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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호데이, 작은 카페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에게 사과했다
장신대 징계 학생들 주최한 '모든 사람의 예배'…"혐오는 의견 아닌 사람 죽이는 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5.18 10:1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서울 광장동 한 카페에서 '모든 사람의 예배'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바로 1년 전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직영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학생들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데이)을 맞아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취지로 '무지개 퍼포먼스'를 펼쳤다가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학생 네 명은 1년 전을 기억하며 아이다호데이를 기념하는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시도했다. 예장통합이 배척한 '동성애자와 옹호자'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든 사람의 예배'라는 행사를 기획했다. 학교 안에서 열릴 수 없었던 예배는 학교 밖 한 카페에서 5월 17일 오후 5시 17분에 시작했다.

예배 전 주최 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학생들이 제기한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법원은 학생들 주장 대부분을 수용했다. '무지개 퍼포먼스'가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을 혐오·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임을 인정한다"는 예장통합 결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사람의 예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나이, 성별, 성적 지향,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이 참석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사람이 하나둘 차기 시작하더니 예배가 시작하는 5시 17분 무렵에는 준비한 50여 석이 모두 찼다. 참석자들은 간이 계단, 책장 등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늦게 도착한 40여 명은 공간 뒤편에 선 채로 예배에 참석했다.

하유승 씨는 법을 무시한 명성교회 세습에는 침묵하고,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징계하는 게 교단의 현실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배는 무지개 휘장으로 장식된 공간에서 차분한 가운데 진행됐다. 예장통합과 연관된 참석자가 많아서 그런지, 교단이 성소수자를 억압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장신대 박 아무개 학생은 "교회가 성소수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배척한다고 하는데, 사랑의 모습을 몸소 보여 주신 주님께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기도했다.

호남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교단의 행보에 실망해 자퇴한 하유승 씨도 예배에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신학생들의 징계는 당연시하고, 총회 헌법을 어긴 명성교회 세습에는 침묵하는 예장통합을 비판했다.

하유승 씨는 특히 총회 법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당신도 성소수자를 혐오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면, 교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구도 그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 씨는 이 법칙을 용납하기 싫어 학교를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혐오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혐오가 하나의 의견이라고 말한다. 혐오는 사상이 아니다. 혐오는 의견이 될 수 없다. 혐오는 하나의 표현이 아니다. 혐오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다. 혐오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질식시키고 죽이는, 잔혹한 일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두어야 할 교회가 모여서, 사람을 죽이자는 이 말에 박수를 치고 순식간에 결의를 통과시켰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 인간들도 쫓아내자는 말에도 박수 치고 동의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도 예배에 참석해 '성소수자 혐오 반대'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시사하는 바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성서에서 소수자는 배척의 대상만은 아니었다며 사도행전 15장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는 예루살렘 첫 공의회가 언급된다.

김근주 교수는 한국교회가 낯선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근주 교수는 "이방인 가운데 예수를 믿겠다는 사람이 나왔고, 이들은 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상상도 못 한 범주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기존의 유대인들은 이방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등장이 성경 해석의 틀을 바꿨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서 성소수자는 '이방인'에 속한다. 김근주 교수는 이 이방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두려움 없는 신앙의 길을 가면 좋겠다. 겁을 내거나 무서워하면 방어하게 된다. 방어적으로 행동하면 교회가 더 이상 세상의 빛이 되기는 힘들지 않겠나.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는다는 말씀처럼, 두려움 없는 사랑이 교회의 자랑이고 본질이다."

오현선 대표는 한국교회를 대신해 성소수자에게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눈물이 많은 예배였다. 성경 봉독을 맡은 호남신학대학교 재학생 이 아무개 씨는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는 갈라디아서 3장 28절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켰다.

설교를 맡은 전 호남신대 교수 오현선 대표(공간엘리사벳)는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고 운을 뗐다. 오 대표는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를 발설할 때 침묵했다. 내가 교회의 대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한국교회를 대신해 혹시 이 자리에 있을 성소수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또 장신대 선배이자 신학자로서, 후배들이 징계 처벌을 받게 한 것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오 대표가 한 번 더 고개를 숙이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현선 대표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을 만들어 내는 곳은 교회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현선 대표는 '모두여서 비로소 예배'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사가 되기까지 일반 남성의 3배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 예를 들며 오 대표는 사람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진짜 그리스도인은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차별에 주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내 일생에 저런 차별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차별을 볼 때도 그 차별에 연대해야 한다. 그 차별을 묵과하면 앞으로 내가 가진 또 다른 정체성 때문에 나 역시 차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함께하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다."

오현선 대표는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는 한국교회를 비판할 때는 좀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우리 한국교회는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를 외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여러분, 이런 교회를 사랑하지 말라. 교회를 혐오하는 건 안 되겠지만 사랑하지도 말라. 당분간 용서하지도 말라. 누군가를 향한 차별을 만들고 있는 게 교회라면, 그 교회는 교회라고 부르면 안 된다"며 갈라디아서 본문을 우리의 전통으로 새롭게 만들고, 그 전통을 역사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했다.

빵을 뜯어 포도주에 적신 후 상대의 입에 넣어 주는 방식으로 성찬식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아이다호데이 기념 예배답게 참석자 중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도 많았다. 지인을 따라왔다는 20대 장은총 씨는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 교단 소속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그는 평소 가족들은 아무 문제 없이 교회를 다니면서 믿음 생활을 하는데, 자신만 교회에 섞이지 못한 존재처럼 느껴져 괴로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예배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교회에서는 레위기 말씀으로 동성애를 정죄하는 말씀만 들었다. 그런데 아까 오 대표가 머리 숙여 사죄할 때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버렸다. 그동안 나는 교회가 환영하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느꼈는데 처음으로 환대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하며 또 한 번 눈물을 보였다.

비성소수자 참석자도 이번 예배가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처음 참여해 봤다는 김제우 씨(22)는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사죄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조금 더 많아지고, 교회에서도 성소수자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 90여 명이 작은 카페를 가득 채웠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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