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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농성 57일 김용희 "향린 공동체 예배 덕분에 마음 다잡아…끝까지 살아 싸우겠다"
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 강남역서 매일 예배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8.05 11:35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는 57일째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 위 좁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기 올라오기 전 삼성에 한 달의 시간을 주고 그 이후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향린 공동체에서 매일 나오셔서 예배하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오늘 예배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살기로 했다. 성령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이 사회에 빚을 갚겠다. 제게 새 생명을 주신 향린 공동체 선생님들 정말 고맙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서 57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 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거쳐 강남역 8번 출구 앞에 울려 퍼졌다. 땅에서 시작한 단식을 철탑에서도 이어 가던 김 씨는 55일이 되던 7월 27일에야 단식을 중단하고 복식을 시작했다.

제대로 누울 수도 없는 공간에서 연이은 폭염을 견디고 오랫동안 단식을 했지만, 김 씨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다. 발언을 마친 김용희 씨가 땅에서 예배하는 향린 공동체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눈물 흘리던 교인들도 함께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김 씨는 "나를 살린 예배"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향린 공동체 소속 4개 교회가 주최한 연합 예배는 들꽃향린교회 박재형 목사(사진 오른쪽)가 사회를 맡고,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사진 왼쪽)가 공동 기도 순서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향린 공동체 소속 향린교회·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는 지난 2주간 매일 저녁 번갈아 가며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8월 4일 주일에는 김용희 씨를 위한 향린 공동체 연합 예배를 진행했다. 오전 11시, 예배가 시작되자 길 건너 CCTV 철탑을 둘러싸고 있던 현수막 한쪽이 열렸다. 똑바로 앉을 수 없어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인 김용희 씨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향린 공동체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거리에서 주일예배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김용희 님이 홀로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함께임을 전하고 불의한 현실을 만방에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공의를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는 이들은 복이 있다고 하신 말씀이 이곳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기도했다.

이번 연합 예배 주제는 '내 말을 기억해 주었으면'. 교인들은 진실을 좇기 위한 김용희 씨의 여정에 지지를 보내기 위해, 함께 모여 욥기를 읽었다.

김희헌 목사는 김용희 씨에게 "반드시 살아서 내려오시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욥기 19장 23-27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부분을 읽으며 욥의 탄식이 김용희 씨 마음을 채우는 간절함과 같다고 했다.

"친구들이 욥을 저주하면서 고통스러운 내 현실 자체가 하나님의 형벌이라고 조롱할 때, 욥은 아직 동트지 않은 시대를 향한 자신의 믿음을 말한다. 그는 고통을 저주하는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의 구원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증언한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내 살갗이 무너져 내려도 난 내 육체를 가지고 하나님을 볼 것이다. 나는 내 눈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을 보고야 말 것이다.'

욥의 이 말에는 동정을 구걸하는 기미가 없다. 오히려 고통을 무기로 삼고 거듭난, 새로운 삶의 윤리를 표방하고 있다. 욥기의 가르침은 바로 여기에서 완성된다. 욥이 마지막에 다시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완성된 게 아니다. 그의 행동 목적이 뚜렷해진 자리가 바로 자신의 처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었음을 당당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다."

김희헌 목사는 김용희 씨에게 "반드시 살아서 내려오시라"고 당부했다. 김 목사는 "당신의 투쟁을 통해 정의로운 그리스도의 얼굴이 우리 사회에 나타나도록 함께 기도하겠다. 무사히 땅을 밟을 때까지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씨의 기도가 스피커에서 들려오자 참석자들은 손을 모으고 함께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설교를 마치고 김용희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 씨는 "간단하게 기도로 인사드리겠다"며 기도를 시작했다. "나의 주 여호와 하나님이시여. 주님께서는 마음만 먹으면 능치 못한 일이 없다고 하신 것과 같이, 노동에 지치고 힘든 자들의 무거운 발걸음마다 구름과 같이 새털보다 더 가볍게 성령으로 충만하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기도를 마친 후, 그는 향린 공동체 예배가 큰 힘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용희 씨가 철탑에 매달려 교인들에게 인사하자, 땅에 있던 교인들도 김용희 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배를 마치고 김경호 목사(강남향린교회)와 의사인 홍승권 집사(향린교회)가 김용희 씨를 만나기 위해 철탑으로 향했다. 장기간 단식에 근육과 지방이 다 소실된 김 씨는 현재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라고 홍승권 집사는 전했다. 김 씨는 홍 집사의 진료를 거부했지만, 이제는 조금씩 몸을 추스르면서 끝까지 살아 싸우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했다.

김경호 목사 역시 이제 함께 싸우는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는 김용희 씨 말을 전했다. 김경호 목사는 "(김 씨가) 교회가 내 목숨을 구해 줬다고 이야기하더라. 오늘 예배로 희망을 얻었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것과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서로 간절히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삼성 본사 사옥 주변을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참석자들은 땀이 온몸을 적시는 무더운 날씨에도 두 시간 넘도록 자리를 지켰다. 김경호 목사와 홍승권 집사가 김용희 씨를 만나는 동안, 교인들은 십자가를 앞세워 삼성 본사 사옥 주변을 걸었다. 이들은 "삼성은 노동 탄압 중단하라! 이재용을 감옥으로, 김용희를 일터로! 삼성은 김용희 님과 대화하라"고 외치며 20분 정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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