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한국교회는 첫 번째 일요일을 '어린이 주일'로 지킵니다. 교계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한국교회를 이끌 '다음 세대'라며 이들을 위한 사역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연 감소율보다 더 급격하게 줄고 있는 교회학교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이들이 신앙을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회학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 다음 세대 교육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교단이나 출판사가 내놓은 인지도 있는 어린이·청소년용 공과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나온 교단 공과책을 살펴봤고, 이외 교회들이 많이 이용하는 팻머스문화선교회, 토기장이, 히즈쇼, 파이디온, 프리셉트 등에서 나온 공과책도 살펴봤습니다. 약 100권에 달하는 분량을 2주간 분석했습니다.

공과책에는 아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좋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문제점들을 ①각종 차별적 묘사 ②현대 과학 부정 ③정상 가족 프레임 ④근본주의 신앙관 강화 등 네 가지로 나눠 연재합니다. 공과책을 발행하는 각 단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돌이켜 보면 나의 신앙이 가장 호전적(?)이었던 시절은 중고등학생 때였다. 소위 말하는 '불 받았던' 시절, 믿지 않는 친구들을 어떻게든 설득해 교회에 데리고 나와야 직성이 풀렸다. 개신교 바깥에 구원이 없다고 자부했고, 누군가 이걸 건드리면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가 성당에 다녔는데, 교리 문제로 자주 부딪쳤다. 가톨릭이 '원조'이고 '정통'이라 주장하는 친구에게, 나는 술·담배·제사를 허용하는 게 무슨 원조냐고 맞받아쳤다.

근본주의에 가까운 신앙관이었다. 근본주의의 문제점은 자기 혹은 자기 공동체만 정답을 알고 있으며 다른 입장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배제하는 데 있다. 당시 나의 지상 과제는 전도였다. 집안이 불교인 친구도, 심지어 다른 교회에 다니는 친구도 데려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대놓고 표현은 안 해도 마음속에는 '우리 교회가 최고'라는 우월감이 있었다. 편협하고 경도된 신앙이었지만, 교회에서는 '신앙 좋은 아이'로 통했다.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고, 그 이유로 모종의 우월감을 느끼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안타깝다. 그렇게밖에 가르쳐 주지 않은 교회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이번에 교회학교 교재들을 살펴보니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20년 전 내가 교회학교에서 배웠던 내용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일부 교회학교 교재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일부 교회학교 교재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예수 믿지 않으면 영원한 불 못"
'휴거' 암시하는 교재도
샘물교회 피랍 사건 언급하며
"하나님이 복음의 꽃 피울 것"
배덕만 교수 "위험한 발상"

이 세상이 끝이 아니며 내세가 있다는 믿음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세에 대한 믿음이 단지 '지옥 가지 않고 천국 가기 위한' 목적이라면 핵심을 비껴 간 것이다. 이런 신앙을 강조할수록 어떻게 살아도 예수님만 믿으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살아도 예수님을 안 믿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교회학교 교재에서도 이런 기술을 볼 수 있었다. 잘 믿으면 '생명책'에 기록되지만, 안 믿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위해 죽으셨음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하셨어요. 생명책에 기록된 사람들은 심판을 이겨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영원한 불 못, 뜨거운 불 못에 던져지겠지만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우리들은 예수님과 함께 영원히 함께할 거예요." (예장합동 <생명의 빛> 유·초등부2 49과 295쪽)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믿고 섬기지만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거예요.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도, 책을 읽고 고민하는 사람들도,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들도 다 죽어요. 하지만 오직 예수님을 믿는 사람만이 부활할 수 있어요." (예장고신 <그랜드 스토리> 2학년 1학기 16과 102쪽)

인지도 있는 교재 중에서도 잘못된 신학을 가르치는 내용이 있었다. 토기장이가 펴낸 <토틴>에는 세대주의적 종말론 특징 중 하나인 휴거를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성경은 노아의 홍수처럼 예수님의 재림도 갑자기 임할 것이라고 증언한다. 그때가 되면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잠을 자는 중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구원받아 올라가고,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남겨질 것이다." (토기장이 <토틴> 7편 73쪽)

<토틴> 1편 '하나님 안에서의 나의 신분'에도 종말과 재림을 다루는 내용이 나온다. 참고 서적으로 <레프트 비하인드>(홍성사)를 추천하는데, 이 책은 휴거를 다룬 소설이다.

사건의 맥락을 가리고 어떻게 해서든 전도만 하면 미덕이라는 인식을 부추기는 내용도 있었다. 예장고신 <그랜드 스토리> 4학년 1학기용 20과에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샘물교회 이야기가 담겼다. 당시 이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21명이 납치됐는데, 교재는 이를 긍정적 관점으로 썼다.

"하나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뿌려진 순교의 피를 잊지 않으시고 그 역사를 진행 중이시다. 아프간 사태 이후 샘물교회는 오히려 부흥되고 있으며 1년 만에 200명의 불신자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놀라운 역사를 경험하고 있다. 성도들은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을 잊지 않고 기도 중이다. 하나님은 두 명의 순교자가 흘린 고귀한 피를 보시고 반드시 아프가니스탄에도 복음의 꽃을 활짝 피우실 것이다."

샘물교회 피랍 사태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프간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국이 요청했는데도 선교 여행을 강행해 화를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질로 붙잡힌 교인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급하고 파병 군대를 철수했다. 이 일로 아프간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것도 금지됐다.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방식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고 이미지 또한 크게 실추됐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샘물교회 사태로 선교의 문이 막히게 된 셈이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배덕만 교수(교회사)는 샘물교회 사태에 대한 이런 기술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단순히 교회가 복음을 전하다 끝난 사건이 아니다. 교회 탓에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결국 하나님이 축복하실 거다', '교인이 늘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일은 한국교회 전체가 선교 자체를 깊이 재고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본인들은 교세가 확장됐다고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다. 선교 방식을 반성하지 않고 이런 주장을 계속하면 기독교는 보편적이지 않은, 국가·사회와 동떨어진 근본주의 집단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적절한 예시들
베드로처럼 지붕 위에서 기도하기?
고통의 문제 성찰 없는 내용도

성경 본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예시를 든 경우도 많았다. 예장고신 <클릭 바이블Ⅱ> 중고등부 시리즈 '예수님의 제자 학교 신약3'에는 성경적 기도 방법이 나온다. '예수님처럼 새벽에 기도하기', '예수님처럼 식사를 앞에 두고 기도하기' 등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있는가 하면, '모세처럼 산 위에 올라가 손 들고 기도하기', '야곱처럼 강가에서 씨름하듯 열심히 기도하기', '여리고성을 돌듯이 동네를 돌며 기도하기', '베드로처럼 지붕 위에서 기도하기'와 같은 방식도 소개하고 있다.

황당한 비교 사례도 있다. 토기장이가 펴낸 <토틴> '신구약을 꿰뚫는 한눈에 보는 성경'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과 오순절 성령강림을 비교하는 문구가 있다. 히로시마 폭탄은 25만 명의 인명 피해를 입혔지만, 영적 핵폭탄은 인명 피해 없이 수많은 민족과 나라에 복음을 전파했다고 나온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을 단지 '핵폭탄'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소비한 것이다.

성령 강림을 강조하기 위해 히로시마 원폭을 예로 든 교재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령강림을 강조하기 위해 히로시마 원폭을 예로 든 교재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솔로몬 성전'과 '블레셋 다곤 신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그림을 보여 주면서 비교한 사례도 있다. 예장합동이 펴낸 <생명의 빛> 중등부2 교사용 교재에는 "네 컷의 그림 중에 무너지지 않은 기둥은 야긴과 보아스뿐이다. 하나님이 세우시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이름의 야긴과 보아스가 건재하듯 기둥 같은 성도는 언제나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고 소개했다.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재난들을,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 세운 성전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예시로 사용한 것이다.

예장합동 <생명의 빛> 중등부1(3~4학기)에는 TV 다큐멘터리에 나온 '풀빵 엄마'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내용인데, "나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이 내용은 '기독교인은 구원을 받기 때문에 죽음 자체가 슬프지만은 않다'는 맥락에서 나온다. 명제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런 답을 유도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 쉽게 답을 주려 하는 자세를 부추길 수 있다.

이 교재에는 타투(문신)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기성세대는 타투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젊은 세대는 타투를 하나의 패션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교재는 "예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세상적인 타투 문신의 유행에 대해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느냐"고 질문하고 "가학적인 어떤 문신도 마음으로 좋아하지도 않고 새기지도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수의 죽음을 지나칠 정도로 묘사한 교재도 있었다. 예장고신 <클릭 바이블Ⅱ> 중고등부 시리즈 '예수 그리스도 신약2'는, 한 의학자 말을 인용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설명한다. "못 박히는 순간 신경이 터져 마치 손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찾아온다. 어떤 진통제로도 고통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중략) 로마의 채찍의 끝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 한번 휘두를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 나온다. 심하면 내장이 흘러나오기도 한다"고 나와 있다.

"비본질적 교리 우선시하니 스스로 갇혀
다른 사람과 공존할 줄 아는 사람 만들어야
기존 태도 고수하면 아이들 스스로 떠날 것"
배덕만 교수는 교회학교 교재가 세상과 타 종교를 무시하는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먼저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배덕만 교수는 교회학교 교재가 세상과 타 종교를 무시하는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먼저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시대 변화를 몰라보고 함께 사는 다양한 사람을 무시한 채 오직 성경 문자에만 집중하는 방법으로 건강한 신앙인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 사역 전문가 임정혁 목사(하울교회)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고 교육해 왔다. 그 과정에서 비신자나 다른 종교인을 은근히 폄하한 게 사실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중요한 건 믿음·사랑·정의와 같은 본질인데, 교리와 같은 비본질을 우선시하다 보니 스스로 갇힌 꼴이 됐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건강한 교회일수록 세상과 공존할 줄 안다.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곳은 교회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기독교의 가치를 드러내면 된다. 교회학교 교재도 장기적으로 세상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섬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혐오·배제 내용은 삭제하고 기독교 우월주의 문화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배덕만 교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학교가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제와 혐오가 아닌 공존과 공정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신학적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지혜를 모으고 고민해야 한다. 기존처럼 자신들 교회·교단 교리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고 폄훼하는 교육을 계속한다면 아이들 스스로 교회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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