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신학위원회가 포럼을 열었다.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6월 12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포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이어진 분단 상황이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분단 체제, 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문숙 목사(교회협 여성위원회)는, 분단 체제가 가부장제를 더 공고히 했고 한국 사회 각종 불평등의 근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교회 여성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분단 상황에 대한 반공적 교회 담론은 남성 목회자가 주도했고, 가부장적 위계 구조 속에서 복종과 순종을 신실함의 척도로 삼게 된 교회 여성들은 북한을 악마시하는 목사의 가르침과 선동에 압도됐다. 목사의 말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고, 북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로 북한 복음화와 흡수통일에 대한 전사적 신념을 키웠다."

이문숙 목사는 교회 문화가 여성들을 군사주의 문화에 순응하도록 이끌었다고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교회 내 여성들의 활동은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교회는 남성이 하는 일은 공적 영역 활동으로 보고, 여성이 담당한 돌봄·봉사는 사소하면서도 중요하지 않은 일로 간주했다.

뿌리 깊은 반공이 각종 혐오와 차별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일부 기독교인은 공산주의가 있는 곳에 동성애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성소수자를 공격하기 위해 그들이 공산주의와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나란히 언급한다. 공산주의가 그만큼 위험했으니 성소수자도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혐오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구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는 6월 1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신학 포럼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는 6월 1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신학 포럼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반공주의가 또 다른 혐오와 차별로까지 이어진다는 의견에 최형묵 목사(교회협 정의평화위원장)도 동의했다. 최 목사는 '분단 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의 신학(신앙)'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분단 이데올로기는 처음에는 반공주의를 만들어 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분단' 이데올로기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단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 차별의 논리를 양산하고 정당화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타자를 정죄하며 스스로 정당성을 내세우는 고질적인 병폐가 한국교회 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반공주의 전선은 반동성애·반이슬람·반이주민 전선으로 연장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교회의 한국전쟁 인식과 역사적 반성'을 주제로 발표한 홍승표 교수(감신대 외래)는, 한국교회가 겪는 △물신주의 △반공주의 △친미주의 △정교유착 △교회 분열이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반공주의는 남한 교회에 유입·정착한 북한 출신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들은 공산주의가 반민족적이고 비국민적인 '사탄'과 동일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교조화했다. 홍 교수는 "'빨갱이'로 나타난 차별의 언어는 또 다른 차별을 합리화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근거이자 메커니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생존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물신주의는 경제 성장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고착화했다. 홍 교수는 "한국교회는 반공주의와 성장주의로 무장된 대형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것이 기독교의 근본정신과 토대를 위협하는 물신숭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소명'을 주제로 발제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교회가 과거 통일 운동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했다. 1980년대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통일 운동을 펼친 점은 높이 사야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교회에 시대를 선도하는 통일 운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부터 성장 주도적 선교 활동에 매몰되어 한반도 통일 선교의 관심을 이끌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정부와 시민단체가 통일 운동을 주도했다. 교회는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교회의 통일 운동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했다. 김희헌 목사는 교단이나 연합 기구처럼 큰 단위가 아닌 작은 교회 교인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시민사회나 이웃 종교와도 연대하는 운동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북에 일방적으로 물건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협력 사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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