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두 번 무릎 꿇어 사죄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두 번 무릎 꿇어 사죄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신천지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에 있는 별장 '평화의궁전'에서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천지 신도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 면목 없다며 두 번 엎드려 절했다.

신천지에서 2일 오전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공지한 탓에, 평화의궁전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렸다. 신천지 측은 안전과 방역 등의 이유로 일부 기자만 출입을 허용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져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약 20분 늦게 시작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만희는 거듭 "죄송하다", "사죄한다", "협조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여러분에게 뭐라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모든 국민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왔다. (코로나19) 확산이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 오고 있고, 우리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만희는 "정말 면목이 없다. 여러분에게 엎드려 사죄를 구하겠다"며 무릎을 꿇어 절했다. 그는 "변변치 못한 사람이 제대로 못 한 것 용서해 달라. 이 바쁜 시기에 정부 당국에서 우리 교회(신천지)를 위해 노력해 주신 데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우리 힘이 미치지 못해 정부 당국에서 와서 지금까지 힘껏 코레라(코로나19를 잘못 말함 – 기자 주)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 줘서 너무나 고맙고 고맙다. 이 정부에도 용서를 구한다"고 말하고, 다시 한번 엎드려 절했다.

신천지 내부에서 '이긴 자'로 불리는 이만희는 이날 연신 "죄송하다", "사죄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금은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신천지 내부에서 '이긴 자'로 불리는 이만희는 이날 연신 "죄송하다", "사죄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금은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이만희는 신천지가 최선을 다해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교인들은 자녀와 같다. 이러한 무서운 병이 와 있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고 있겠는가. (당연히) 고치려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코로나19 확산을 물리치는 데 앞장서자고 했다. "이것(코로나19)은 크나큰 재앙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것인지 따질 때가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만희는 "우리는 코로나19 확산만은 막아야 한다. '내 집안 사람', '내 교회 사람' 선을 넘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모두 협조해서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말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한 가평 평화의궁전 앞에 취재진이 대거 몰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한 가평 평화의궁전 앞에 취재진이 대거 몰려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자들에게 질문도 받았다. 1931년생인 이만희는 "귀가 밝지 않다"며 관계자를 불러 앉혔다. 기자들이 질문하면 옆에 앉은 관계자가 이만희 귀에 대고 질문을 옮겨 줬다.

맨 처음 "영생불사한다고 생각하느냐", "(코로나19가) 말세 징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사회를 본 신천지 홍보부장은 "오늘은 코로나19에 대한 질문만 받고 종교적인 부분은 받지 않겠다"며 이를 차단했다.

이만희는 2월 21일 신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로나19를 '마귀의 짓'이라고 한 바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도 있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신천지 관계자들이 나서서 답했다. 신천지는 이만희가 2월 29일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3월 2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가평군 선별 진료소로, 이만희 별장과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검사를 언제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만희는 엉뚱한 답을 했다. "검사받으라고 연락이 와서 받았다. 어떻게 됐는지 (결과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작년 10월에도 그렇고 매년 독감 주사 맞는다. (문제가 있으면 타인과) 접촉하면 안 될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곁에 있던 신천지 관계자들이 이만희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서류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만희는 2월 17일 가평에 왔다고 했다. 그는 "이 사람(본인을 지칭)은 한곳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왔다 갔다 일을 봐야 하는데, 한 군데 가만히 있을 팔자가 못 된다. 2월 17일 여기 왔다. 왔다 갔다 그리한 거다"고 말했다. 곁에 앉은 관계자가 "어디 움직이지 않고 여기 있었다고 하시라"고 하자, 기자들이 "정확히 말씀해 달라"고 항의했다. 이만희는 "여기 있기도 하고 어디 다녀오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정확하게 밝혀 달라며 항의하자 이만희는 화를 내며 "조용히들 하라. 우리는 다 성인이다. 질서가 없고 난장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자리를 떴고, 신천지 내무부장과 해외선교부장이 나와 정부에 제공한 데이터와 신천지 교인·건물 현황을 보고했다.

평화의궁전 바깥에서는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피해자들이 이만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평화의궁전 바깥에서는 신천지에 자녀를 빼앗긴 피해자들이 이만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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