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하는 '정규 예배 외 식사 제공 및 소모임 금지' 조치가 7월 10일 오후 6시부터 시행됐다. 정부에서는 "5월과 6월 집단 발병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분석해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5월 한 달간 교회 관련 감염 현황이 어떤지 분석하는 기사를 쓴 바 있다. 이번에는 5월 20일부터 7월 10일 현재까지 교회 관련 확진자 현황(이단 포함)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자료를 토대로 살펴봤다.

이 기간 방역 당국이 '교회 관련'으로 특정해 분류한 사례는 17개 유형 372건이다. '교회 관련'으로 표기한 이유는, 최초 확진자(지표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교인뿐 아니라 이들에게 n차 감염된 가족·동료 등 비교인 사례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에녹총회 집회 관련(일명 '수도권 개척 교회 관련')이 119명으로 전체 사례 중 ⅓을 차지한다. 이어 서울 왕성교회 관련 39명, 용인 큰나무교회 관련 31명, 안양 주영광교회 관련 24명, 안양·군포 목회자 모임 관련 23명, 광주 일곡중앙교회 관련 20명, 광주사랑교회 관련 17명, 한국대학생선교회·원어성경연구회 관련 각각 14명, 동인교회·하나님의교회(이단) 관련 각각 11명, 구미엘림교회 관련 10명, 예수비전성결교회·예수말씀실천선교회 관련 각각 9명, 중국동포교회 관련 8명, 수원중앙침례교회 관련 7명, 대전꿈꾸는교회 관련 6명 등이다.

이 사례 중 상당수가 밀접·밀집·밀폐(3밀) 공간에서의 모임, 소모임, 식사 등에서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예배를 통한 확산은 대형 교회에서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소모임과 주일예배 구분이 모호한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에서 발생했다.

 

에녹총회 관련 사례는, 5월 말 몇몇 목회자가 서로의 교회를 번갈아 방문하며 큰 소리로 찬양을 부르거나 기도하는 주중 집회를 열면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교회가 밀폐된 작은 공간인 데다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에녹총회 관련 사례는 6월 1일 첫 확진자 집계 후, 15일까지 매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누적 119명을 기록하고 있다. 목회자 간 감염에서 시작해 이들의 가족, 가족의 직장 동료 등으로 전파됐다.

서울 왕성교회 관련 사례는 성가대·수련회 참석 과정에서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왕성교회 최초 확진자(지표 환자)는 6월 18일 성가대 모임에 참석하고, 19~20일 안산 대부도 수련회에 참석했다. 21일 주일예배 참석자 등 170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6월 25일부터 7월 9일까지 거의 매일 1명씩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총 3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교회 측은 수련회 과정에서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했고, 함께 식사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6월 27일부터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안양 주영광교회 관련 사례는 주일예배 후 공동 식사를 제공한 것이 감염원으로 파악됐다. 마찬가지로 5월 말 단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경기중부노회 목회자(안양·군포 목회자 관련) 사례에서도 지금까지 총 2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 31명이 나온 용인 큰나무교회 관련 사례는 아직 역학조사 중이지만, 역시 밀접 접촉 과정에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 당국은 6월 초 양천구 탁구장에서 감염된 사람이 큰나무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고 밝히고 연관성을 검토하고 있다. 교인 수 30명 남짓한 이 교회는 용인 한 아파트 지하상가에 위치해 있다.

방문 판매 업체 '리치웨이'발 사례로 분류되는 중국동포교회(8명)와 예수비전교회(9명), 예수말씀실천선교회(9명) 관련 사례도 비슷하다. 이 가운데 6월 8일 발생한 중국동포교회 관련 사례의 경우는 예배가 아닌 공동 주거 시설 '쉼터'에서 발생한 것이다. 예배 참석자 중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뉴스1>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구로구청 관계자는 "예배 참석자들과 거주자는 동선이 겹치지 않고, 참석자들은 예배 과정에서 문진도 다 완료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동포교회에서는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광주에서도 방문 판매 업체를 중심으로 한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재적 1500명에 달하는 일곡중앙교회는 7월 4일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총 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늘(10일)도 확진자가 1명 발생하는 등 현재진행형이다. 일곡중앙교회 교인들은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는 등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방문 판매 업체에서 파생된 광주사랑교회와 관련해서도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7월 2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확진자가 조금씩 추가돼 10일 현재 총 17명이다.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이 교회 교인은 20명 규모다.

정부는 교회가 공예배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예배당 전체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예배는 종전과 같이 하되, 최근 감염 사례가 지속 발생하는 소모임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는 교회가 공예배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예배당 전체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예배는 종전과 같이 하되, 최근 감염 사례가 지속 발생하는 소모임을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갈무리

위 사례에서 보듯 공예배에서는 감염이 많지 않았다. 교인 9000명에 이르는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는 지금까지 확진자가 총 7명 발생했지만 주일예배를 통해서는 확산하지 않았다. 교인들이 교회 바깥에서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교회들이 예배에서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소모임', '큰 소리의 찬송 등 침방울이 튀는 행위', '식사'를 자제해 달라고 지난 두 달간 거의 모든 브리핑에서 호소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교회에서 매개가 됐던 여러 감염 사례를 분석해 보면, 정규 예배 등에서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 나왔던 것들이 다 소규모 모임이나 식사이지, 일반적인 예배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때문에 교회 전체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왜 클럽과 노래방은 놔두고 교회만 탄압하느냐"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유흥 주점, 노래방, 체육 시설, 공연 시설, 감성 주점 등에 더해 뷔페, 방문 판매 업체, 대형 학원 등이 이미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예 운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클럽 같은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 금지' 명령까지 내린 상태다.

중대본은 10일 브리핑에서 "오늘 18시부터 시행되는 교회에서의 핵심 방역 수칙 준수 의무화에 교단과 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드리며, 철저하게 방역 수칙이 지켜지는 곳이라면 제한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