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는가> / 우치무라 간조 지음 / 이승준 옮김 / 도서출판b 펴냄 / 355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우치무라 간조内村鑑三(1861~1930)는 근대 일본의 대표적 그리스도인 사상가이자 무교회주의의 선구자로 꼽히며 김교신과 함석헌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도 널리 알려졌다. 1895년 일본에서 <이교의 회심자>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이 책은 삿포로농업학교 시절 복음을 접한 후, 무교회주의에 이르기까지 우치무라 간조의 내밀한 신앙 여정과 사상의 흔적이 일기와 에세이로 구성된 본문 안에서 생생하게 정리되어 있다. 후반부 미국 체류기에서는 그가 품은 기독교와 기독교 국가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일본 근대문학 및 문화사 연구가 이승준 박사는 "신앙고백적인 글로 읽어도 좋고 한 기독교인의 회심의 기록으로 읽어도 좋다. 또는 한 인간의 고뇌와 고백에 대한 문학적인 글로 읽을 수도 있다. 또는 근대라는 시대 속 동양인이 서양과 어떻게 마주했는가를 읽을 수도 있다"고 이 책을 가치를 설명한다. 

"마음을 울렸던 집회. 사시사철을 함께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왔던 '교회'가 이제 해산을 맞이하려 합니다. 밀가루 통 설교단아, 안녕! 우리도 언젠가 보스턴을 방문해서 트레몬트성당이나 트리니티교회에서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중략) 하지만 프레드릭과 위고가 너를 설교단 삼아 축도를 올릴 때 네가 보여 준 신성함과 매력은 다른 어떤 대교회와 대성당에 있는 교단보다 훌륭했어. 성찬식뿐만 아니라 매일 식사할 때도 우리를 하나로 이어 준 사랑하는 주전자야, 안녕! 성찬식 포도주를 황금 성배로 받들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몰라. 하지만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스며들어 와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준, 네 입을 타고 흘러내린 차갑게 빛나는 액체가 보여 준 동화력이란 황금 성배보다 훨씬 훌륭했어. 파란 담요야, 안녕! 네가 마련해 준 '좌석'보다 엉덩이가 편안한 의자는 없을 거야. 작은 '교회'여 안녕! 그 모든 '어트랙션'도 치기 어린 신도들과의 논쟁도 비아냥의 기도도 즐거운 대화와 일요일 오후의 다과도, 모두 안녕!" (3장 '초기 교회', 97쪽)

"인간의 마음은 우주의 어떤 존재보다 진공을 싫어합니다. 저는 마음속에 발생한 공허함, 그 어떤 신앙적인 활동과 그 어떤 과학적인 실험의 성공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공허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저도 모릅니다. (중략) 저는 이 진공을 어떻게든 무언가로 채워야 했습니다. 드넓은 이 우주 어딘가에 행복과 만족을 주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진짜로 무엇인지, 저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습니다. 생리학자가 메스로 뇌를 도려낸 비둘기마냥 저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단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막연한 이유 하나로 교회를 뛰쳐나왔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모든 에너지는 진공을 채우기 위한 일에 투입되었습니다." (5장 '세상 속으로 - 감정적 기독교',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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