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시나리오 수립 쟁점 점검…"기후 위기 및 탄소 중립 선교적 과제로 삼아야"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통령 직속 기구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8월 5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번 시나리오는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전략에 따라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를 전망하고, 이를 위한 정책 수립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학계·산업계·시민단체 소속 민간위원과 각 부처 장관 97명으로 구성된 탄중위는 정부의 기술작업반 시나리오를 토대로 2개월간 시나리오 초안 작업을 해 왔다.
탄중위는 핵심 감축 수단을 다르게 적용한 세 가지 안을 내놨다. 1안은 기존처럼 석탄 발전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이고, 2안은 석탄 발전은 중단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지속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 3안은 화석연료 및 가스 사용을 모두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2760만 톤이다. 이는 세계 1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기 중 누적 배출량도 13위다. 특히 인구 1명당 배출하는 탄소량은 세계 평균 4.4톤의 2.5배인 11.8톤이나 된다. 탄중위 시나리오 1·2·3안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96.5%, 97.4%, 100%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제는 1·2안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각각 2540만 톤, 187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탄중위의 시나리오 초안은 공개되자마자 시민사회와 기후·환경 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안은 1개(3안)에 불과하고, 기후 위기의 주범인 석탄 발전을 여전히 유지하는 안(1안)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탄중위 민간위원으로 시나리오 수립 과정에 참여한 이유진 연구원(녹색전환연구소)은 "지금 나온 수치가 정답은 아니다. 초안은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의미와 한국교회의 과제를 짚어 보는 시간이 열렸다. 100여 개 기독 단체·교회로 구성된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8월 12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주제로 온라인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이유진 연구원이 발제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문화위원장 안홍택 목사(고기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가 토론에 나섰다.
이유진 연구원은 배출한 탄소를 흡수해서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식의 '탄소 중립'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대기 중에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려면 나무를 심거나, 탄소 포집 저장 기술을 이용해야 하는데,이 기술에는 비용·공간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보다는 석유·석탄·가스와 같은 화석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각 시나리오 안에 따라 전환·산업·수송·건물·농축수산·폐기물·흡수원·수소 등 부문별 탄소 배출 감축 방안을 설명했다. △산업 부문에서 수소 환원 제출 기술 도입 △수송 부문에서 전기·수소차 보급 △건물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및 지역난방 활용 △흡수원 부문에서 산림 흡수력 강화 및 초지 면적 확대 등을 통해 부문별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탄중위에서 '국민 참여' 분과를 맡은 안홍택 목사는 정부·기업·시민·종교·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성장 논리를 벗어나 탄소 중립 실현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안 목사는 "기후 위기는 교회가 기존에 가졌던 개념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구약 시대 예언자들이 우상숭배에서 돌이키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처럼, 기후 위기는 인간이 산업화 이후 누려 왔던 석유·화석 문명을 멈추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회는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우물쭈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단·신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안 목사는 교계 내부에 존재하는 소수 환경 단체들의 움직임이 개교회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다양한 단체가 연합해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교회가 부활절·성탄절 등 절기를 공히 지키는 것처럼, '환경 주일'을 함께 지키고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을 선교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진형 목사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부족함과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막 숙제를 부여받은 상황이다. 시민사회와 교회가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시나리오로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연구원도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초안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 사회를 향한 경로를 만들어 가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시민들의 언어로 각 영역별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