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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 이제는 폐기해야 할 때
'보수 신앙' 美 칼빈대 지질학자들이 쓴 <성경, 바위, 시간> 출간 기념 북 콘서트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9.01.16 14:52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지질학적 관점에서 천지창조와 기독교 신앙을 다룬 책 <성경, 바위, 시간>(IVP)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지질학의 발달 과정과 이에 대응하는 성경 해석 관점, 지질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가져다준 성경 속 천지창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유서 깊은 개혁주의 전통 학교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 칼빈대학교(Calvin College) 지질학자 데이비스 영과 랠프 스티얼리가 썼다.

<성경, 바위, 시간>은, 보수 신앙을 견지하면서도 '문자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창조과학과는 다른 성경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고 당연히 창조과학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다수 한국교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출간을 맞아 과학과신학의대화(과신대)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북 콘서트가 1월 15일 홍대 프리스타일 스페이스홀에서 열렸다. 사전 신청자만 140여 명에 이를 만큼 많은 사람이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과학사를 전공한 명지대 박희주 교수와, 합신대 은퇴 후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송인규 소장, 과신대를 이끄는 천체물리학자 서울대 우종학 교수가 패널로 나서 700여 쪽 분량의 책을 상세히 소개했다.

<성경, 바위, 시간> 번역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가 1월 15일 과학과신학의대화와 한국교회탐구센터 주최로 열렸다. 가장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최경환 연구원, 우종학 교수, 송인규 소장, 박희주 교수. 뉴스앤조이 최승현

책은 △역사적 △성경적 △지질학적 △철학적 관점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역사적 관점 부분 소개를 맡은 박희주 교수가, 지구 연대를 연구해 온 과학사의 발달 과정을 설명했다.

300~400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성경의 기록을 뒷받침하는 변증 도구였다. 그 결과, 과학적 발견과 성경 기록을 결합한 '성서지질학'이라는 분야가 나온다. 박희주 교수는 "기독교 변증가들은 당대 최고의 이론과 논리를 동원해 (젊은 지구론을) 지지하는 이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성서지질학이 이론화된 사례로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홍수설'이다. 1600년대 영국에서는, 잇따라 발견되는 화석이 노아의홍수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화석이야말로 노아의홍수의 증거라고 믿었다. 지구 기원을 성경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에서 찾아 성경과 결합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후 등장한 '수성론'水成論은 천지창조 시 바다의 역할에 방점을 맞췄다. 지구 전체가 물로 덮여 있다가 후퇴하면서 땅과 바다로 구분되고, 이 당시 육지에 침식이 일어나면서 바닷속으로 내려가 퇴적암을 형성했다는 이론이다. 박희주 교수는 창세기 1장 9절 "하나님이 이르시되 천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는 구절과 이 이론이 맞아떨어지면서, 수성론이 홍수론을 대체하고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격변설'이 있다. 박희주 교수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화석과 여러 단층에 관한 연구로 고생물학과 층서학層序學이 연결되면서 격변설이 등장했다고 했다. 지층이 대개 일정한 패턴으로 순서를 이룬다는 사실, 지층 위치에 따라 생성되는 화석도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멸종'이라는 개념이 확립된다. 박희주 교수는 "비교 연구를 통해 멸종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일어나게 되었고, 그 원인을 '격변'에서 찾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퀴비에 등 당대 과학자들은, 지구 지질이 현재의 모습을 갖춘 최종적 변혁은 5000~6000년 전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성경 기록을 조화하려는 노력은 이처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박희주 교수는 결과적으로 '악순환'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성경 변증을 위한 관심에서 출발해 지구 기원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이론이 발달하고 발견이 계속되면서 기존 가설은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춘 새로운 변증 이론을 개발하면 또다시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존 이론을 위협한다. 이 순서가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박희주 교수는 "19세기 중반에는 '지질학과 문자적 해석은 양립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즉 성경은 지구 형성 과정에 대한 세부 정보나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봤다. 당시 과학계에 기독교인이 많았음에도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지질학자이면서 보수 신앙인인 저자 데이비스 영과 랠프 스티얼리의 견해를 소개하며, 보수적이라고 해서 성경을 문자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부 성경적 관점은 약 70페이지 분량으로, 전체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 개혁주의 신앙에 기반한 학자들이 '성경의 역사성'을 옹호하면서도 문자적 해석에 경도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송인규 소장은 이 챕터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성경의 역사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성경의 문체와 장르를 구별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보고된 사건'과 '보고된 방식'을 구별해야 한다는 저자 견해를 소개했다. 이를테면 예수의 족보에 나오는 인물을 다 역사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복음서마다 족보에 등장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윗이 밧세바를 성폭행한 사건은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나단 선지자가 다윗에게 말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 이야기는 비유다.

송인규 소장은 이런 관점에서 창세기 1장이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 신앙인인 저자들이 천지창조의 역사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천지창조는 목격자나 체험 당사자가 없이 훗날 기록된 서사이기 때문에, 역사적이지만 상세한 정보로서의 역사는 아니라고 했다.

송인규 소장은 천지창조 기사를 쓰고 이를 고백한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고 했다. 송 소장은 "아브라함부터가 갈대아 우르 사람이다. 이교적, 다신교적 문화를 지닌 사람이다. 야곱의 열두 아들도 다신교 국가인 이집트에서 수백 년을 체류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조상 자체가 우상, 다신교 백그라운드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게는 하나님이 누군지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했다. 야훼는 부족신이 아니라 유일한 신으로서,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모든 만물을 만드시고 주권을 행사하시는 분이라고 설명해야 했다는 것이다.

송인규 소장은 창세기 1장은 '만연한 다신교적 영향 안에서 종교적 훈련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맥락에서 쓰였다고 했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해와 달과 별, 나무와 동물이 '신'이 아니라 피조물이라고 한다. 해와 달은 이름조차 없다. 저자 데이비스 영은 "나중에 생각난 것처럼" 넷째 날에서야 별들을 언급하는 등, 이들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약화한다고 봤다.

<성경, 바위, 시간> / 데이비드 영, 랠프 스티얼리 지음 / 김의식 번역 / IVP 펴냄 / 719쪽 / 3만 5000원. 뉴스앤조이 최승현

3부 지질학적 관점은 1부 과학사적 관점보다 더 세밀하게 지질학의 발달 과정을 소개한다. 우종학 교수가 안내를 맡았다. 이 챕터는 특히 왜 현대 과학자들이 창조과학계 주장을 비과학으로 여기는지 설명하고 있다.

우종학 교수는 "지질학자들이 지층의 순서와 화석의 순서가 굉장히 균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이는 한꺼번에 형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층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시간에 형성된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해양 생물이 발견되는 석회암층 위에, 바닷물이 증발하며 형성된 소금층, 그 위에는 육상 식물이 발견되는 갈색 이암층이 쌓이는 식이다.

각 층에서 발견된 화석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과정을 통해 석화된다. 책이 예로 드는 '그린리버 누층'은 미국 와이오밍주 그린리버 분지에 있는 퇴적층을 일컫는다. 길이 256km, 폭 96km의 분지에 퇴적돼 있고, 최고 두께는 약 750m이다. 지질학자들은 이 퇴적층이 5000만 년 전 호수에 누적됐다고 보고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어류, 조류, 파충류, 포유류, 곤충류 등이 혼합돼 발견되고 있다며, 균일한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린리버 지역 호수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생물들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만약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왜 공룡이나 매머드, 인간 등의 화석은 나오지 않느냐고도 말한다.

지구가 오래되었다는 또 다른 지질학적 근거는 '바위'다. 3부 11장에는 화성암火成巖과 변성암變成巖 이야기가 나온다. 마그마는 매우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다. 특히 마그마가 지표면 아래로 내려가 퇴적암들을 뚫고 형성된 관입암 위에는 수십 킬로미터의 퇴적암층이 형성돼 있다. 이것이 단기간 내에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창조과학자들은 물이 불거나 쓸려 내려가는 등의 격변적 상황에서 지층이 형성됐다는 주장을 자주 편다. 그러나 우종학 교수는, 이런 주장으로는 화산 활동과 마그마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과학자들이 변성암과 화성암에 관해서는 '선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 3부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우라늄이나 스트론튬 같은 방사성원소들이 일정한 반감기를 지닌다는 사실을 이용해, 지구 나이를 가늠하는 것이다. 창조과학자들은 이 측정법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종학 교수는 책 16~17장에 나오는 다양한 연대측정법을 소개했다. 아이소크론 연대 측정 방식을 비롯해 콘코디아법, 루비듐스트론튬법 등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지구 나이를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우종학 교수는 "저자들은 창세기의 진리성, 신빙성 또는 역사적 성격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거나, 하나님이 전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을 만드셨다는 부인할 수 없는 성경적 가르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나님이 6000년 전 즉시적으로 지구를 창조했다는 해석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이 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라고 소개했다.

어려우니 쉬운 길?

"진리 수호 위해서라면,

목사들 '순교' 각오로 공부해야"

책 4부는 '철학적 관점'을 다루고 있다. 과학적 사실과 성경의 기록, 이를 어떻게 조화해서 해석해야 하는지는 철학의 영역이다.

17장 '창조론, 복음 전도, 변증학'은 창조과학이 그릇된 신념을 확신해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심지어 "기독교 청소년의 영적 건강과 관련된다"(658쪽)는 표현을 써 가며, 젊은 지구론을 옹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이론에 근거해 교육받고 자란 청소년들이 훗날 지질학적 이론을 접할 때, 자칫하면 교회와 창조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희주 교수는 일방적으로 창조과학이 옳다는 식의 강요나 강조, 고집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성에 대한 집착'이 젊은 지구 창조론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조과학자 대다수는 종교적 관심 때문에 동력을 부여 받는다. 종교적 동기라는 것은 문자적 해석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확실성에 대한 추구는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문자적으로 읽게 되면 얼마나 후련한가. 쉽고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집착은 독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진리에 대한 집착과 수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해석과 진리, 실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자유, 사상의 자유가 있는 세상이지만, 전파를 넘어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기 해석이 확실하다는 집착은 곧 독단적 주장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낳는 결과는 기만이다. 데이비스 영은 미국에서 젊은 지구론이 확산할 때, 창조과학자들에게 '미치광이'(lunatic)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말했다.

과학은 정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분야다. 박희주 교수가 창조과학이 확산하는 이유로 든 '후련함'의 기저에는 '과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한 청중이 "오늘날 목회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과학 같은 비전문 분야는 언급을 자제하고, 목회 분야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우종학 교수는 "잘 모르는 분야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우 교수는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는 '과학자들은 형편 없는 철학자'라고 말했다. 과학 분야 전문성 만큼 철학적 소양이 깊지 않다는 얘기다. 목회자들도 신학적 깊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과학을 잘 모른다면 일단 아는 척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원히 과학에 대해 침묵하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 우종학 교수는 "일반 상식 수준의 과학 정도는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믿는 우리라면 더 관심 가지고 공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인규 소장은 목회자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먹으려 하는 게 문제다. 코피를 쏟는 한이 있더라도 공부해야 진리를 수호할 수 있지 않겠나. 아주 자세히까지는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은 알아야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은사가 없더라도 내가 목사로서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규 소장은 "죽도록 기도하자는 말은 하지만 죽도록 공부하자는 말은 안 한다. 그런 면에서 목사는 '순교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소장의 말에 사람들이 웃자, 그는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질학에만 연관된 이야기도 아니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라면, 최소한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그 분야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이슈들은 책을 읽고 정리하고,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수준까지는 이르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목사다"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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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 장종근 2019-01-19 12:32:20

    온갖 범죄행위를 일삼는 한국 개신교회가
    창조과학 믿어서 어쨋다는 건가요?
    문자도 없던 시절
    창세기의 창조설화는 히브리인들의 전설일
    뿐이죠.   삭제

    • 김완수 2019-01-18 23:40:20

      제목을 왜 이렇게 붙였는지 모르겠다. 깜짝 몰랐다. 기사 내용은 창조괴학을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쟎은가. 기자의 바램을 담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과학이 어려워 덮어 놀고 창조론을 지지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 후련해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 철학, 정치, 모든 분야에서 제대로 뭔가가 규명된 적이 있었는가. 포기하고 체념하자는 말이 아니다. 모르는 부분은 입을 다무는 게 낫다는데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가설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과학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인간은 1을 정의할 때부터 불완전하다. 하물며 철학이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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