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 쫓겨난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는 6월 10일, 삼성 본사가 있는 강남역 앞 CCTV 철탑 위에 올랐다. 원직 복직과 사과를 촉구하며 올라간 후로 152일째(11월 8일 기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11월 8일은 입동入冬이었다. 한여름을 철탑 위에서 보낸 김 씨는 이제 겨울을 맞아야 한다.

김 씨를 기억하는 개신교인들은 수시로 강남역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그의 무사 귀환과 원직 복직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개신교인들은 11월 7일 저녁에도 연합 기도회를 열었다. '삼성해고노동자김용희고공농성개신교대책위' 주관으로 진행한 기도회에는 기독교인 150여 명이 참석해 마음을 모았다.

전날보다 부쩍 추워진 날씨 때문에 외투를 두껍게 걸친 교인들이 하나둘씩 강남역으로 모여들었다. 김용희 씨는 기도회 시작 전부터 휴대전화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깃발을 흔들며 참석자들을 맞았다. 철탑 위에서 CCM을 틀기도 했다. 기도회 참석자들도 휴대전화 불빛과 구호로 김 씨에게 화답했다.

삼성에서 해고된 김용희 씨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기독교인들의 연합 기도회가 11월 7일 강남역 사거리에서 열렸다. 1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설교는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가 전했다. 박 목사는 미가서 3장 9-10절 "야곱 집의 지도자들아, 이스라엘 집의 지도자들아, 곧 정의를 미워하고, 올바른 것을 모두 그릇되게 하는 자들아, 나의 말을 들어라. 너희는 백성을 죽이고서, 그 위에 시온을 세우고, 죄악으로 터를 닦고서, 그 위에 예루살렘을 세웠다"를 본문 삼아,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 삼성을 세운 자들아'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득훈 목사는 삼성을 규탄하고 김용희 씨 복직을 촉구하며 부르짖었다. 그는 "본문의 '정의'와 '올바른 것'은 사회적 약자의 존엄과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북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정의를 지키지 않고 도리어 역겨워했다. '곧은 것'을 구부러뜨리고 그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했다. 삼성의 범죄는 그와 같은 것이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 권리를 삼성은 역겨워하고 있으며 부러뜨리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10월 언론 보도를 보면 삼성의 세계 브랜드 가치는 6위다. 또 1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보유 현금은 104조 9892억 원이고, 현금화할 수 있는 '실탄'은 88조다. 매출 245조, 영업이익은 58조다. 여러분은 이 숫자가 감이 잡히는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해 세계 6위 기업이 됐다고 자랑한다. 노동자 피를 빨아서, 노조를 탄압함으로써 흡혈귀처럼 부를 축적하는 것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삼성은 김용희에게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 김 씨가 당당히 내려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씨는 기도회 내내 휴대전화 불빛과 깃발로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간절히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전화로 인사한 김용희 씨는 "추운 날씨에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보잘것없는 해고 노동자를 위해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서는 10억 원을 줄 테니 떠나라고 했지만 거부했다. 세상은 돈만 가지고 사는 게 아니다. 1970년대 평화시장 노동자를 위해 자기 몸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노동자의 숭고한 정신을 차마 배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용희 씨는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삼성이 노동삼권을 보장할 때까지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주어진 노동자의 권리를 삼성에서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겠다. 무노조 공화국을 깨부숴야 한다. 간절히 기도해 달라"고 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성찬을 나눈 후, 강남역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까지 십자가와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김용희 씨의 복직과 삼성의 회개, 이재용 부회장의 처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기도회 후 삼성전자 사옥을 돌며 김용희 씨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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