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 씨와 함께하기 위해 교회 및 사회 선교 단체 17곳이 개신교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가 강남역 사거리 교통 CCTV 철탑 위에 올라간 지 93일째다. 김 씨와 연대하고, 삼성과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개신교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삼성해고노동자김용희고공농성개신교대책위원회(개신교대책위)는 9월 10일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성 계기, 활동 방향을 공유했다.

개신교대책위에는 향린 공동체 4개 교회, 새민족교회·새롬교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영등포산업선교회 등 교회 및 개신교 사회 선교 단체 17곳이 참여했다.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는 개신교대책위 출범이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개신교인들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이 문제와 싸워 보겠다는 결의를 보여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매우 반갑고 희망적이다. 김용희 동지가 많이 힘들 것이다. 엊그제 태풍과 물 폭탄으로 담요와 침낭은 다 젖고 모기에 뜯겨 가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김용희 님이 이 땅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고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말했다.

공동대표를 맡은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그동안 김용희 씨 문제에 관심 있는 몇몇 교회가 돌아가면서 릴레이 기도회를 열었다고 했다. 기도회가 김 씨와 함께하고 곁에서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개신교대책위 출범은 김 씨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희헌 목사는 "김용희 님이 꾸던 꿈을 우리가 함께 꾸겠다는 것이다. 김용희 님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우리가 함께 짊어지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희 님의 삶은 거꾸로 말하면 삼성의 죄악사이기도 하다. 김용희 님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건 노동자를 향한 삼성의 죄악사를 밝히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죄악사를 밝히 드러내고 김용희 님이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함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 교회가 이 시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그분이 가려는 자리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동안 릴레이 기도회로만 함께했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다각적으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개신교대책위는 삼성의 무노조 원칙 때문에 김용희 씨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가 탄압받아 왔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한국기독교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최형묵 위원장은 "김용희 님은 무노조 삼성이라는 경영 원칙 아래 해고된 동지들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노동자가 자본의 제물이 되지 않고, 노예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묵 위원장은 삼성과 정부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최 위원장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철폐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사회 곳곳의 노동 탄압 사태를 해결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현 정부에서 노동정책은 전혀 진보하지 못했다. (중략) 저 아슬아슬한 전봇대 위에서 들려오는 호소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용희 씨의 고공 농성을 통해 또 다른 노동 탄압 현장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했다. 김준표 목사(촛불교회)는 "노동자의 피로 공장을 불리고 불의로 자본을 긁어모으는 삼성은 망한다. 하나님은 노동자 한 생명을 더 귀히 여기는 분이다. 저 위에 올라가신 김용희 님을 통해 또 다른 길 위의 김용희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신교대책위는 9월 17일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기도회를 주최한다. 17단위가 돌아가면서 기도회를 주관한다. 기도회를 마친 뒤에는 참석자들이 함께 강남역 8번 출구에 위치한 삼성 사옥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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