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대장 카딩턴 - 나눔과 비움을 삶으로 보여 준 어느 의사 이야기> / 이기섭 지음 / 좋은씨앗 펴냄 / 312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1949년 한국에 파송돼 25년간 의료 선교에 헌신한 허버트 카딩턴(Herbert Codington, 한국 이름 고허번) 전기. 스물아홉 나이로 한국에 들어와 가난한 이들을 살리는 데 힘쓰고, 방글라데시로 임지를 옮겨서도 백발노인이 되기까지 몸을 바친 카딩턴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선한 일을 하라 △그 의사의 이름은 '사랑'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꿈 △천국은 아이들의 것 △나는 내 환자를 못 버립니다 △내가 내 양을 알고 △고허번 원장을 만나야겠습니다 △내 영혼아 주를 송축하라 등 8장으로 구성됐다. <그 청년 바보 의사>(아름다운사람들)를 엮은 이기섭 작가가 썼다.

"카딩턴 원장이 출근하면 구걸하는 사람들이 줄줄 따라다녔다. 그 안에는 거머리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매일 나타나 원장에게서 뭐라도 뜯어 갔다. 한국 사람 망신을 다 시키는 그 사람들을 보면 임상병리사 찬식은 불쌍하기보다 미운 생각이 더 들었다. (중략) 하지만 닥터 카딩턴은 그들을 내쫓기는커녕 얼굴 하나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예, 압니다. 하지만 열 명 중 한 사람은 참말 합니다. 그 사람 누군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니 다 줘야 합니다.'

닥터 카딩턴은 그 거머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연민과 사랑을 베풀었다. 환자라면 어떤 이유가 있든 다 받아 주고, 입원실이 없으면 병원 복도에라도 뉘어 놓고 살려 주는 그의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기독 병원의 정신이라고 찬식은 생각했다." (2부 '그 의사의 이름은 사랑', 83~84쪽)

"닥터 카딩턴은 말할 수 없이 선한 사람이었지만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사람이었다. 병원 예산과 형편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많은 환자들, 그것도 무료 환자들을 입원시켜 병원은 시장 바닥 같았다. 재정이 악화되자 직원들이 월급을 걱정할 지경이었다. (중략) 이것을 문제 삼는 이사회에서 닥터 카딩턴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목사님들, 예배당 작다고 교인들 버릴 수 있습니까? 나는 내 환자들 못 버립니다.'" (5부 '나는 내 환자를 못 버립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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