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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방송은 지금②] 교회 안 물려준 김장환 목사, 방송사 요직에는 자녀들 포진
장남은 재단법인 이사, 차남은 대전극동방송 지사장, 딸은 LA지사장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01.30 17:54

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은 한국 크리스천들이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와 라디오 미디어가 발전하던 시기가 맞물려, 극동방송 또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라디오가 쇠퇴하는 현 시기에도 극동방송은 건재합니다.

무려 40여 년간 극동방송을 이끈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연로해질수록(올해 86세), 차기 이사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장환 목사가 교회는 세습하지 않았지만, 극동방송은 세습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장환 목사의 자녀들이 모두 극동방송과 연관된 곳에 이름을 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는 극동방송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극동방송은 어떻게 초대형 방송사가 될 수 있었는지, 김장환 목사 자녀들은 어디에 포진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또 김장환 목사와 보수 정치계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저널리즘 관점에서 극동방송의 콘텐츠를 정리해 봤습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성장한 극동방송. 과연 그만큼 공공성 있는 방송사일까요. -편집자 주

"아들이 우리 교회 목사가 되면 아버지와 비교될 겁니다. 내 아들들이 우리 교회에서 자랐으니 교회가 시집살이를 시키겠죠. 교회를 개척해서 성장시키는 것이 목회자에게는 훨씬 재미있고 보람있지요. 이미 교인들에게 절대로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 上> 220페이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장환 목사는 2000년 출간한 자서전을 통해 "교회 세습은 없다"고 선언했다. 초대형 교회 목사들이 앞다퉈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던 2000년대 초반, 김 목사는 자신의 제자 고명진 목사에게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을 맡겼다. 당시 교회 등록 교인 수는 1만 5000명으로 수원시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안 그래도 교계와 사회에서 두루 영향력이 있던 김장환 목사는 이 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세상은 김 목사를 '통 큰 교계 지도자'로 추어올리며 '아름다운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김장환 목사는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세습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세습 의혹에도 이사·지사장 계속
교회·출판사, 방송사 건물 이용
TDP 후원금 면제도

교회를 물려주지 않은 김장환 목사의 정신은 극동방송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듯하다. 김장환 목사의 큰아들 김요셉 목사는 2009년부터 극동방송 재단법인 이사로 등재돼 있다. 2017년 2월 재등기됐는데, '미합중국인'이라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현재 극동방송 재단법인 이사는 총 13명이다. 주로 대형 교회 목사와 기업 회장 등이 포진해 있는데, 이 중 김요셉 목사가 포함된 것이다.

김요한 목사는 2005년 1월 대전극동방송 부지사장에 임명됐으며, 2013년 지사장에 취임했다. 김요한 목사가 지사장에 오를 때 세습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극동방송 측은, 대전극동방송 지사장이 미국에 가는 바람에 적임자가 올 때까지 김 목사에게 직무대행을 맡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요한 목사는 지금까지 대전극동방송 지사장을 맡고 있다.

김요한 목사가 대표로 있는 문화 사업 브랜드 (사)WAFL 사무실은 극동방송 서울 본사 2층에 있고, 그가 세운 홍대가까운교회도 본사 건물 지하에서 예배하고 있다. 김 목사는 극동PK장학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장학재단은 2010년 김장환 목사가 설립했다.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 및 형편이 어려운 신앙인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극동방송은 수입의 일환으로 TDP(Time Donation Program)를 실시하고 있다. 주로 중·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방송으로 내보내며 후원금을 받는다. 김장환·김요셉·김요한 목사 설교도 극동방송에서 들을 수 있다. 2012년 지사장 회의 자료에 나온 TDP 현황을 보면, 이영훈·조용기·김학중·곽선희·최성규·이규현 목사 등은 설교가 나간 횟수만큼 금액을 지불했다. 하지만 김장환 목사 부자들은 예외였다. 김장환 목사의 설교는 10회 방송됐는데 헌금 액수는 0원이었다. 김요한 목사의 설교도 6회 방송됐지만 헌금 액수는 0원이었다. 김요셉 목사의 설교는 6회 방송됐는데 헌금을 내는 횟수는 네 번뿐이었다.

극동방송은 지난해 11월 김요한 목사가 쓴 <파이 굽는 엄마>(바이북스)를 1000권 구매했다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파이 굽는 엄마>는 김요한 목사의 어머니, 김장환 목사의 아내 트루디 여사의 이야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측이 사주 일가를 위해 전사적으로 책 구매에 뛰어들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극동방송 측은 저자 김요한 목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구입한 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김장환 목사의 딸 김 아무개 교수 역시 극동방송에 몸담고 있다. 김 교수는 2013년 6월 극동방송 미주지사장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지사장을 맡고 있다. 지사장은 이사회가 아닌 극동방송 본사 추천으로 선임한다. 그러나 극동방송 경영을 총괄하는 김장환 목사의 재가 없이는 지사장에 오를 수 없다.

"방송사는 공공재,
김장환 목사 일가 배제해야"
"40년 넘게 방송사 경영,
방송·신문사 통틀어 전례 없어"

김장환 목사의 40년 넘는 경영과 자녀들의 위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으로 성장한 방송사에 특정인의 가족이 요직을 맡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교회 세습으로 논란이 되는 시대인데, 이 자체만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만약 어느 회사 사장이 아들딸을 주요 직책에 앉히면 당장 논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자식을 요직에 세우지 않는데, 극동방송은 정반대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김장환 목사가 오랫동안 극동방송을 이끌며 오늘의 자리까지 이끈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재에 해당하는 방송사를 일가족이 장악하는 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보다 더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교계가 참여할 수 있게 길을 터 줘야 한다. 김장환 목사뿐 아니라 가족들도 경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극동방송을 이끌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봉우 방송모니터 팀장은 "한국의 라디오 방송국과 지상파 방송사, 신문사까지 확장해도 전례가 없는 수준의 경영 방법이다. 심지어 <조선일보>도 한 명의 사주가 이렇게 독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CBS만 봐도 각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한다. 특정 일가가 경영권을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해 이사회가 존재하는데, 극동방송은 이례적이다. 다른 종교 방송사와 비교해도 극동방송과 같은 지배 구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장환 목사가 극동방송을 세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삼성도 경영권을 물려주기 전 자녀를 요직에 앉히지 않았는가. (극동방송도) 형식적으로 봤을 때 세습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공의 가치를 표방해야 할 방송사가 세습을 한다면 사회적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극동방송이 순수 복음 방송의 기치를 이어 가려면 일가의 독점 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극동방송 출신 김용민 피디는 "세습이 달리 세습인가. 자식들은 교회만 안 물려받았을 뿐 극동방송 이사와 지사장에 임명되는 등 특혜를 입었다. 방송사는 신문사와 달리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한다. 공공의 전파는 위임받은 것으로 사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요한 목사, 세습 의혹 일축
"아버지는 이사장에 자녀 앉힐 맘 없어"
사유화 지적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한기붕 사장, 이사장 일가 특혜 부인
"김장환 목사만큼 정직한 분 없어"

올해로 86세인 김장환 목사의 후임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극동방송 한 이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김장환 목사의 후임을 생각할 때가 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누가 맡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 (이사장을 교체할) 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은 드는데, 김장환 목사 본인이 조심스러우니까 말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는 기자와 만나 "김장환 목사님은 아직 정정하시다. 당분간 계속 이사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안에서 후임 이사장과 관련해 논의한 적 없다며, 후임 선정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극동방송 한기붕 사장도 "이사장 후임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의 차남 김요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장 선임은 이사회 소관이다. (이사회가) 나에 대한 기대나 바람은 없을 것 같다. 만약 이사회가 나를 추천해도, 나는 교회와 와플(WAFL) 등을 맡고 있어서 현실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의 의중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요한 목사는 "적어도 내가 아는 아버님은 자녀들을 이사장 자리에 앉힐 생각이나 마음이 없는 분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사례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아버지를 '정치 목사'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나와 형을 그 자리에 앉히고자 하는 마음은 없는 걸로 안다"며 세습 우려를 일축했다.

김장환 목사 일가가 극동방송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요한 목사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교회나 집단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규모가 큰) 극동방송이나 명성교회(김하나 목사)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는 영역이다. 사유화라고 볼 수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극동방송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려는 맥락도 있다. 어쨌든 우리 셋 다 자리를 맡고 있는 건 사실이니 부인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요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만남은 거부했지만,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회피하지 않고 해명했다. 김 목사는 2012년 지사장 회의 자료에 나오는 TDP 헌금 내역은 착오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설교가 방송에 나간 만큼 헌금을 드리고 있다. 지금도 헌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극동방송 2층에 있는 와플 사무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방송국에서 (혜택)받는 건 없다. 내야 할 돈은 다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붕 사장은 극동방송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는 장남 김요셉 목사의 입장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넣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김장환 목사와의 인터뷰도 거부당했다. 한기붕 사장은 "의혹이 없기 때문에 김장환 목사님과의 인터뷰는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한기붕 사장은 김장환 목사 일가가 재정을 착복하지도, 운영을 잘못한 적도 없다며, 취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장환 목사님을 30년간 모셔 왔는데 대한민국 목회자 중 이분만큼 정직한 분은 없다. <뉴스앤조이>가 염려하는 그런 일도 없다. 재정이나 조직 등 모든 면에서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김장환 목사의 자녀들을 지사장으로 채용한 건 업무 능력 때문이라고 했다. 한기붕 사장은 "김요한 목사와 김 아무개 교수의 경우 직무대행으로 선임됐으나, 업무 능력이 뛰어나 지사장이 된 것이다. 단순히 김장환 목사님 자녀라는 이유로 뽑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기붕 사장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고, 1월 29일 서울 극동방송 본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한 사장은 당일 인터뷰 2시간 전 급한 일이 생겼다며 인터뷰를 취소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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