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한국교회는 첫 번째 일요일을 '어린이 주일'로 지킵니다. 교계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한국교회를 이끌 '다음 세대'라며 이들을 위한 사역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연 감소율보다 더 급격하게 줄고 있는 교회학교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이들이 신앙을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회학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 다음 세대 교육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교단이나 출판사가 내놓은 인지도 있는 어린이·청소년용 공과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나온 교단 공과책을 살펴봤고, 이외 교회들이 많이 이용하는 팻머스문화선교회, 토기장이, 히즈쇼, 파이디온, 프리셉트 등에서 나온 공과책도 살펴봤습니다. 약 100권에 달하는 분량을 2주간 분석했습니다.

공과책에는 아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좋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문제점들을 ①각종 차별적 묘사 ②현대 과학 부정 ③정상 가족 프레임 ④근본주의 신앙관 강화 등 네 가지로 나눠 연재합니다. 공과책을 발행하는 각 단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구와 지구 생물이 수십억 년 동안 끊임없이 진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는 '진화론'. 생명의 기원은 여전히 신비한 영역이지만, 현대 과학은 진화의 흔적을 찾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수정·보완해 왔다. 학교 과학 시간에는 당연히 이런 현대 과학의 성과들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보수적인 교회들은 진화론을 부정하고, 이를 '사탄의 학문'이라고까지 말한다. 한국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창조과학' 내용이 주일학교 공과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진화론은 폐기해야 할 학문이고, 창조과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창조과학 설파에 가장 앞장서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수인 총회장)이었다. 예장고신은 2016년 <성경으로 본 과학 이야기>라는 창조과학 교재를 따로 펴냈다. 60쪽 분량으로, 12과에 걸쳐 현대 과학과 진화론을 비판하고 있다.

<성경으로 본 과학 이야기>에는 성경이 정확 무오하다고 수차례 강조돼 있다. 969세까지 살았다는 므두셀라가 나오는 곳에서는 "창세기를 중심으로 고대로 올라갈수록 더욱 허황되고 근거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해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성경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과학을 초월한 초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는 교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예장고신은 창조과학 전용 교재 <성경으로 본 과학 이야기>를 출간했다. 진화론이 인본주의적 발상에서 나왔고, 인류를 악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고신은 창조과학 전용 교재 <성경으로 본 과학 이야기>를 출간했다. 진화론이 인본주의적 발상에서 나왔고, 인류를 악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까지 담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진화론도 맹렬히 비난했다. "진화론이 과학 가설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 경제, 군사, 산업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자연주의, 인본주의, 사회주의, 도덕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 진화론은 사람 사이의 우열을 가려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를 당연하게 여기게 한다고 주장했다. "열등한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히틀러 모습을 삽입하기도 했다.

예장고신 <그랜드 스토리> 3학년 교재에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의 타락을 다루면서 뜬금없이 진화론 이야기가 나온다. 교사용 교재에는 "하나님은 자신의 모양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어요. 우리는 하나님을 참 많이 닮았어요. 그러니 사람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틀렸어요. 만약 그렇다면 동물원에 가서 원숭이를 볼 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할아버지'라고 말해야 하겠죠?"라고 가르치라는 교안이 담겨 있다.

<그랜드 스토리> 6학년 교재 5과에도 창세기 1장 1절을 다루며 진화론을 배척한다. "우리 어린이들은 진화론에 노출돼 있다. 또 지구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지구 혹은 자연을 인격적으로 대하면서, 그것을 경외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뉴에이지적 태도에도 직면하고 있다"면서 창조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즈쇼 공과에서는 마귀가 "진화가 답이다"고 이야기한다. 마귀가 진화론을 지지하도록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히즈쇼 공과에서는 마귀가 "진화가 답이다"고 이야기한다. 마귀가 진화론을 지지하도록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생명체가 진화했으며 세상이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온갖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일러스트도 넣었다. 첫 번째 그림에서는 과학자가 "어차피 사람은 원숭이에서 진화했으니 사람이나 배아를 마음대로 실험해도 돼"라고 말한다. 두 번째 그림에서는 외지인이 원시 부족(흑인 그림)들 앞에서 숲에 불을 지르면서 "이 세상의 주인은 사람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정복하고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세 번째 그림에서는 석상에 절하는 사람들이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이시니 잘 숭배하고 섬겨야 해"라고 말한다.

직접적으로 창조과학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과에서 노아의 방주를 외우려면 배 선 자를 생각하면 된다는 팁을 준다. 배 선 자가 배 주와 여덟 팔, 입 구로 구성돼 있으니, 배에 노아의 식구 8명이 탔다는 내용이다. 이는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 파자破字 논리 중 하나다.

팻머스문화선교회가 만드는 <홀리키즈>에도 창조과학 챕터가 수록됐다. 1월 4주 차 '창조와 진화'에서는 "모든 생명은 우연히 진화하여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놀라운 지혜로 창조하신 것"이라고 가르친다. OX 퀴즈에서 "진화론은 과학이고 창조론은 믿음이다"는 명제의 답은 X라고 했다.

토기장이가 만드는 <토틴> '새 친구를 위한 복음의 핵심' 편 교사용에는 학생들에게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를 소개해 주라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한국창조과학회 회장 이웅상 교수(명지대) 칼럼도 실렸는데, 현 생물 교과서에 진화론만 기술돼 있는 게 문제라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우리 모두 진화론의 문제점과 창조론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썼다. 또 과학자가 꿈인 학생이 있다면 그리스도인 과학자로 세워질 수 있도록 축복해 주는 시간도 마련하라고 권유했다.

<토틴> '그리스도인의 관계 형성' 편에서는 노아가 지었다는 방주의 '실제 크기'를 따져 보는 이재만 선교사(한국창조과학회 LA지부장) 글이 실렸다. 이 선교사는 1규빗을 45cm로 가정했을 때 길이 135m, 폭 22.5m, 높이 13.5m, 부피 4만 1000m³에 이른다고 가정했다. 노아와 그의 세 아들만이 제작에 참여했고, 주일에는 방주 제작을 쉬었다고 가정할 때, 62년간 성실하고 묵묵히 방주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내용이다.

<토틴>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내용도 소개했다. 이 내용은 유사 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토틴>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내용도 소개했다. 이 내용은 유사 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토틴>은 이뿐 아니라 "물의 동결 결정이 각종 소리·문자·생각에 반응한다"고 주장한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더난) 내용도 수록했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면 깨끗한 결정이 나타나고, 나쁜 소리를 들려주면 불규칙하고 지저분한 모양의 결정이 형성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사 과학으로 판명 난 지 오래다.

히즈쇼가 펴낸 <왕의 자녀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도 창조과학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마귀가 "이 세상을 누가 창조했는지,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넌 책도 안 보냐? 진화가 답이야!"라고 말하는 내용으로, 진화론은 마귀가 지지하는 이론이라는 인상을 준다.

김근주 "성경을 과학기술 지침으로 읽는 건 왜곡"
우종학 "무슨 권위로 공교육 틀렸다고 주장하나
교회 떠나는 것은 엉터리 내용 가르치기 때문"

한국교회가 신봉하는 창조과학은 이미 사회에서는 유사 과학으로 판명 났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성경을 계속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과연 옳은 태도일까. 현대 과학의 성과를 부정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틀렸다고 말하며, 유사 과학이 옳다고 가르치는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 과연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까.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는 5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경은 디모데후서 3:16-17에 나오는 것처럼 하나님을 믿고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가르치는 책이다. 성경의 1차 독자와 청중은 지금부터 수천 년 전의 고대인이고, 그들의 삶을 증언하는 책이다. 21세기 과학기술에 대한 지침으로 읽으면 오히려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과신학의대화 대표 우종학 교수(서울대)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모순되는 내용을 교회가 가르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화론이 학생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하고 신앙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무슨 권위와 과학적 근거로 학교 교육을 틀렸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교회가 엉터리 내용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과신학의대화는 지난해 '신과 함께' 등 청소년 캠프를 실험 운영했다. 향후 과학과 신앙의 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청소년 교육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우종학 교수는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청소년 과정 개설 요구도 많다. 창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과학은 무엇인지 등을 스토리 위주로 구성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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