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물 위 걸은 것 믿느냐" 등 사상 검증 이어져…황덕형 총장 "진화론 맞다는데 놔둘 수 없어"

서울신대 법인이사회가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유신진화론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박영식 교수 중징계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서울신대 법인이사회가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유신진화론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박영식 교수 중징계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황덕형 총장)가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 온 박영식 교수(교양교육원)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박 교수가 '지구 나이 6000년설', '성경적 창조론' 등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유신진화론을 옹호해 왔다는 이유다. 서울신대 이사회(백운주 이사장)는 3월 6일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 요구서를 보내 박 교수의 중징계를 주문했다. 중징계는 최소 정직에서 최고 파면에 이르는 처분이다. 

박영식 교수는 2020년 11월,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MTS(평신도 신학 석사) 과정으로 김 아무개 박사의 창조과학 강의가 개설되자 소셜미디어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김 박사의 수업 계획서에는 "역사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예언하시고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증거를 소개하고자 한다"며, 홍수와 노아의방주, 인류의 기원과 예수의 탄생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박 교수는 "신학이 갖춰야 할 양 날개는 성서 적합성과 시대 적합성"이라면서 "신학적 주장은 우리 시대에 통용되고 있는 학문들과 소통 가능해야 한다"고 썼다. 

이 내용이 서울신대가 소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목회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논쟁이 벌어졌다. 창조과학을 옹호하는 교단 구성원들은 박 교수가 유신진화론 입장에서 창조과학을 폄하한다고 비난했다. 유신진화론은 과학으로 창조를 설명하려는 '과학적 창조론'과 구분되는 '신학적 창조론'으로, 진화 과정도 하나님의 창조 섭리 아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일부 목회자는 박 교수의 책 <창조의 신학>(동연)과 논문 등 저작물을 모아 서울신대에 고발했다. 박 교수의 의견이 교단과 학교의 이념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창조과학 지지자 고발 받아 든
대학 신학검증위·조사위원회 
"박 교수는 유신진화론자" 낙인

일부 소수 목회자의 문제 제기에 불과했지만, 서울신대는 이 사안을 받아들였다. 2021년 10월 비공개적으로 '신학검증위원회'를 꾸리고 박영식 교수 신학을 '검증'했다. 2022년 1월 신학검증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박 교수가 △유신진화론을 배타적으로 주장하고 △성경 해석과 신학적 방법론에 있어서 과학주의·합리주의적 관점을 적용하며 △이웃 종교를 존중하는 '다자중심주의'를 주장하는 등 개신교 복음주의와 성결교회의 교리적 입장에 배치된다고 쓰여 있었다. 검증위는 결론으로 "학교가 창조와 진화의 주제에 관해 교육함에 있어서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한 성결교회의 교리적 입장에서 명확히 교육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신학검증위원회는 박영식 교수에게 보고서 요약본을 통보하고 '의견'을 제출하라고 했다. 박 교수는 "검증위 태동의 동기와 보고서 작성 이유·경위, 위원 명단과 이들의 신학적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며 황당해하면서도, 8쪽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학교 측의 조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영식 교수는 의견서에서 자신의 창조 신앙이 성결교단 전통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미 성결교회의 사부라고 불리는 이명직 목사님께서는 '종교와 과학은 서로 투쟁할 것이 아니며, 충돌의 원인은 종교가 과학을 배척하고, 과학이 종교를 불신함에 있다'고 했다. 즉 신앙과 과학의 수준을 구분해 주셨고, 지구의 연대에 대해서도 6000년에 붙잡히지 않고 훨씬 더 오래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개방된 자세도 보여 주셨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살아 있는 샘물, 활천이 되어 사중 복음의 생명을 전하는 성결교회의 신학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근거해 현대적 논의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고 썼다.

박 교수는 진화론만을 편향적으로 옹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창조의 신학>에서 '과학주의 무신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검증위는 이를 간과한 듯 보인다. 더 나아가 검증위는 '자연주의적 진화 이론'이란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 개념을 과학적 진화 이론과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개념적 혼동에 빠진 듯 보인다. 나는 리처드 도킨스나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하는 자연주의적 진화 이론을 비판하고 배격한다. 오히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 세계를 창조하시며,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창조를 신앙한다. 하나님의 창조는 자연의 진화보다 넓고 깊다"고 했다. 

서울신대는 박 교수가 유신진화론을 옹호하고 있다며 책 <창조의 신학> 과 강의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서울신대는 박 교수가 유신진화론을 옹호하고 있다며 책 <창조의 신학> 과 강의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박영식 교수의 반박에도, 서울신대는 박 교수에 대한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서울신대 이사회는 2022년 4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박 교수를 불러 "예수님이 물 위를 걸은 것을 믿는지", "성경의 6일 창조를 믿는지" 등을 추궁했다. 박영식 교수가 "그렇다"고 하자 백운주 이사장과 조사위원들은 "박 교수는 합리적이라 그런 거 믿으면 안 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들은 "박 교수의 가르침 때문에 학생들이 혼란에 빠진다", "(대학 기금) 모금이 되지 않는다"면서 박 교수를 거듭 비난했다. 

5월 31일 열린 두 번째 조사위원회에서도 조사위원들은 박 교수에 대한 힐난을 계속했다. "현대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구절을 '박 교수는 과학을 너무 신봉한다'고 하는 식이었다. 조사위원들은 박 교수에게 "책을 시작하면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쓰지 않았다. 그러므로 성경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도 했다. 

황덕형 총장, '자술서' 서명 요구 
'유신진화론 비판' 논문 작성 강요도
거부하자 연구년 '불허'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은 2022년 6월 5일, 박영식 교수와 만나 중재를 해 주겠다며 '자술서'를 내밀었다. 자술서에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의 계시성을 떨어뜨린다는 오해를 일으키는 표현을 수정 △'무로부터의 창조'의 의미를 심화 보완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정 △유신진화론을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창조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제한했다는 우려를 받아들이며 이를 수정 △복음주의 신학의 전통에 배치된다는 우려를 수용해 합리성을 넘어 하나님의 계시성에 기반한 신학을 전개 △<창조의 신학> 등을 강의에서 사용하지 않음 등 조건이 담겨 있었다. 

박영식 교수는 자술서에 서명하라는 요구에 응하는 대신, '신학적 고백과 반성'이라는 글을 직접 써서 총장과 이사회에 보냈다. 학교 측 조사는 부당하지만 연구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교단 구성원들의 염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숙고해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임하겠다고 썼다. 

박 교수의 반성문 제출에도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2022학년도 2학기를 연구년으로 보내며 책 저술에 전념할 계획이었으나, 이사회는 박 교수에게 연구년 기간에 유신진화론을 비판하는 논문을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박 교수는 학자적 양심을 위반하면서까지 유신진화론 반대 입장을 증명하라는 이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울신대는 2학기 개강을 문턱에 둔 8월 22일, 박영식 교수의 연구년 신청을 불허했다. 박 교수는 연구년을 위해 이미 기존에 맡고 있던 과목을 모두 다른 교수들에게 넘긴 터였다. 결국 박 교수는 학기가 시작한 후 수강 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강의만을 맡아 진행해야 했다.

박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진화론을 편향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조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출처 과학과신학의대화
박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진화론을 편향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조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출처 과학과신학의대화

학교와의 대립각이 계속되자 박영식 교수는 총장 및 일부 이사와 만나, 창조론에 대한 성결교회의 입장을 역사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으로 논문을 작성하겠다고 했다. 백운주 이사장은 10월 24일 이사회에서 박영식 교수의 연구 계획서에 대해 보고받고 "이후 논문 제출까지 철저히 관리할 것"을 대학 측에 지시했다. 

박영식 교수는 이듬해인 2023년 9월 '성결교회 창조신학 구성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는 서울신대 총장을 지낸 이명직·조종남 목사와 전성용·이신건 교수 등 성결교단 신학자들이 발표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들이 창조를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를 담았다.

그러나 이 논문 또한 학교의 조사 대상이 됐다. 논문을 검토한 대학 조사위원회는, 박 교수가 유신진화론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성결교단의 창조론만을 다뤘다는 식으로 문제 삼았다. 

학교 측의 트집 잡기가 이어지자, 박 교수는 12월 15일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2022년 1월 신학검증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한 자는 창조를 한 옛날의 이야기로 축소해 놓았다. 두어 차례 조사위원회라는 이름의 모임에 참석했지만, 일부 신학자들의 질문과 발언이 부끄러워 다른 위원들까지 놀랐다"면서 "삯꾼 목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만 주면 시킨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삯꾼 신학자도 있다. 창조 폐기론자처럼 신학 부정론자들이 신학대학에서 가르치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고 했다.

이사회는 이 글도 문제 삼았다. 2024년 3월 6일 이사회가 교원징계위원회에 보낸 징계 의결 요구서를 보면, 이사회는 박 교수가 △서울신대의 건학 및 교육 이념, 신앙 선언문, 사명 선언문에 위배되고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서울신대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목사·교수로서 교단의 창조론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본인의 SNS(페이스북)에 대학에서 주관한 신앙 검증 조사위원들을 모욕하는 '돈만 주면 시킨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삯꾼 신학자도 있다'는 등 표현으로 인해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였으며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했다. 징계위원회는 오는 4월 25일 열린다. 

박 교수 "창조과학 공격 빌미로 괴롭힘 당해"
학교 측 "박 교수가 학문적 다양성 억압"

박영식 교수가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 학자들을 비롯해 학교 안팎에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문화신학회, 기독교교양학회, 한국민중신학회, 서울신대 교수협의회가 성명문을 발표해, 서울신대가 학문의자유를 침해한다며 징계를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박 교수의 서울신대 동기 20여 명도 4월 8일 학내에서 기도회를 열고, 학교가 박 교수를 3년간 괴롭힌 것을 넘어 과도하고 부당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며 징계 의결 절차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박 교수의 중징계 소식에 서울신대 동기 20여 명은 4월 8일 기도회를 열고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박 교수의 중징계 소식에 서울신대 동기 20여 명은 4월 8일 기도회를 열고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박영식 교수는 창조과학을 공격했다는 빌미로 학교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4월 5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2012년 창조론을 주제로 시범 강의를 해서 임용됐고, 지금까지 '종교와 과학의 대화'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교단에서도 창조신학 세미나를 여러 차례 하는 동안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성결교단은 무로부터의 창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학적 프레임을 인정해 왔는데, 일부 구성원이 '창조과학에 스크래치가 났다'며 보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신대는 박 교수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용호 교무처장은 4월 4일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하나님의 창조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진리를 준비하고 드러내는 하나님의 자유와 은총의 행위라는 것을 방해하는 그 어떤 시도도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고 했다. 그는 4월 9일 총장 직인이 찍힌 '박영식 교수의 신학적 문제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해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이 박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박 교수가 자신의 저서와 수업에서 '창조 이해에 관해 학문적 다양성과 자유를 억압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황덕형 총장은 박영식 교수가 창조과학을 비판해서가 아니라 유신진화론을 옹호해 징계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황 총장은 4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박영식 교수에게 요구한 건 유신진화론만 맞다고 하지 말고 다른 입장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창조과학만을 강요한 적이 없다. 다만 교단이 가지고 있는 신학적 정체성에 맞게 해 달라는 거다. 성결교는 보수적인 교단이다. 진화론이 맞다고 주장하는데 그냥 놔둘 수 있겠나. 박 교수가 무로부터의 창조를 부인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으로 논문을 쓰라고 1년 동안 기회도 줬다"고 말했다. 

황덕형 총장은 오히려 교수협의회 소속인 박영식 교수가 자신을 괴롭혔다고도 했다. 황 총장은 "총장 선거 당시, 박영식 교수를 비롯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총장 후보에 오르지 못하도록 했다. 그 사람들(교수협의회)이 안 한 게 없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서울신대 백운주 이사장에게도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징계위원장 오봉석 목사는 4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징계 중인 상황에서 인터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취재를 거절했다.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 징계 회부에 대한 한국문화신학회 성명서

2024년 3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백운주 이사장은 동대학교 교양교육원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통해 그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였습니다.

징계 사유 중 하나는 박영식 교수의 저서 『창조의 신학』(동연, 2018)을 포함한 그의 창조신학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것입니다. 박영식 교수는 이미 2022년 초부터 동일한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조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사상 검증을 강요받아 왔으며, 이미 여러 차례 충실히 소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 이사장은 2024년 3월 박영식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였습니다.

우리 한국문화신학회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한 신학자의 연구 결과를 소위 교단의 신학과 위배된다는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의 조치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극히 위험한 사태로 간주하며 이에 대하여 심대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특히 박영식 교수는 자연 세계에 대한 현대 과학의 다양한 해명들과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쟁하면서 하늘과 땅의 창조자를 고백하는 기독교 창조 교의의 핵심을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도 진지하게 드러내고자 노력한 학자라는 점에서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의 이번 조치는 잘못된 고대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갈릴레오를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교회의 신앙을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시켜 버리고 만 갈릴레오 재판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사태에 불과합니다.

아울러 창조신앙을 비롯한 전체 기독교 교회의 모든 교의들은 언제나 교회가 직면한 시대의 정신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그리고 교회의 신앙의 전수자인 신학자들 사이의 치열한 학문적 논의를 통해 형성되어 왔고, 그것이 전 세계 교회의 역사이며 여전히 오늘날도 교회의 신앙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심지어 기독교대한성결교회조차도 태생적으로 서로 조화되기 어려운 웨슬리주의와 복음주의 간의 만남을 통해 수립되었으며, 서울신학대학의 여러 신학자들 역시 개혁교회 신앙과 독일 신정통주의, 프랑스 철학 등과의 대화를 통해 교단의 신학을 발전시켜 온 유수한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창의적인 노력과 관용이 있었기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대한민국의 교회를 대표하는 3대 교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의 이번 조치는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교단과 학교의 역사를 부정하고 교조주의적 퇴행 외에는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한국문화신학회에서는 전체 회원들을 대표하여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신앙의 이름으로 신학자의 연구를 억압함으로써 학문의 자유를 부정하는 이번 징계 절차를 즉각 철회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하실 것과 이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시기를 촉구합니다.

둘째,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억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와 진지한 설득을 통해서만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신학 연구자들의 연구와 출판의 자유를 보호하는 조치를 교단과 학교 차원에서 제도화하십시오.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신학회는 오직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진지한 노력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초를 당하고 있는 박영식 교수에게 깊은 위로와 지지를 보냅니다. 우리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Kyrie Eleison!

한국문화신학회 일동
회장 박일준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 징계 회부에 대하여

2024년 3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백운주 이사장은 동대학교 교양교육원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통해 그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였습니다.

징계 지시 이전에 박영식 교수의 저서 『창조의 신학』(동연, 2018)을 포함한 그의 창조신학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고, 이에 2022년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조사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가 요청하여 박영식 교수가 작성한 논문에서도 충분히 밝혀졌듯 그의 창조신학은 서울신학대학교와 성결교회의 주요한 목회자와 신학자인 이명직 목사와 조종남 교수의 가르침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의 창조신학은 그가 속한 대학과 교단을 넘어 우리나라 다른 개신교 교단 신학자들의 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신학이 징계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의 신학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일부가 그의 신학을 왜곡한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는 한 성실한 신학자의 연구 결과가 일부 사람들에 의해 곡해되어 뛰어난 신학자를 징계하려는 데에까지 이른 데에 대해 깊은 유감과 비통한 마음을 표합니다. 이것은 신학적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탁월성을 자랑해 오던 서울신학대학교의 역사와 배치될 뿐 아니라 그를 통해 도움을 받던 다른 개신교 학자들에게도 큰 충격입니다. 하여 서울신학대학교뿐 아니라 성결교회의 목회자들, 나아가 개신교 학자 모두에게 이에 대한 우리의 염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탁월한 신학자가 소수의 왜곡으로 인해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박영식 교수의 창조에 관한 신학은 자연 세계에 대한 현대 과학의 다양한 해명들에 맞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쟁하면서 하늘과 땅의 창조자를 고백하는 기독교 창조 교의의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학과 이성을 신앙의 영역에서 배제하려 했던 과거 교회 역사 속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창조적인 신학을 위한 노력입니다. 이 시대에 적절한 창조신앙은 이처럼 시대의 정신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그리고 신앙의 전수자인 신학자들 사이의 치열한 학문적 논의를 통해 형성되어 왔고, 박영식 교수는 바로 신학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서울신학대학교 측에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그간 쌓아 왔던 귀교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교단의 신앙 전통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소수의 곡해를 잘못 수용하지 않기를 호소합니다. 또 진리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진지한 노력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초를 당하고 있는 박영식 교수에게 깊은 위로와 지지를 보냅니다. 박영식 교수, 그대가 하나님의 진리 안에 있을 때 우리도 그대와 함께 있습니다. 하나님의 진리를 향하여 걸어가는 모든 분에게 이 고통스런 소식을 알리고 또 도움을 호소합니다.

한국기독교교양학회(회장 민경식)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 징계 회부에 대한 한국민중신학회 입장문

2024년 3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백운주 이사장은 동 대학교 교양교육원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통해 그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였습니다. 이유인즉슨 박 교수의 저서 『창조의 신학』(동연, 2018)을 포함한 그의 창조신학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영식 교수는 2022년부터 전개된 조사위원회의 의견 제출 요청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성실히 소명한 바 있습니다. 그의 창조신학은 성결교회와 서울신학대학의 신학적 전통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개혁교회의 전통과 현대 주류신학자들의 견해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즉 하나님의 창조 역사란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약속 위에 서 있는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신앙고백이 박영식 창조신학의 골자입니다. 박영식 교수는 하나님의 창조의 역사란 '자연의 나라'에서 '은총의 나라'를 거쳐 '영광의 나라'를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이 모든 역사가 하나님의 창조 활동 안에 있음을 고백하는 이 땅의 대표적인 종교개혁 전통에 서 있는 개혁적 신학자입니다.

우리 '한국민중신학회'는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본인의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창조의 섭리를 모범적으로 가르쳤던 박영식 교수의 연구 결과를 폄하하고 왜곡하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의 금번 조치가 중세의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연상시키는 지극히 부당한 처사라 간주하며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과학과 종교 사이 갈등과 대화의 역사는 신학사의 중요한 장면입니다. 그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신앙과 이성, 초월과 내재, 계시와 신비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 변증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근래 그리스도교 신앙은 양자 사이의 분리와 대립보다는 대화와 종합으로 신학적 지혜를 모아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요,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인이다"라는 말은 과학과 종교 사이 관계를 고민하는 신학도들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합니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신앙 없는 과학은 위험하고, 과학 없는 신앙은 맹목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박영식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과학과 종교 간의 대화 한가운데 서서 고뇌하던 신학자이고, 과학의 권위에 기대어 신학에 가해 오는 충격과 압력 앞에서 심사숙고하며 신학을 변증했던 신학자입니다. 그는 과학이 던지는 물음과 과제들을 종교개혁신학의 전통에 따라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숙고하는 과정에서 신학적 균형의 추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한국 신학계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귀한 학자입니다.

사회참여적인 민중신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박 교수의 입장은 무난하고 어느 부분은 교회 친화적으로 치우친 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식 교수의 저서와 논문들은 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모범적인 사례였기에 저희가 감히 비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진지하게 고뇌하면서 과학과 신학의 상관관계를 하나님에게 물었던 학자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박영식 교수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그가 속한 성결교회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서울신학대학의 빛나는 신학적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이런 이유로 그 누구보다 성결교회와 성결신학을 사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면서 신학적 답변을 구했던 박영식 교수를 향한 서울신학대학교의 금번 조치는 무척이나 애석하고 어처구니없는 처사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릴레이에 앞서 '무한우주론'을 주장하다가 처형당한 브루노는 자신을 기소한 사람들을 향해 "내 형량이 선고되는 것을 듣는 나 자신의 두려움보다 당신들의 두려움이 오히려 더 클 것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브루노가 했던 이 말을 고스란히 박영식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갈릴레이와 브루노에게 만행을 저질렀던 교회는 20세기 말, 그들에게 행한 잘못을 인정하고 복권시켰습니다. 왜 서울신학대학은 고대/중세 세계관에 갇혀 몽매한 판정을 내렸던, 300년도 훨씬 전에 저지른 교회의 만행을 되풀이하려 하십니까?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하여 그대들은 또다시 교회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처사를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으로 성장한 성결교단의 수치이고, 유수한 신학 교육 기관인 서울신학대학의 역사에도 오점을 남기는 결정이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한국민중신학회'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에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박영식 교수를 향한 귀교의 처사는 권력의 힘으로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복음의 기쁨을 억누르는 퇴행적 선택입니다. 이번 징계 절차에 대한 즉각 중단, 당사자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까지를 포괄한 깊은 숙고를 귀교에 호소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뜨겁게 변증했던 사도 바울을 기억합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한복판에서 굴하지 않고 하나님의 진리를 강변하는 바울에게 임했던 진리의 영이 박영식 교수와도 함께하여 그를 쓰러지지 않게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신앙의 진리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한국민중신학회'는 복음의 선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박영식 교수와 함께할 것입니다. 아울러 박영식 교수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고난받는 사람들에게 주께서 주시는 위로의 영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Veritas vos liberabit!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2024년 4월 5일
한국민중신학회 일동

서울신학대학교 법인 이사회의 박영식 교수 징계 의결 요구에 대한 서울신학대학교 교수협의회 입장문

2024년 3월 8일 박영식 교수에게 전달된 서울신학대학교 법인 이사회의 징계 의결 요구에 대해 서울신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표명합니다.

1. 법인 이사회의 박영식 교수 징계 의결 요구는 외부의 소수 목회자가 제시한 관점에 경도된 것으로서 학문의 자율적인 토론과 연구를 권장해야 한 대학의 의무와 명분을 저버린 행위이며, 명백한 교권 침해입니다.

2. 학교 당국은 교원을 응당히 보호하고 방어할 책무가 있음에도 교원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소통 지향적이며 통합적인 리더십을 저버린 것에 교수협의회는 깊은 실망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학교 당국과 법인이사회는 SNS에 올린 개인적 생각을 특정한 의도로 왜곡하고 개인의 표현과 생각의 자유를 검열하고 감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4. 학교 당국과 법인이사회는 서울신학대학교가 한 개인의 학교가 아니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학교임을 기억하고 교회의 염려와 우려에 반하는 부당한 징계 요구를 즉시 철회하여 명실공히 교단 학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서울신학대학교가 교내의 구성원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공동체임을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5. 서울신학대학교 교수협의회는 부당한 징계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교단의 목회자들과 여타의 학문 공동체와 연대하여 박영식 교수의 명예와 존엄성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천명합니다.

2024년 4월 11일
서울신학대학교 교수협의회 

서울신학대학교 법인 이사회의 박영식 교수 중징계 요구에 대한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89학번 동기회의 입장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89학번 동기회 회원들은 모교인 서울신학대학교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이어 왔습니다. 모교인 서울신학대학교가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에 모두 기뻐했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박영식 교수에 대해 3년에 가깝게 계속된 괴롭힘을 넘어 과도하고 부당한 중징계가 요구된 것을 보면서 신학과 89학번 동기회는 사태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학교법인에 징계 철회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서울신학대학교 법인이사회의 박영식 교수 중징계 요구는 학문의 장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모교 서울신학대학교의 학문적 자율성을 위축시키며 교권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한 사안입니다. 학문의 영역에 관한 논쟁은 상아탑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학자들 간의 열띤 토론과 연구 공유를 통해 발전해야 합니다.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학자를 처벌하려는 행위를 즉시 철회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성결교회의 창조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로 박영식 교수를 징계한다면 성결교회의 창조론을 도대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 법인의 임면권자가 주장하시는 성결교회의 창조론은 무엇이며, 누구의 어느 신학에 근거한 것입니까. 그것이 어떤 기준으로 권위를 가지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의 모든 교회와 목회자로부터 인정을 받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박영식 교수가 개인의 SNS에 올린 글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법인이사회에서 중징계 요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박영식 교수는 학회 활동과 연구 활동, 설교와 강연과 저서를 통해 서울신학대학교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그런 박 교수가 3~4년간 부당하게 대우받은 것에 대해 고통스러운 심경을 개인 SNS에 몇 마디 남긴 것을 가지고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것은 서울신학대학교가 한 교수의 사적 활동을 검열하여 사생활과 통신과 언론·출판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모습이어서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합니다.

넷째.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서울신학대학교의 임면권자와 책임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하는 자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일꾼으로서 교수를 보호하고 존중하며 서울신학대학교가 사랑의 공동체가 되는데 헌신해야 함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지원을 통해 모아졌던 모교에 대한 사랑이 이번 일로 인해 사그러지지 않도록 이사회와 서울신학대학교는 합리적 판단과 관용을 베푸시어 박영식 교수의 징계 의결 절차를 즉각 중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울신학대학교를 사랑하며 기도할 것입니다!

2024년 4월 8일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89학번 동기회 회장 김은택 목사(한우리교회) 외 6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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