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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연규홍 총장, 저서 대필 의혹
공부·훈련 명목으로 자료 조사, 원고 작성 지시…집필자 수고비도 미지급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6.01 12:17

한신대 연규홍 총장은 교수 재직 시절 학생들에게 대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신대학교 7대 총장 연규홍 교수에게 저서 대필 의혹이 제기됐다. 석·박사 학생들이 작성한 원고를 모아 자기 이름으로 책을 냈다는 것이다. 여러 교회사 집필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연규홍 교수가 교회로부터 1000만 원이 넘는 연구비를 받고도 자신들에게 수고비 한 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연규홍 교수가 낸 책을 자신이 썼다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사람만 4명이었다. 이 중 2명은 연 교수의 저서 대필은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한 반면, 나머지 2명은 연 교수 대신 글을 쓴 건 맞지만 학업 목적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 목사, ㄱ교회 100년사 일부 집필 주장
5개월 동안 자료 분류, 원고 작성

수고비 한 푼 안 받고 연구실 나와

A 목사는 2013년 10월부터 연규홍 교수의 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2014년 1학기부터 연 교수에게 박사과정 지도를 받으려 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 교수가 처음에는 번역 업무를 맡기더니 나중에 교회사 작업을 지시했다. 방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고 했다. 4개월간 A 목사는 ㄱ교회 100년사 작성을 위한 자료 조사와 분류 작업, 원고 작성을 맡았다.

교회사 작성은 고된 작업이었다. 교회 사료, 주보 등을 시간·주제별로 분류하고, 연 교수가 교인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글로 정리하며, 다른 기독교 전문 서적에서 ㄱ교회와 관련한 내용을 발췌하는 등 할 일이 많았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건 일상이었고, 주말도 반납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작업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졌다. 의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A 목사는 연 교수에게 양해를 구해 2주간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그때부터 연 교수가 자신을 불성실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관계가 틀어졌다고 했다. 결국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연구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A 목사는 "이후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내용을 살펴봤다. 연구실에서 작업했던 내 글이 거의 그대로 실려 있었다. 저자는 연규홍 교수로 되어 있었다. 서문에는 같이 작업한 다른 학생들 이름이 실렸지만 내 이름만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원고 한 뭉치를 꺼내 보였다. A4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었다. 그는 자신이 교회사 작업을 맡았을 때, 앞서 다른 학생이 전체 개요를 설정한 후 원고를 80쪽 정도 써 놓고 그만둔 상태였다고 했다. A 목사는 기존 원고를 바탕으로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A 목사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원고와 출간된 책을 비교해 보니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책은 시대에 따라 7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단원은 내용이 80% 이상 똑같았다.

ㄱ교회는 교회사 작업 대가로 1500만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목사는 수고비 한 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연규홍 교수가 일을 맡길 때 생활비 운운하며 수고비를 줄 것처럼 말했다. 건강 문제로 일을 도중에 중단하게 되자, 그는 '끝까지 일했으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돈을 줬을 텐데, 일을 마무리짓지 못해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B 전도사, ㄴ교회 60년사 집필 참여

6개 단원 중 2개 단원 작성

"학문 연구는 없고 일만 시켜"

B 전도사는 2010년 연규홍 교수 밑에서 한국교회사 석사 학위 지도를 받았다. 1학기부터 약 반년간 ㄴ교회 60년사 집필에 참여했던 그는 개인 사정으로 2학기 시작 전 휴학했다.

B 전도사는 신대원 입학 직후 지도 교수인 연 교수에게 ㄴ교회 60년사 작업에 참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마침 한국교회사를 연구하고 싶었던 터라, 공부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3월부터 4개월간 자료 조사와 분류 작업에 몰두하고, 방학 기간에는 원고 작성에 전념했다. 책은 6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두 단원을 B 전도사가 썼다고 했다.

교회사 집필은 해야 할 일이 많고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한 학기 내내 ㄴ교회사 작업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교회사 공부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집안에 일이 생겨 맡은 부분만 완성하고 연구실을 나왔다.

그는 기자에게 "순수하게 신학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연규홍 교수가 일만 시키는 것 같아 실망이 컸다. 이듬해 복학했을 때도 연 교수가 다시 교회사 작업을 해 보지 않겠냐고 권했다. 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ㄴ교회 60년사도 '저자 연규홍'으로 출간됐다. B 전도사는 "연 교수와 나, 그리고 또 다른 학생이 나눠서 책을 집필했는데, 원고 그대로 책이 나왔다. 단락마다 작성자에 따라 문체가 다른데, 이렇게 출간해도 되나 싶었다"고 했다.

교회가 교회사 집필을 의뢰할 때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급한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다. B 전도사는 당시 학생들이 연구를 목적으로 교회사 작업을 한다고 생각했지 용역비가 나오는지 몰랐다고 했다. 수고비 역시 받지 못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ㄴ교회에 교회사 용역비로 얼마를 연 교수에게 줬는지 문의했으나, ㄴ교회는 자세한 답을 피했다.

C 전도사, 7년간 연 교수 옆에서 교회사 작성

"연 교수, 책 기본 개요와 구성 기획
공부 목적으로 학생들 지도한 것"
D 목사 "연 교수는 학생 지원 아끼지 않아"

C 전도사는 A 목사와 B 전도사가 각각 참여했던 ㄱ교회사·ㄴ교회사 집필에 모두 참여했다. 7년간 연 교수 곁을 지켰던 그는 앞서 문제를 제기했던 두 사람과 생각이 달랐다. 큰 틀에서 보면 교회사 작업이 연 교수만의 '교수법'이라고 했다.

C 전도사는 ㄱ교회사·ㄴ교회사 상당 부분을 자신이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연규홍 교수 이름이 실렸지만, 그는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책 개요와 기본 구성을 기획한 사람은 연 교수였다. 학생들은 연 교수 지시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찾고 글로 정리할 뿐이다. 학생들이 원고를 써도 책 발간 직전에는 연 교수가 최종 검토한다. 이것을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연 교수는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기 위해서 교회사 작업을 권한 것이다. 일부 학생은 보수 없이 일을 했다거나 연 교수 개인 이름으로 책을 낸 일을 지적하지만, 연 교수의 취지를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교회사 연구에 필요한 자료 조사, 인터뷰, 글쓰기 등의 기본 소양을 훈련시킨 것이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받은 연구 용역비를 연 교수가 집필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C 전도사는 "나 역시 교회사 작업 대가로 보수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장학금 등 다른 방법으로 연 교수가 혜택을 제공해 줬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는 분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교회사 작성과 관련한 논란에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A 목사와 C 전도사와 함께 ㄱ교회 100년사 작업에 참여했던 D 목사도 연 교수를 지지했다. 그는 교회사 작업 성격상 개인이 혼자 도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집필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D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사 작업을 단순한 논리로 보면 안 된다. 대부분 교회가 교수들에게 교회사 편찬을 의뢰한다. 교회에서 들어오는 자료 양이 1톤 트럭 1대에 가득 찰 정도다. 회의록·주보·설교·사진 등을 분류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린다. 연구실 조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연규홍 교수 개인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D 목사는 "학계에 오랫동안 자리잡힌 관행이다. 교회사 작업에서 교수가 하는 일은 기본 개요와 목차를 만들고 학생들의 원고를 검토하는 정도다. 저자가 교수 개인 이름으로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D 목사는 자신을 비롯해 ㄱ교회사 집필을 끝까지 완성한 학생들은 수고비와 작업 경비를 지원받았다고 했다. 그는 연 교수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A 목사를 향해서는, 교회사 작업을 완성하지 않고 도중에 나갔기 때문에 저자 자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수고비 역시 정식 박사과정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급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

A 목사, 연 교수 고소 검찰은 '불기소'

교수 연구 윤리 지침

"기여도 있는데도 저자 자격 미부여 시,

부당한 저자 표시"

A 목사는 지난해 11월 17일, 사기, 강요, 조세 포탈 혐의로 연규홍 교수를 고소했다. 검찰은 올해 3월, 사기·강요죄가 성립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조세 포탈은 세무 관청이 직접 고소해야 수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A 목사는 항고했다. A 목사는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법적으로 범죄가 성립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연구 윤리 측면에서는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논문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신대학교 연구 윤리 규정에는 "연구 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를 비윤리적 행위로 보고 있다(2조 4호).

교육부도 훈령 153호 '연구 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서 "연구 내용 또는 결과에 대한 공헌 또는 기여가 있음에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를 '부당한 저자 표시'로 규정하며, 이를 연구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12조 4호). 서울대학교는 저자가 복수인 경우, 연구자의 기여도 혹은 합리적 관행에 따라 저자 표시 순서를 정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10조 3항).


<뉴스앤조이>는 교회사 작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연규홍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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