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목사 고시에 합격하고도 '동성애 옹호자'로 찍혀 합격 무산 위기에 처한 전도사 두 명이 총회에 소환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고시위원회(정병주 위원장)는 8월 6일 총회 회관에서 확대실행위원회를 열어 이들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했다.

확대실행위원회에는 고시위원회 위원들 외에도 두 신학생의 동성애 옹호 여부를 조사한 '5인위원회'도 참석했다. 총회 임원회가 임명한 '5인위원회'는 회록서기 윤마태 목사(천안서부교회), 규칙부장 신성환 목사(목양테마교회), 신학교육부장 박석진 목사(포항장성교회),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와 고시위원장으로 구성됐다.

5인위원회는 총회 임원회에 두 사람이 목회자가 되기에 부적합하다고 이미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두 사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이 동성애 옹호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대책위는 두 사람이 총회 헌법 제2장 정치 26조의 12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를 위반했다고 봤다. 총회 헌법을 수호하는 차원에서라도 두 사람의 합격을 허락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예장통합 고시위원회가 8월 6일 확대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동성애 옹호자'라는 의심을 받아 목사 고시에 합격하고도 떨어질 위기에 놓인 신학생 두 명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합격 불가" 강경한 동성애대책위원장
당사자들 불러 '동성애 옹호' 질책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예장통합 교단지 <한국기독공보>를 제외하고는 언론 취재도 허락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이번 일에 대한 결정이 교단에서 동성애 관련 이슈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길목이 되리라고 봤다. 두 사람을 합격시키지 않을 경우, 총회 헌법 26조의 12를 적용한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시작한 회의는 4시간 넘게 계속됐다. 흥분한 위원들 목소리가 간간이 문밖으로 새어 나왔다.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는 "동성애 사상은 창조질서를 부정하는 것이고 죄를 죄라고 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구속을 부정하고, 삼위일체 부정하는 사상으로 무장된 확신범들이다"고 소리쳤다. 고 목사 목소리는 4층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고만호 목사는 두 사람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마음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동성애대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7개 신학교 동성애 관련자들 자료를 계속 수집해 왔다. 자료로 보면 이들은 전혀 전향할 뜻이 없다. 한 번도 '회개하는 마음으로 바른 목사가 되겠다'고 글을 올린 적도 없다. 이들은 교단의 신학, 교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했다.

확대실행위원회는 이날 두 신학생과 이들이 속한 강남노회(황명환 노회장) 임원들을 대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두 신학생과 그들이 전도사로 사역 중인 교회 담임목사들, 황명환 노회장이 참석했다. 확대실행위원회는 회의실에 들어서는 다섯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부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다섯 명이 회의실에 들어간 이후에도 고성이 들렸다.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가 신학생들을 질책하는 발언도 들렸다. 고 목사는 학생들을 향해 "102회 총회에서 '동성애자는 신학생이 될 수 없다'고 결의한 것을 보고 '교단이 혐오 세력이 됐다'고 했다. 무슨 근거로 교단이 '혐오'했다는 것이냐. 그러니까 동성애 인권 이데올로기로 무장됐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소리쳤다.

일부 위원은 학생들 답변에 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그동안 SNS에 동성애와 관련한 입장을 올려서 학교와 교단을 힘들게 했으니까 이제는 SNS에 공식 입장문을 올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위원은 "확신범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두 사람도 갑작스럽게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시간 넘는 회의에도 두 신학생의 합격 여부는 결론 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정병주 위원장은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곧 임원회 보고를 거쳐 합격 발표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9월 6일 고시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합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호남신대 교수 오현선 대표(사진 위)와 박주훈 목사가 학생들 합격을 바라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실행위원회에 참석한 위원이 회관으로 들어가면서 박 목사를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확대실행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전 호남신대 교수 오현선 대표(공간엘리사벳)는 총회 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오 교수는 "'혐오' 말고 '사랑'이라는데 '합격'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오 교수는 "실행위원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있을 수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현선 대표가 1인 시위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배 목사도 직접 만든 피켓을 들었다. 박주훈 목사는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보편적 인권에 대해 생각을 했다. 교단이 세습, 성폭력, 재정 비리 등 문제는 외면하고 동성애라는 작은 부분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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