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수도권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쌀쌀한 날씨를 반영하듯 아침을 맞은 광화문광장은 썰렁했다. 11월 17일 오전 10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전성웅 기관장의 아버지 전형술 씨가 혼자 광화문광장 서명대를 지키고 있었다.

"가족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전 씨가 답답한 듯 말했다. 다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논의하기 위해 모두 국회에 가고, 자신만 혼자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전 씨는 대화하는 도중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라고 외쳤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선원들이 지금도 살아 있다고 믿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 씨의 아들 전성웅 기관장은 20년 가까이 배를 탄 베테랑 기관장이다. 한진해운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회사가 부도를 겪으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으로 이직했다.

"조금만 더 쉬어도 되는데. 노는 것도 지겹다며 폴라리스쉬핑에서 일을 시작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어. 초등학생, 중학생 두 딸이 아직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231일이 지났다. 배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 24명 중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여전히 선원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침몰한 배의 선원들이 7개월이 넘도록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가 있다. 침몰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구명벌이 모두 5척 실려 있었다. 지금까지 3척이 발견되고 2척이 발견되지 않았다. 구명벌에는 생존을 위한 낚시 도구가 있고, 식수는 빗물을 모아서 구할 수 있다. 선원들은 모두 해양 사고를 대비해 전문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대서양은 다른 바다와 달리 잔잔하다. 가족들은 해류가 일정 범위 안에서만 돌기 때문에 수색을 계속한다면 구명벌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출항했을 때부터 이미 스텔라데이지호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당시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은 출항했을 때부터 배 상태가 나빴고, 배가 갑자기 둘로 쪼개졌다고 증언했다.

전형술 씨(사진 오른쪽)가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실종 선원 가족들은 8월 15일부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지에는 △정부는 미군에 구명 뗏목 촬영 사진 공개를 적극 요구하라 △남대서양 인근 섬을 철저히 수색하라 △사고 원인 규명과 구명 뗏목의 침몰 여부 확인을 위해 심해 수색 장비를 즉각 투입하라 △선사의 노후 선박 관리 소홀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등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서명에 참가한 이가 9만 명에 달한다. 전 씨는 시민들이 사고 초기에는 서명에 적극 참여해 줬지만 최근 들어서는 참여율이 떨어졌다며, 많은 시민이 스텔라데이지호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는 "이제 목표치까지 얼마 안 남았다.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더 도와 달라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 정부가 수색을 재개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서명 목표인 10만 명을 채우면, 서명지를 청와대와 UN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명은 광화문광장과 온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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