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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전북노회, 성폭력 의혹 박 교수 재판국 구성
재판국장 및 재판국원 과반 여성…사직 청원 기각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3.12 21:38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가 3월 11~12일 전주신광교회에서 114회 정기노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김영기 노회장)가 제자 성폭력 의혹을 받는 한신대학교 신학과 박 아무개 교수 치리 절차에 돌입했다. 전북노회 노회원들은 3월 11~12일 전주신광교회에서 열린 114회 정기회에서 박 교수 성폭력 사건을 다루기 위한 재판국(이강실 재판국장)을 구성했다.

박 교수는 2월 <뉴스앤조이>가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뒤, 본인이 속한 한신대와 전북노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기노회에는 박 교수가 낸 사직 청원이 헌의안으로 올라와 있었다. 기장 구성원들은 3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수가 본인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사직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국을 구성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노회 첫날,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피해자를 돕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가 전주신광교회를 방문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113회 노회장 진재성 목사를 만나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장을 건넸다. 박 교수의 사직 청원 통과를 막고 정식으로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들과 학생들은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노회원들에게 호소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과 피해자를 돕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노회 현장을 찾아 노회원들에게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달라는 호소문을 배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직 청원은 빠르게 기각됐다. 정치부 최철기 서기(백구중앙교회)가 "기관 목사 박 아무개 씨의 사직 청원은 기각을 청하오며"라고 하자 노회원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허락이요"를 외쳤다. 사직 청원을 기각하면서 박 교수 치리를 위한 재판국 구성은 힘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 김 아무개 씨가 박 교수를 고소한 건을 다루는 차례가 돌아왔다. 최철기 서기는 "피해자 김OO의 박 아무개 씨 성폭력 고소 건은 정치부장 진재성 목사가 기소하고 재판국원 7인 중 목사 5인, 장로 2인으로 하되 여성 당연직 2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 달라"고 보고했다.

발언을 요청하는 노회원들이 곳곳에서 손을 들었다. 박 교수는 전북노회에서도 유서 깊은 교회 출신으로, 이 지역 목회자들과 돈독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친분 관계 때문에 노회원들이 재판국 구성에 동의하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제일 먼저 발언권을 얻은 김민전 목사(전주신흥교회)는 박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노회 차원의 사과 성명을 발표하자고 했다. 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벌써 이슈가 됐다. 목사는 노회 소속이다. 노회가 책임을 지는 자세로 이 사건을 대해야 한다.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상 목사(성야고보교회)는 재판국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재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사회 법정에서는 이런 경우 피해자가 노출되지 않고도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서면으로 진술을 대신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해 진행한다. 노회가 지금까지 해 왔던 재판들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노회원들이 이런 부분을 깊이 헤아려, 피해자가 우리 노회 재판을 통해 또다시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강실 목사(전주고백교회)는 여성을 2인으로 제한한 재판국 구성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목사는 "여성을 2인으로 제한했는데 3인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그 부분은 '2인 이상'으로 수정하면 좋겠다. 전북노회가 성폭력 사건 치리에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이것이 전례가 될 수 있도록 피해자 편에서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최철기 서기(왼쪽)의 박 교수 관련 보고는 노회원들에게 빠른 동의를 얻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발언자들 요청은 전부 받아들여졌다. 전북노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김영기 노회장 명의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또 재판국원을 구성할 때 여성 국원 수를 제한하지 않도록 '2인 이상'이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재판국 구성안이 통과되자 재판국 구성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천위원회가 7인을 추천했는데 남성 4명, 여성 3명이었다. 재판국원으로 추천된 한 남성 장로가 현장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그 자리를 여성 장로에 내어 주면 좋겠다고 했고, 공천위원회는 이 의견을 받아들였다. 결국 여성 재판국원이 총 4명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재판국장도 여성이 맡았다.

조직 보고를 마친 이강실 재판국장은 판결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국장은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성폭력 사건은 여러 번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명백백하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범죄행위다. 치리까지 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판국장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변호인을 세우든지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가 직접 오지 않는 방안을 논의하겠다. 또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재판국원들에게 비밀 엄수 서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재판국원 4명이 들어가 있어, 박승렬 목사를 재판한 서울동노회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북노회 의지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정기노회 시작 전부터 움직인 이들이 있었다.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박 교수의 사직 청원을 기각하고 재판국을 구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노회 임원회에 전달했다.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이자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진 목사도 여성 노회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판국원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건넸다.

한신대 연규홍 총장도 전주신광교회를 찾아 박 교수 건을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편, 한신대 연규홍 총장도 3월 11일 노회를 방문해 유감을 표명했다. 연 총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노회 노회원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 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노회원들께서 공정하고 엄중하게 이 일을 처리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사를 마친 연 총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학교에서도 이 사건을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교수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처리를 보류하고 있다. 이것을 그냥 사직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게 학교 입장이다. 현재 박 교수는 보직·수업에서 전부 제외됐다. 성윤리위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곧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형사처벌을 받은 게 아니라 징계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사건은 그것과 별개다. 교수로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하고 교수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마친 뒤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해 이사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학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학기부터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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