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가 총장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친 학생회 임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신대학교가 총장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친 학생회 임원들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신대학교(연규홍 총장)가 학교 명예를 실추하고 각종 학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대거 징계하려 하고 있다.

한신대 학생지도위원회(김재성 위원장)는 7월 9일, 탁영희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 무기정학, 이지민 정책학회장 유기정학, 이유림 사회복지학과 부학생회장 경고 등 5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22일에는 노유경 총학생회장과 문희현 부총학생회장 무기정학 등 총학생회 임원 4명에 대해서도 징계 수위를 결정해 교무회의에 올렸다. 8월 5일 교무회의를 거치면 징계가 확정된다.

한신대는 학생들이 천막 농성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으로 학교와 대립하며 명예를 훼손했다는 사실을 징계 이유로 내세웠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학과 교수 채용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해부터 학교와 대립하다가, 올해 2월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준 후보자가 면접 순위에도 들지 못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 농성을 불허하며 이들을 학생지도위에 회부했다.

총학생회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학생지도위에 회부되자, 3월 21일부터 "학생 징계를 철회하라"며 연대 농성에 들어갔다. 3월 23일에는 연규홍 총장이 특정 인사를 부당하게 교목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연규홍 총장의 금품 수수 및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총장 전 비서실장 김강호 목사가 3월 17일 <에큐메니안>에 '2018년 교목실 채용 비리 아닌 비리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김 목사는 형식상 공개 채용이지만 교목 내정자가 있었고, 실제 그가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총학생회는 김 목사 글을 인용해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원자들과 학내 구성원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연규홍 총장과 교목은 이에 대해 명백히 해명하고 공개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한신대는 이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총학생회 임원들을 학생지도위에 회부했다.

노유경 총학생회장은 7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징계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에큐메니안>에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라는 입장문을 낸 게 왜 지도 대상인가. 철회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는 성명서를 내리고 당사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학교 사안에 대해 의혹 제기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 회장은 3월 21일부터 시작한 농성과 3월 23일 발표한 성명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학교가 이를 하나로 병합해 징계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가 단순히 성명서 발표 때문만이 아니라, 그간 연 총장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온 데 대한 징계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

한신대 학생들은 장공관 앞에 천막을 치고 학생지도위원회의 징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한신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한신대 학생들은 장공관 앞에 천막을 치고 학생지도위원회의 징계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한신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한신대는 2018년 연규홍 총장 취임 직후 끊임없이 학내 분규를 겪어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한신대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내세워 학생들에게 천막 농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4월 초 한 차례 총학생회 천막을 철거했고, 5월 초 총학생회가 천막을 재설치하자 콘센트를 모두 실리콘으로 막아 버려 전기를 차단하는 등 계속해서 대치했다.

총학생회는 학생을 탄압하는 처사라며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7월 16일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연규홍 총장의 '금품 수수 및 채용 비리'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한신대는 학생들에게 징계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월 3일 대학본부 명의로 "2020년 1학기 학생지도위원회는 지도 대상 학생들에게 100일이 넘도록 기회를 주었다. 지도 대상 학생들은 가짜 뉴스와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외부 해교 세력과 동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학교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심각한 잘못임을 반성하고, 학생지도위원회에서 지도하고 권고한 사항들을 조속히 이행하기 바란다. 또한, 인권위 앞 기자회견 등의 쇼를 펼치는 일이 앞으로는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신대는 학생 징계와 관련한 <뉴스앤조이> 질의에 7월 31일 "공동체의 교육과 질서라는 두 가지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고 결정을 하고자 부득불 조건부로 위 사항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양해 바란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아직 절차가 남아 있고 총장이 재심의를 요청할 수도 있다면서 징계가 확정된 것처럼 단정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성명 발표만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 일이 사실인지 묻고자 김재성 위원장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현재 심의 중인 건이고 징계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는 문자메시지만 보내왔다.

징계 수위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각 학과 학생회는 학교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 징계를 철회하라는 연서명도 7월 28일 시작했는데, 3일 만에 1100여 명이 동참했다. 총학생회는 8월 2일까지 연서명자를 모집한 후, 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유경 총학생회장은 "만일 8월 5일 교무회의에서 징계 결정이 내려질 경우 (징계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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