해 8월 비대면 예배 조처를 무시하고 두 차례 현장 예배를 열었다. 용산구청은 바로 고발하지 않고 9월 1~14일 집합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지만, 목사는 이를 무시하고 교인 약 30명과 함께 예배를 열었다. 그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울산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성탄절 예배를 비롯해 대면 예배를 3차례 강행한 중구 소재 한 교회 목사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고 7월 12일 밝혔다. 이 목사는 인터콥선교회(인터콥·최바울 대표) 관련 감염 확산세가 심각하던 지난해 12월 지자체 집합 금지명령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지난해 4월부터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사건은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 구속 후 대면 예배를 이끌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고영일 전 기독자유통일당 대표 등은 지난해 4월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해 재판에 넘겨졌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9월 두 번째 심문 기일이 열린다.

인터콥 최바울 대표는 8월 25일 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 대표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고, 방역 방해 혐의와 집합 금지명령서를 떼어낸 혐의를 받는 인터콥 간부 2명에게는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4월을 구형했다.

지난해 3월 22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서울시는 방역 수칙을 어겼다면서 2주간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불복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해 3월 22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 서울시는 방역 수칙을 어겼다면서 2주간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불복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는 교회에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우려를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교회는 대면 예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최악의 위기 앞에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는 지금,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는 부디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해당 교회를 찾아뵙고 간곡히 이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협조 요청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대면 예배 조처(정원 10% 이내, 최대 20명까지 허용)에도 사랑제일교회와 은평제일교회(심하보 목사), 예수성결비전교회(안희환 목사) 등은 여전히 방역 수칙을 무시하며 대면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서울시는 7월 21일 브리핑에서 일단 과태료 부과 및 운영 중단 통보만 내린 상태며, 이를 무시할 경우 시설 폐쇄 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마저도 불응하면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시설 폐쇄 명령에 불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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