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1월 3일 사망했다. 미국은 이라크 민간 공항을 정밀 타격하는 방법으로 솔레이마니를 공격했다. 이란에서 크게 존경받던 솔레이마니가 사망하면서 중동에 군사적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이다. 이란은 1월 8일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는 이번 사건과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허원배 위원장)는 1월 7일 성명에서 "미국의 도발이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에 미칠 부정적·위협적 악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화해통일위원회는 무엇보다 이번 공습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이 당국자와의 협의 없이 이라크 민간 시설을 폭격해 이란의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권 침해 행위가 갈등 상황에 있는 한반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미국은 중동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화해통일위원회는 이처럼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는 "미국의 패권적 군사 정책에 협력하는 호르무즈 파병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관계 당국이 외교적 수단과 대화로 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폭살에 대한 성명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와 같은 미국의 도발이 중동을 비롯한 동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칠 부정적이며 위협적인 악영향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우리는, 전쟁과 테러의 위협을 동반한 미국의 군사정책이 중동과 국제사회를 넘어, 이 땅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미국과 이란의 정부 지도자들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의 갈등을 외교적 수단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란의 정부 인사가 전장이 아닌 민간 공항에서 살해당한 사태에 대해 이란 국민들과 함께 공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노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국전쟁 70년의 아픔을 안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전쟁이 초래한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양국이 이번 사태를 외교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정부 당국자들과의 협의 없이 이라크 영토에서 타국의 지도자를 향한 공습을 자행한 것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목도하면서, 이러한 주권 침해의 행위가 한반도를 포함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우려를 떨쳐낼 수가 없다.

2. 미국이 이 같은 선제적 공격 행위를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선제적 행위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최악의 비상 상황에 돌입될 때 가능하다는 국제법적 관례로 볼 때, 과연 이번 행위가 합법적인 선제적 정당방어였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태가 선제적 공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갈등 상황의 맥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3. 우리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조장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패권적 군사정책에 협력하는 호르무즈 파병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 우리는 이번 중동 지역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해당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염려하면서 미국과 관계 당국들이 외교적 수단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평화를 바라는 세계 시민들은 이란이나 북한보다는 미국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교회와 함께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기도하면서 폭력과 테러로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0년 1월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 허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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