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가족·시민대책위가 2월 20일 국회에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의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유가족도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스텔라데이지호 가족·시민대책위가 2월 20일 국회에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의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유가족도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결함 신고 의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 '선박안전법' 위반 첫 판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재판에서 나왔다.

부산지방법원은 2월 18일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김 아무개 부산해사본부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폴라리스쉬핑 법인에 벌금 1500만 원 선고했다. 스텔라데이지호·스텔라유니콘호 공무감독 변 아무개 씨와 박 아무개 씨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시민대책위원회는 2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이번 판결이 세월호 참사로 강화된 선박안전법을 적용한 첫 판례라 의미가 있지만, 법원이 심리를 충분히 다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허탈하다고 했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이번 유죄판결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선박안전법 개정을 이끌어 낸 세월호 가족들 공이다. 선박안전법 개정 이후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책위 역시 끝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고, 다른 해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례를 남기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재판의 의미와 별개로 판결 내용 자체는 허탈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함 미신고'만 유죄를 선고하고 '복원성 유지 위반'과 '선박 검사 거짓 수검'은 무죄로 판단했다. 김완중 대표에 대해서는 '선박 결함을 보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한 것'을 감형 사유로 삼았다.

대책위에 참여 중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최석봉 변호사는 "선박 결함을 확인해 운항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김완중 대표가 아니라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있다. 그런데도 결함을 미신고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선박 결함을 자체적으로 수리했다고 감형 사유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다. 또한 검찰은 선박 검사 거짓 수검의 피고인을 스텔라데이지호 공무감독으로 특정했는데, 재판부는 수검의 주체가 김완중 대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범죄 사실 자체가 무죄라는 얘기가 아니라 피고인을 잘못 특정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이러한 법원 판결은 세월호 참사로 개정된 선박안전법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비판했다.

허영주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조속한 심해 수색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허영주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조속한 심해 수색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허영주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는데도, 엄중한 심판은 없었다. 검찰은 김완중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는데, 선고는 징역 6개월, 그마저도 집행유예가 나왔다. 누구나 그렇듯 돈 있으면 집행유예로 빠져나가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법을 위반했을 때 집행유예로 가볍게 끝낸다면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폴라리스쉬핑 측은 재판에서 스텔라호 침몰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양형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분노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해,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2차 심해 수색을 해 달라. 대책위는 3년간 투쟁해 왔다. 먼저 세금으로 집행하겠지만 국가가 폴라리스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지난 1월 세월호 참사로 지출된 비용에 대해 유병언 일가가 정부에 17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선례도 있다. 정부는 심해 수색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영석 엄마 권미화 씨, 시은 엄마 윤경희 씨, 지혜 엄마 이정숙 씨 등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했다. 세월호 가족들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선박안전법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개정됐는데,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참사의 재발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사고가 예견됐을 뿐 아니라, 사고 후에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폴라리스쉬핑과 김완중 대표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다를 것이 없다"며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정부에도 실종자 수색을 촉구했다. 가족협의회는 "코로나19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우리 국민을 정성껏 모셔 오는 그런 대우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들과 가족들이라고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실종 선원 가족들 염원을 짓뭉개는 공무원들, 그런 자들을 이 정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외교부와 청와대는 이제라도 남대서양 아래에 버림받은 우리 국민들을 모두 모셔 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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