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 사람의 그림자 - 이야기로 본 예수와 그의 시대> / 게르트 타이센 지음 / 이진경 옮김 / 비아 펴냄 / 428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현대 신약학의 거장 게르트 타이센이 역사소설 형식으로 쓴 예수 시대 이해를 위한 교양서. 1986년 원서 출간 후 독일에서 75쇄를 찍고, 19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여러 역사적 문헌을 참고해 창조한 가상의 인물 '안드레아'를 앞세워, 역사적 예수와 예수 시대를 흥미롭게 그려 냈다. 학문적 엄밀성에 기초한 역사적 개연성, 상상력을 발휘해 구축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각 장 끝에는 '크라칭어'라는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등장하는데, '내러티브 주석'이라고 칭하는 이 책 표현 방식에 대한 의미·한계 등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독문학자 한신대 차봉희 명예교수 번역으로 한국신학연구소에서 펴냈다가 절판된 책을 협성대에서 그리스도교와 신약학을 가르치는 이진경 교수가 번역해 '비아 제안들 시리즈'로 다시 출간한 것이다.

"당신은 이 책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진정 무엇이냐고 물으십니다. 제 목표는 하나입니다. 이야기 형식을 빌려 예수와 그가 살았던 시대에 관한 하나의 상을 그려 내는 것,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때 그 시대를 표현해 내는 것, 바로 그뿐입니다. 제가 이야기라는 형식을 택한 이유는 역사 연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에게 학문 지식과 논증을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첫 번째 장을 당신께 보내도 되겠지요. 당신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서문을 대신하여', 10쪽)

"나는 예수에게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그리스 문학과 로마 문학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아마도 모든 인간을 위한,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위한 가르침을 찾고 있었던 듯하다. 예수가 그런 가르침을 전했던 게 아닐까? 그가 방랑 철학자로서 전한 이야기는 그리스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 그가 던진 이야기들은 로마인들에게도 호소력 짙었다. 우리를 다른 민족과 갈라놓는 계명들, 안식일과 정결예식 계명들을 예수가 상대화시켰을 때 그 이면에는 특정한 의도가 담겨 있던 것은 아닐까? 그가 살인과 거짓말, 거짓 맹세 금지 같은 모든 민족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할 계명을 강화했을 때도 어떤 의도가 담겨 있던 것은 아닐까? 이 예언자는 모든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우리 민족 안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었다. 그가 말하고 행했던 모든 것은 약한 자와 내쳐진 자를 선택하시고 파라오와 지배자들보다 강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통해 일어났다." (14장 '예수에 대한 보고와 은폐',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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