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연규홍 총장이 학생들을 사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저서 대필인사 청탁 금품 수수특혜 채용 의혹을 받은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이, 이번에는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찰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 총장 전 비서실장 K 목사는 5월 25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 총회 홈페이지에 '기장 공동체 여러분과 한신대 이사·교수·직원·학생 여러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K 목사는 이 글에서 "연 총장의 업무 지시 중 가장 많은 부분이 학내 사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 총장이 주변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며 "이사·교수·직원·학생은 물론 함께 일했던 처·실장까지 (사찰 대상에) 포함했다"고 썼다.

K 목사는 연 총장이 취임한 2017년 10월부터 7개월 동안 비서실장을 지냈다. 총장 선거 때부터 곁에서 연 총장을 도운 최측근이다. 그는 "(학내 사찰이)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로웠던 것 중 하나였다"고 했다. 비서실장 사임 이후 1년간 자숙하며 지내다 모든 기장과 한신대 구성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연 총장에게 제기된 인사 청탁 금품 수수 의혹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5월, 연 총장이 박 아무개 초빙교수에게 전임교수 채용을 조건으로 500만 원을 받고, 취임 이후 1~2억 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특별 감사를 진행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이 현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K 목사는 글에서 "박 씨가 인터뷰한 내용 전부가 빠짐없이 사실"이라며 금품 수수 의혹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 비서실장 K 목사가 교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연 총장이 학내 사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됐다. 기장 홈페이지 갈무리

학교, 학내 사찰 의혹 부인
"흑색선전식 주장과 선동 멈춰야"
녹취 확인 결과, 주동자 파악·관리 지시
K 목사, 5월 31일까지 총장직 사퇴 촉구
"학내 사찰 증거자료 공개할 것"

학교는 K 목사가 제기한 학내 사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한신대 대학본부는 5월 29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편파적으로 편집하여 가공된 이른바 가짜 뉴스, 악의적으로 부풀린 정보에 입각한 사실 왜곡, 부정확한 추측성 정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전·현직 처·실장 10명도 같은 날 한신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은 "전 비서실장은 무책임한 흑색선전식 주장과 선동을 멈춰야 한다.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사법기관에 고발해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연규홍 총장이 사찰을 지시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초 연 총장과 K 목사가 통화한 녹취를 확인했다. 녹취에서 연 총장은 당시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을 거론하며, 이를 주도한 신학과 몇몇 학생 이름을 직접 대면서 집중적으로 파악·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연 총장은 학생들을 가리키며 "OO 새끼", "OO 놈"이라고 비속어를 썼다. 또 직원들이 학생들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고 비속어를 쓰며 질타했다.

K 목사는 5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 총장이 학내 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학생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했다. 자신이 학내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당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찰을 지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연 총장이 학내 사찰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K 목사는 5월 29일 기장 홈페이지에 추가로 게시한 글에서, 연 총장이 5월 31일 오전 10시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사찰 증거자료를 일부 공개하겠다고 했다.

학생 5명이 사찰 의혹 해명과 신임 평가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신대 학생들은 사찰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민족한신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이의석 위원장 등 5명은 5월 27일부터 한신대 장공관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5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총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 학우들에게 학내 사찰 의혹을 알리며 서명을 받고 있다. 벌써 400여 명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연 총장에 대한 신임 평가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총장 비위 의혹으로 학내 갈등이 계속되자, 연 총장은 4자협의회(총학생회, 직원 노조, 교수협의회, 대학 본부)를 열어 신임 평가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김건수 부위원장은 "신임 평가 예정일이 5월 말인데, 총장은 여러 핑계를 대며 4자협의회를 개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학내 사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연 총장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학교 입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전부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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