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저서 대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에게 인사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신대 박 아무개 초빙교수는 5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 총장에게 전임교수 채용을 조건으로 500만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또 연 총장 당선 이후, 그에게 1~2억을 추가로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16년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당시 학장이었던 연규홍 총장을 처음 알게 됐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한신대에 음악원을 만드는 안을 놓고 연 총장과 여러 차례 논의하며,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했다. 2016년 11월에는 한신대 후원 음악회를 주최해, 후원금 6800만 원을 모았다고도 했다.

연 총장은 2017년 총장 선거에 출마했다. 박 교수는 "연 총장이 자신이 총장이 되면 음악원을 만들 테니, 전임이 되어 운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해 4월 연 총장에게 현찰로 500만 원을 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총장 선거 당시, 자신이 연 총장의 선거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A 박사가 선거 자금으로 600만 원을 내놓자, 자신이 연 총장에게 200만 원을 전달하고 측근 목사들에게 선거운동 명목으로 돈을 나눠 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연규홍 총장이 당선된 이후에도 큰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 총장이 지난해 12월쯤 '전임교수가 되려면 1~2억 원은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중에 똑같은 요구를 하더라. 옆에 있던 지인에게 대신 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기자에게 "연 총장이 선거 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다녔다. 약속했던 음악원 개설이 무산되면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 총장이 올해 4월, 측근 B 목사를 통해 1년 만에 500만 원을 돌려줬다고 했다.

한신대학교 연규홍 총장은 대가성 금품 수수 의혹으로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 교수와 연 총장,
선거 자금, 교수 임용 놓고 말다툼
배신감 느끼고 교육부에 진정
"공개하면 연 총장만 불리하다"

<뉴스앤조이>는 박 교수와 연규홍 총장이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올해 1월, 박 교수와 연 총장, 박 교수에게 선거 자금으로 600만 원을 전달한 A 박사, 연 총장 측근 B 목사가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나 대화한 내용이다. 들어 보면, 박 교수가 연 총장의 선거 자금을 관리했고 그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난다.

네 사람은 선거 자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A 박사는 박 교수에게, 자신이 준 돈을 어디에 썼느냐고 따졌다. 박 교수는 일일이 보고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A 박사에게 사과했다. 옆에 있던 B 목사는 A 박사와 연 총장에게 화를 내며 "선거 때 들어간 돈이 500이든 1000이든 일단 입을 다물어야 한다. (공개되면) 연 총장만 불리하다. 남이 알까 싶어 덮어야 할 일을 왜 자꾸 들추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화 도중 일부 선거 자금 집행 내역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B 목사에게 선거 활동 명목으로 150 주고 40 더 드렸다. (연규홍) 총장에게 500을 드렸다"고 했다. 연 총장은 박 교수에게 "그럼 200은 누구에게 줬느냐"고 되물었다. 박 교수가 선거 자금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수 채용 관련 이야기도 나온다. 박 교수는 연 총장에게 "여러 사람 앞에서 교수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연 총장은 "이 문제는 이미 일단락하지 않았나. 박 교수를 특채할 입장이 아니다. 교양 부분에서 음악 교수 뽑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올해 5월 중순, 연규홍 총장이 대가성 금품을 수수·요구했다며 교육부에 진정을 넣었다. 이때 이 녹음 파일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전부 넘겼다. 교육부 반부패청렴담당관실은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신대 오산캠퍼스에서 연 총장과 관련 인사를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5월 30일 성명을 발표해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박 교수가 제기한 대가성 금품 수수 및 요구 의혹과 지난 3월 <경인일보>가 보도한 이사회 임원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연 총장이 직접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연 총장에게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연규홍 총장, 학생들에게 해명
"500만 원은 경제 어려워 차용한 것
선거 자금 600만 원은 박 씨 독단 행위
전임 대가로 1~2억 요구는 어불성설"

연규홍 총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앤조이>는 연 총장이 6월 1일 학교 직원을 통해 한신대 총학생회에 전달한 해명 문건을 입수했다. 문서에는 박 교수가 제기한 △500만 원 금품 수수 △선거 자금 600만 원 전달 △1~2억 요구 등에 대한 입장이 나와 있다.

문서에는 "박 교수가 줬다는 500만 원은 (연 총장이) 경제적 곤란을 겪을 때 차용한 것이며, 박 교수의 요구에 따라 상환했다. 대가성을 이유로 차용한 돈이 아니다"고 했다. 선거 자금 600만 원도 "(박 교수에게) 선거 자금 관리를 부탁한 바 없고, 600만 원 수수 및 선거 지원은 (박 씨의) 독단적 행위로 생각한다"고 했다.

연 총장이 1~2억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에는 "전임교수 채용에 대해 대가성 요구를 한 적이 없다. 한신대 전임교수 인사 규정과 채용 절차를 살펴보면 이는 비현실적인 일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연규홍 교수에게 자세한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기자가 5월 30일 총장실을 찾아갔지만 연 총장을 만날 수는 없었다. 한신대 한 홍보팀 직원은, 박 교수가 음악원 설립이 무산되면서 반감을 갖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같다며,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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