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하느님나라 - 복음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발견> / 엘루아 르클레르 지음 / 연숙진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264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스무 살 무렵 반나치 혐의로 강제수용소를 경험한 엘루아 르클레르(Eloi Leclerc, 1927~2016) 신부가 썼다. '하느님께서 침묵하시는 죽음의 밤에도 복음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복음서를 세심하게 묵상한 기록이다. '하느님 침묵'의 의미를 살피고, 예수의 생애를 통해 '감춰져 있는 하느님나라'를 찾아 나선다. △하느님나라의 오늘 △사랑의 혁명 △버림받음의 절규 △은밀한 부활 등 21장으로 구성됐다. '지옥'과 같은 수용소에서 지내면서 하느님의 침묵을 깊이 경험했던 저자의 실존적 통찰이 담겼다. 

"오래지 않아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가 겪은 일들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인간은 어디서나 억눌리고 으깨어졌다. 인간은 어디서나 홀로 버려진 채 죽어 가고 있었다.

이 충격적인 경험이 내 기나긴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내가 받은 신앙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었다. 내게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잘 둘러쳐진 보호막과도 같은 유년 시절과 신학교에서 보냈던 세계가 깨졌다. (중략) 늘 같은 질문이 나에게 돌아왔다. '하느님이 침묵하시는 죽음의 밤에도 복음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 (중략) 강제수용소의 화장터 가마에서 새어 나오는 음울한 불빛 아래서 나는 복음서를 다시 읽었다. 나는 그리스도의 실존을, 그분의 얼굴을 뵙고 싶었다." (머리말, 9쪽)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이 부르짖음이, 이 '어찌하여?'가 인류의 어두운 밤 속에서, 인류의 침묵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이 절규를 참는 것은 찢어짐과 같을 뿐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인간 조건을 얼마나 깊이 받아들였는지를 짐작만 할 뿐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의심과 우리의 물음이라는 깊은 밤 속에, 하느님의 침묵 속에 깊이 들어갔다. 이 대답 없는 절규를 통해 예수님은 진정 우리 가운데 한 분이 되었다. 예수님은 또한 바로 그 절규의 순간 하느님과의 관계를 부재와도 같이 체험했다. 이번에는 예수님이 전적으로 우리 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은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든 이와 함께 있다. 예수님은 우리의 지옥으로 내려왔다. (중략) 예수님은 당신의 현존이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을 드러내는 탁월한 장소가 되게 했다. 그렇다! 예수님의 부활이 참으로 모든 이의 부활이 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아드님이 처절한 버림받음의 어둔 밤 속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다." (20장 '버림받음을 절규',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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