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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 실종 선원 찾기 위해 사고 해역으로
[인터뷰] 가족대책위 허영주·허경주 대표 "심해 수색 선례 만들었다"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9.01.23 18:19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이 사고 해역을 찾아간다. 정부는 지난해 8월 14일 국무회의를 열어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결정했다. 12월 28일에는 미국 심해 수색 전문업체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와 계약을 체결했다. 오션인피니티는 1월 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실종 선원 가족을 태우고 선체가 가라앉아 있는 남대서양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2년 넘게 정부와 줄다리기한 끝에 얻은 결실이다. 축구장 3개 정도 크기의 대형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침수 5분 만에 배가 두 동강이 나 가라앉았다는 생존 선원들 주장에, 선박에 구조적 결함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 가족들은 배가 침몰한 이후부터 줄기차게 심해 수색을 요구해 왔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심해 수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해 수색을 앞둔 가운데,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허영주·허경주 공동대표를 1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가족들은 지난주 부산에서, 승선에 필요한 안전 교육을 받고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2명이 훈련을 받았지만, 승선자는 1명으로 축소됐다. 외교부가 가족 승선자를 1인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허영주 대표는 "심해 수색을 결정하고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도 가족들은 숱한 난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에 예산이 갑자기 삭감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도 업체 선정이 불투명해 이대로 해가 바뀌는가 싶었다. 예산 선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다행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힘을 실어 줘, 극적으로 업체와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허영주(사진 왼쪽)·허경주 대표. 2년간 정부와 줄다리기 끝에 심층 수색을 성사시켰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미발견 구명벌 확인 
△블랙박스 회수
△선체 3D 이미지 작성
실 수색 기간 25일
"선체 고정돼 있어 성과 예상"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의 주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실종 선원 생사를 확인하는 것과 진상 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심해 수색을 맡은 오션인피니티는, 무인 잠수정에 부착한 카메라를 이용해 가라앉은 스텔라데이지호 내부에 미발견 구명벌 2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선체 상태를 3차원 이미지로 구현할 예정이다.

스텔라데이지호 내부에 미발견 구명벌 2정이 없다면 실종 선원들이 사고 당시 탈출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허경주 대표는 "가족들은 미발견 구명벌 2정에 실종 선원이 탔을 것이라 예상해, 해역 수색을 장기간 계속해 달라고 정부와 선사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구명벌 2정이 스텔라데이지호와 함께 침몰했을 거라며 수색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며, 이번 수색에서 실종 선원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있는 블랙박스 모습. 사고 원인 규명에 꼭 필요한 장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션인피니티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선체에 있는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할 계획이다.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VDR은 사고 당시 선원들 간 대화나 항적, 선체 상태 등이 모두 기록되어 있어, 사고 원인 규명에 꼭 필요한 장치다.

허영주 대표는 "현재 블랙박스가 어떤 상태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침몰 과정에서 파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업체가 블랙박스를 무사히 회수한다면, 현재 해경과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진상 규명 작업이 큰 탄력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경주 대표는 혹여나 VDR을 회수할 수 없다고 해도 3차원 이미지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무인 잠수정이 침몰해 있는 선체 모습을 촬영해 3차원 이미지를 작성하면, 전문가들이 균열 부위, 파손 정도 등을 분석해 구조적인 결함을 밝혀낼 수 있다. 지난 공청회에 참석한 미국 전문가들이 설명해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션인피니티가 외교부와 계약한 심해 수색 기간은 50일이다. 출항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사고 해역까지 왕복에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수색에 쓰는 기간은 25일에 불과하다.

가족들은 수색 기간이 기대보다 많지 않지만 업체가 기한 내에 VDR를 회수하거나 선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허경주 대표는 "이번 심해 수색은 해역을 이동하며 유실된 장비를 찾는 일이 아니다. 고정된 선체를 점검하는 수색이고 위치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업체 오션인피니티는 사고 해역인 남대서양에서 50일간 심해 수색을 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심해 수색에 참관하는 한국인은 실종 선원 가족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소속 민간 연구원 등 총 3명이다. 가족들은 지난주 부산으로 내려가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서 기초 안전 교육(BOSIET)을 이수하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해상에서 각종 재난·위기 상황을 겪었을 때 생존에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다. 승선자들은 1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해, 1월 30일 수색 업체와 함께 사고 해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심해 수색 참관에 필요한 준비를 직접 하고 있는 실정이다. 허경주 대표는 "승선자들은 장기간 배에 타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배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생활용품이 필요한지, 세탁이 가능한지도 알지 못한다. 가족들이 직접 인터넷 홈페이지나 지인을 통해 선상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허영주 대표는 "가족들이 정부에서 받은 정보는, 기한 내 케이프타운 공항에 가라는 말뿐이다. 그러면 그곳에서 수색 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승선에 필요한 교육과 건강검진을 가족들이 직접 알아보고 비용도 부담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실종 선원 가족들은 정부가 심해 수색을 결정하고 실제로 이행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영주 대표는 "2년 동안 가족들이 정부에 수색을 요구할 때마다 '선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 심해 수색 선례를 남겼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선례를 만드는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재난이나 사고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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