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은 매주 목요일 광화문광장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8월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15일 제외) 기도회가 열린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가족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조직적인 은폐와 조사 방해로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이들을 단죄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안전공원 예배팀이 8월 8일 기도회를 주관했다. 세월호 가족과 서울·안산 지역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화랑유원지 한쪽에서 예배한다. 이들은 일요일 예배에서 했던 방식대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순서로 기도회를 시작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50여 명이 광장에서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8반 아이들 이름을 불렀다. 8반은 총 31명 중 29명이 희생됐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총명했던 아이, 구글 프로그래머를 꿈꾼 김.재.영."

"부드럽고 친절한 성품으로 약한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 줬던 배려의 아이콘 김.재.훈."

"정리 정돈을 잘했고 무뚝뚝해 보여도 정 많고 사랑이 넘친 큰아들 김.창.헌."

"친구들과 놀다가도 엄마가 걱정할까 저녁 8시면 집에 들어오는 엄마의 모든 것 박.수.찬."

"믿음 안에서 자랐고 가족을 삶과 생활의 중심으로 두었던 겨울 아이 미스터 꽁꽁 박.시.찬."

"엄마를 잘 도와 드렸고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 보자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았던 백.승.현."

"기타 치는 것을 좋아했고 자동차 공학박사가 꿈이었던 안.주.현."

"엄마에게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 줬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승.민."

"자유롭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졌고 환경과 사람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조경사를 꿈꾼 이.재.욱."

동영 엄마 이선자 씨가 가족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이 씨는 동영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동영이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그냥 안아 주고 싶은, 항상 웃음을 주는 아이였어요"라고 말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동영 엄마는 동영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가게를 열었다. 내 가게를 가지면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했다. 저녁에 가게를 닫고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아이들을 챙기지 못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이들이 알아서 하길 바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추억이 많지 않아요. 사실 추억이 있어도 슬프고, 없어도 많이 아프거든요. 지금까지도 동영이에게 미안해요. 내가 적극 아이를 돌봤다면, 어쩌면 단원고에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아 있어요."

동영 엄마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픈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며, '우리 모두가 세월호의 증인입니다', '반드시 진상 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동영 엄마는 동영이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단지 아픈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라와 사회를 변화시킨 주춧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려면 세월호 참사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은 기도해 준 여러분 덕분에 힘을 내서 같이 싸우고 있어요. 박근혜를 탄핵할 때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서 가능했어요.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힘 있는 권력자나 돈 있는 재력가, 권세 높은 정치인 몇 사람에게 좌우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계속 모여 기도하고 함께하다 보면, 우리가 바라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스도인들은 참사 진상 규명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인환 목사(안산화정교회)가 '우리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세월호 가족과 예배하고, 416목공방에 동참한 것도 기도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매주 세월호 광장에 모이는 것도 기도라고 강조했다.

"안산·팽목항·목포신항을 거쳐 우리가 지금 여기 모인 것 자체가 하나님께 고하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일어나셔서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세월호 가족을 잊지 않을 겁니다. 희망을 놓지 말고 계속 나아갑시다."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이날 참사 진상 규명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도했다. △공소시효 내 책임자 처벌 △생명안전공원 건립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규명과 2차 심해 수색 재개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의 건강 △한일 무역 갈등을 놓고 간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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