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진원지로 드러난 중국 우한에 신천지 신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 정부도 신천지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월 27일 보도에서 중국 본토에만 신천지 신도가 2만 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신천지 공식 발표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천지 해외선교부장은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해외 교인은 총 1만 9051명이고, 우한 지역 교인은 357명이다. 이 가운데 356명은 중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다. 한국인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신천지 포교 방법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발표된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 중국 신천지 신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가 해외에서도 신분을 숨기고 기성 교회 신자들을 몰래 빼 가는 형태로 포교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중국 한 도시에서 10년째 가정 교회(B교회)를 목회해 온 S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안의 인정을 받은 삼자교회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가정 교회에까지도 신천지가 침투해 교인들을 빼 가고 있으며, 워낙 비밀스럽게 포교하기 때문에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 목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서 신천지 실체가 드러나는 이때, 중국 교회들도 신천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뉴스앤조이>는 3월 2일, S 목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민감한 얘기 때문에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아래는 약 1시간 동안 나눈 대화 일문일답.

중국 한 도시에서 가정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S 목사가 신천지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고 알려 왔다. 평소 S 목사와 교류해 온 김 아무개 목사가 통역으로 도움을 줬다. 3월 2일 메신저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중국 한 도시에서 가정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S 목사가 신천지 때문에 피해가 심각하다고 알려 왔다. 평소 S 목사와 교류해 온 김 아무개 목사가 통역으로 도움을 줬다. 3월 2일 메신저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중국 한 대도시에서 30~40명이 모이는 가정 교회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 주관하던 교회가 3곳이었는데, 지금은 정부 때문에 1곳으로 축소됐다. 지역 가정 교회 사역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하고 있다.

- 한국 크리스천은 대부분, 중국에서는 정부가 공인한 '삼자교회'만 허용하고 가정 교회는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있는 이 도시에도 가정 교회가 무수히 많다. 수백 명 모이는 데도 있고 7~8명 모이는 곳도 있다. 작은 교회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공안이 가정 교회를 핍박한다는 얘기는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는 묵인하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면, 예배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 주겠다. 교회 규모가 커져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공안이 직접 와서 감시하는 경우도 많고, 가정 교회 목사를 면담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안에 (주민들에게 배포할) 서류를 비치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와서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신고했다며 주의를 주기도 한다.

- 예배당을 폭파·철거한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아는 범위에서 말하자면, 큰 도시 교회들은 괜찮다. 대도시 중심지에서는 공안도 신사적이다. 다만 변두리에 있는 도시는 엄하다. 말로 안 하고 무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고 들었다. 삼자교회는 교회 안에 중국 국기도 걸어 놓고 예배할 때 중국 국가도 부르게 한다.

S 목사는 신천지가 중국 가정 교회 교인들에게 '성경 공부'를 제안하며 접근해 교인을 빼 간다고 말했다. 비밀스럽게 모이기 때문에 모이는 장소나 지도자, 전체 규모 등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S 목사는 신천지가 중국 가정 교회 교인들에게 '성경 공부'를 제안하며 접근해 교인을 빼 간다고 말했다. 비밀스럽게 모이기 때문에 모이는 장소나 지도자, 전체 규모 등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신천지가 중국에서도 활동한다. 실제로 겪은 일이 있나.

지금 신천지가 한국에서 크게 문제시되고 있지만, 중국 가정 교회도 아주 오래전부터 신천지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신천지는 가정 교회 교인들도 빼 간다. 중국에는 워낙 이단 종교가 많다. 예전에는 가정 교회마다 '동방번개'(전능신교)에 한 번씩 당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신천지다. 우리 교인 두 명도 신천지가 아닌지 모르고 들어갔다가, 힘들게 돌아온 경우가 있었다. 장시간 양육해서 신앙을 되돌려야 했다. 마음이 아프다.

- 신천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가.

가정 교회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역자·동역자 등 '일꾼'이라고 부르는 중직자를 빼 가는 경우가 많다. 성경을 갖고 쳐들어오니 당할 수밖에 없다. 요한계시록이나 다니엘서 구절을 들며 얘기하니까, 성경 지식이 약한 가정 교회는 '이 말이 맞구나' 하고 신천지에 빠진다. 삼자교회에서는 성경을 가르쳐 준다면서 일반 교인들을 빼 간다. 삼자교회는 신앙적으로 허술하다 보니 가정 교회 같은 헌신된 '일꾼'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천지가 빼 간 신자들을 어디 데려가서 어떻게 공부시키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나도 가서 받아 보겠다고 했는데, 장소를 수시로 변경하더라. 그냥 공부하러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은 신천지 리더급 인사들 연락처를 알 수 없다. 리더급은 한국인 같고, 중간 관리자 중에는 중국인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워낙 비정상적으로 숨어 다녀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 기본적으로 공안의 압박도 있는데, 신천지까지 침투해 가정 교회가 더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은 신천지가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신천지가 젊은 친구들과 대학생 중심으로 포교하니 더 위협이 된다. 이단들은 성경을 가지고 교회를 갈라지게 하고 싸우게 해서 힘들다. 동방번개뿐 아니라 과거 오묘파(비밀파)라는 이단 조직이 있었는데, 성경을 들고 유식한 척하면서 가정 교회 사역자들을 유혹했다. 가정 교회 교인들은 다니엘서나 요한계시록을 잘 모른다. 말하기 어렵고 겁나는 주제라고 느낀다.

홍콩 지역 유력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도 신천지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신천지 신도가 2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도 추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홍콩 지역 유력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도 신천지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신천지 신도가 2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도 추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떤가.

우한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코로나19가 심각한 도시 중 하나다. 공식 통계가 나오기는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안 믿는다. 지금까지 속아 왔기 때문이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열이 나거나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보고하지 않는다.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격리되고, 격리되면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상을 숨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확진자가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가정 교회들도 모든 예배를 중단했다. 중국은 체제상 정부가 중단시키면 전국이 순식간에 중단된다. 예배나 전도, 교제를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다.

- 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도 신천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신천지와 관련해 한국 크리스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서도 신천지 문제가 거론되면서, 일반 크리스천도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신천지가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너희도 비슷한 부류 아니냐"고 일반 기독교인에게도 욕한다. 이런 부분이 힘들다. 목사로서 이번에 신천지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지역 교회들과 연합해서 성명서도 발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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