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교회 3곳에서 7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체류한 것이나 공동 식사를 진행한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7월 말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송파구 문정동 사랑교회 예배당. 뉴스앤조이 최승현
8월 들어 교회 3곳에서 7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환기가 안 되는 공간에서 체류한 것이나 공동 식사를 진행한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7월 말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송파구 문정동 사랑교회 예배당.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잠잠하던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최근 또다시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 따르면, 8월 초에만 교회 3곳에서 확진자 총 67명이 발생했다.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고양시 일산동구 반석교회 관련 33명, 덕양구 기쁨153교회 관련 22명, 김포 주님의샘교회 12명이다. 세 교회 모두 최초 확진자(지표 환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반석교회는 최대 5차 감염까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최초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감염 교인의 직장인 어린이집과 남대문시장 등으로 확진자가 퍼져 나갔다. 11일 현재 반석교회 관련 확진자 33명은 교인 10명, 교인 가족·지인 3명, 어린이집 종사자·원아 4명, 이들의 가족·지인 8명,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 7명, 중앙상가 1명이다.

덕양구에 있는 기쁨153교회에서도 예배에 참여한 교인 8명과,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이 교회 담임목사 아내를 통해 해당 학교 교직원 2명 등 총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표 환자는 이 교회 담임목사로 추정된다. 방역 당국은 이 목사가 평일 강남 다단계 판매 업체 엘골인바이오에 근무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기쁨153교회는 엘골인바이오 관련 2차 감염 사례다.

방역 당국은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님의샘교회 목사와 교인 등 총 6명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교인 8명, 교인 가족 1명, 교인 직장 관련 3명 등 총 12명이며, 방역 당국은 이들과 고양시 교회 확진자의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한편,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의료 선교 단체 누가선교회(주대준 회장)에서도 소모임을 통한 감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진자 5명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8월 4일 발생한 은평구 확진자를 조사하던 중, 이들이 7월 19일 누가선교회 소모임에 참석한 것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을 찾아냈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교인들이 예배 후 식사를 같이한 점을 감염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한 반석교회와 기쁨153교회, 주님의샘교회, 누가선교회 소모임 등 모든 곳이 예배 후 공동 식사를 했다. 게다가 이 교회들은 규모가 작아 예배당 내부가 좁고 지하 등에 있어 환기가 불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역 당국은 이런 요인들 때문에 감염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교회 내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다시 방역 강화를 조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8월 7일 브리핑에서 "많은 종교인이 노력해 예전처럼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소규모 교회나 소모임 등을 통한 집단 발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사한 사례가 계속 지속될 경우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이지 않는 것'이지만, 온라인 예배 등이 어려운 작은 교회라면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식사 등을 자제하는 게 도움이 된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늘 강조하는 대로, 마스크는 실내에서도 절대 벗으시면 안 된다. 공동 식사나 간식 제공은 아예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 행사 후 소모임도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고양시 행정명령에 고양 교계 반발
"공산국가도 아니고 왜 감시하려 드냐"
"탄압 운운, 선교 전략적으로도 악수,
이웃 교회 돌봐야" 자성론도
한교총 "지하·상가 교회 방역 철저히 해 달라"
고양시는 8월 8~23일, 김포시는 '8월 12~30일 소모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종교 시설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했던 소모임 및 식사 금지 조치와 같은 내용이다. 이재준 고양시장 페이스북 및 김포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고양시는 8월 8~23일, 김포시는 '8월 12~30일 소모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종교 시설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했던 소모임 및 식사 금지 조치와 같은 내용이다. 이재준 고양시장 페이스북 및 김포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지역 감염이 확산하면서 또다시 지자체와 교계 간 충돌이 나타났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고양시는 8월 9일부터 2주간 고양시 관내 교회에 소모임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합 제한 명령'을 내렸다. 고양시 교회는 약 1200곳으로 추정된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8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현 단계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중대 고비로 생각하고 있다. 9일부터 2주간은 모든 종교 활동과 단체 모임, 식사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김포시도 8월 12일부터 30일까지 김포 내 종교 시설을 대상으로 동일한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그러자 고양시기독교총연합회는 부시장을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표회장 오성재 목사는 8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고양시 공무원들이 주일예배에 와서 조사한다고 하기에 강력히 반대했다. 공산국가도 아니고 왜 감시하는가. 고양시 교회가 1200곳인데 2곳 감염됐다고 이런 조치를 발동하면 안 된다. 식당에서 확진자 나오면 관내 식당 전체를 문 닫게 할 것인가. 교회를 개·돼지 취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부시장에게 항의한 결과, 시청에서는 현장 방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 바이러스가 있어서 퍼진 게 아니다. (기쁨153교회 목사는) 다단계 하는 분이다. (생활이) 어려워서 사업을 하시다 보니 거기서 감염된 거고, 교회 와서 퍼뜨린 것이다. 반석교회도 찾아가 봤는데, 다들 확진 판정받고 입원해서 얘기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곳들은 교회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교인들도 없다. 그런데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니 교회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다단계에서 파생됐다고 해야 한다. 아주 억울한 정도가 아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반응은 방역이나 선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는 목회자도 있었다. 고양시 화정동에서 목회하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도 집합 제한 명령 관련 통보를 받았다. 김 목사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감염 사례 교회를 '이상한 교회'로 낙인찍지 말고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고양 교계에서는 이번 고양시의 결정을 굉장히 불쾌해한다. 교회를 찾아오는 공무원들에게 항의도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지역에 함께 있는 교회인 만큼, 형제자매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함께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것은 선교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다. 공무원들과 멀어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왜 교회만 억압하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목사는 "술집은 놔두고 교회만 뭐라 하는 게 불만이라니, 그럼 교회를 술집과 같다고 취급하는 건가. 오히려 교회니까 사회에서 좀 더 모범적 역할을 보여 달라고 기대하는 거다. 교회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 직업에 상관없이 모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허브' 역할을 한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내과 전문의 이재갑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도 8월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회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다시 시작이다. 아직도 교회를 왜 탄압하느냐고 할 건가. 이제는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고, 교회에 모범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한교총은 8월 11일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교회의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전국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를 발표했던 7월까지만 해도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던 한교총은, 지하실 또는 작은 공간을 사용하는 교회들에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교총은 8월 11일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교회의 방역 실패'를 인정했다. 전국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를 발표했던 7월까지만 해도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던 한교총은, 지하실 또는 작은 공간을 사용하는 교회들에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확산세가 지속되자 평소 '방역 실패 책임을 교회에 떠넘기지 말라'며 대립각을 세워 오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문수석·김태영·류정호)도 이례적으로 "방역에 실패한 교회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냈다. 

한교총은 8월 11일 보도자료에서 "교회를 통한 확산 상황은 '교회의 방역 조치 미흡'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주민은 물론 지역 교회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교총은 이어 "해당 교회 입장에서 보면 외부에서 들어온 확진자를 통해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변명할 수 있겠지만, 같은 경우라도 철저한 방역을 실시한 교회의 경우 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역에 실패한 교회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회원 교단 30곳에 통해 교회 5만 6000곳에 '소속 교회 자발적 방역 강화 조치 요청' 공문을 보내고, 회원 교단에 "지하실 혹은 작은 공간을 사용하는 교회 경우 3밀(밀폐·밀접·밀집)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철저한 방역 원칙을 준수하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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