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온누리교회가 교사 지침을 발표했다. 교사 의무 사항에는 유신진화론 반대, 동성애 반대가 들어가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차세대사역본부가 올해 초 발표한 '행복한 부서를 위한 바른 교사 되기' 지침서가 소셜미디어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침서에는 교회 교사의 자격·구분·의무 등이 적혀 있다. 등록 교인, 세례 교인으로서 신입 교사 교육을 수료한 사람이 온누리교회 교사가 될 수 있다. 정교사·부교사·헬퍼로 구분된다. 의무 항목을 보면, 성경 1독과 큐티를 해야 한다. 온누리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이 발표한 이단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신천지 등 이단 관련 단체 활동과 교회가 허가하지 않은 성경 공부, 활동을 하면 안 된다.

논란이 된 부분은 그다음에 나오는 조건인 '유신진화론 반대'와 '동성애 반대'이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이 지구를 창조할 때 생명체에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줬으며, 진화를 거쳐 지금의 다양한 생명체가 생겨났다는 가설이다. 교회학교 교사가 되려면 사실상 유사 과학으로 분류되는 창조과학을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과신학의대화 대표 우종학 교수(서울대)는 2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누리교회 교회학교 교사 지침서와 관련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진화를 수용한다는 이유로 교사 자격을 박탈하는 일을 넘어, 이제는 진화를 반대한다고 서약서까지 제출해야 교사로 세운다고 한다. 과학 지식을 거부한다고 밝혀야,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반대한다고 서약해야, 주일학교 교사를 시킨다면 그 주일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한 주일학교가 되는 것이냐"고 썼다.

주류 과학은 부정한 채 창조과학에 매달리는 온누리교회를 거듭 비판했다. 우 교수는 "온누리교회는 여전히 창조과학을 전파하고 있다. 지구 나이가 1만 년밖에 되지 않았고, 지구가 생성된 후에 태양이 만들어졌다는 허황된 가르침을 교회에서 가르친다. 그것은 복음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복음을 망치는 지름길이다"며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지식을 성경을 근거로 반대하면 성경의 권위를 세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경을 우습게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된다"고 꼬집었다.

우종학 교수는 △과학을 통해 밝혀진 자연사, 즉 우주·지구·생명의 역사를 수용하면 주일학교 교사를 할 수 없나 △중고등학교 과학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을 수용하고 그것이 모두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고백하면 교사의 자격이 없나 △온누리교회 목회자들은 진화를 수용한 그리스도인들을 모두 가짜로 보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온누리교회에 12년간 출석했다는 한 교인도 페이스북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유신진화론 반대'를 말하지만 결국 원하는 건 '창조과학 찬성'이다. 요즘도 창조과학을 진리라 믿고 붙잡고 있는 모습이 너무 딱하다. 또 창조과학을 반대한다고 유신진화론을 찬성할 거라는 가정도 웃기다.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헛소리를 하는지, 유신진화론은 무엇을 말하는지 전혀 지식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온누리교회 측은 말을 아꼈다. 교회 관계자는 2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세대 부서가 담당인데, 인터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짧게 말했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연락을 기다렸으나, 교회 측은 연락이 없었다.

온누리교회 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창조론은 온누리교회 교육목표라며 이해를 구했다. 그는 "우리 교회 방침은 창조론에 입각해 아이들의 신앙을 키우는 것이다. 이재훈 목사님은 창조론을 굉장히 강조하신다. 나도 과학을 전공했지만,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창조론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 초대 12가정이 대개 창조론자들이었다. 우리 교회에서 창조론은 생명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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