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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늑장 대처에 발만 구르는 스텔라호 가족들
'심해 수색 장비' 투입 요청에 정부 묵묵부답…"수색 가능 기간 얼마 안 남아"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7.20 18:41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조금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외교부·해수부 관계자들이 7월 초에는 사고 해역에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알려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말 현재까지, 정부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는 상황이다.

가족들이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침몰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다. 사고 해역에 장비를 투입해 선박 항해 기록 장치(Voyage Data Recorder·VDR), 즉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VDR을 수거해야 한다. VDR에는 사고 직전까지 선박에서 발생했던 모든 일이 기록되어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축구장 3개 정도 크기의 대형 화물선이다. 지난해 3월 31일, 맑은 대낮에 갑자기 두 동강이 나면서 가라앉았다. 가족들은 선사가 건조된 지 25년 된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운용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추정하고 있다.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더불어 VDR을 봐야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선원들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다. 가족들은 아직 스텔라데이지호에 있던 구명벌 2척이 발견되지 않았고, 선원들이 모두 훈련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생환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 문화제에 참석한 실종 선원 가족들은 블랙박스 수거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족들은 올해 2월부터 해수부·외교부와 TF를 구성해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논의해 왔다. 정부는 VDR 수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허경주 대표는 "가족들이 수거 얘기만 하면 해수부 관계자들이 난색을 보였다. 회의가 무산된 적도 있었다. 관계자들은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도 침몰한 선체 외관만 촬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작년 말에는 심해 수색 장비 투입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는 일도 있었다. 가족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국회의원실 100여 곳을 돌며 관련 예산에 대해 동의를 받아냈다. 그러나 12월 6일 여야가 합의한 '2018년 정부 예산안'에는 심해 수색 예산 50억이 전액 누락돼 있었다. 가족들은 황당했지만 어떤 이유로 예산이 삭감됐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공청회 이후 반전된 분위기
해외 심해 수색 전문가들 
"VDR 수거 기술적으로 문제없어"

스텔라데이지호 선교에 설치된 블랙박스 모습. 올해 4월 '심해 수색 장비 투입 검토 공청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분위기가 반전된 건 올해 4월이었다. 가족들은 여야 의원들과 함께 4월 19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장비 투입 검토 공청회'를 열었다. 내로라하는 해외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30년 이상 심해 수색 경력을 보유한 우즈홀연구소 첨단이미지·시각화연구실장 윌리엄 랭(William Lange)과 미국 RMS Titanic 데이비드 갈로(David Gallo) 선임고문 등이다.

랭과 갈로는 남대서양 수심 약 3200m 해역에 가라앉아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VDR을 수거하는 데 기술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이들은 각각 심해 4000m에 있는 더비셔호(2000년 수거)와 심해 3900m에 있는 에어프랑스 447편(2011년 수거) VDR을 수거한 경험을 갖고 있다.

허경주 대표는 공청회가 끝난 뒤 해수부·외교부 반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VDR을 수거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말하니까, 정부 관계자들도 그제야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약속 날짜 지났지만, 정부 응답 없어
심해 수색 장비 투입안 무산될까 
수색 가능 시기 놓칠까
마음 졸이는 가족들

가족들은 매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수색 재개와 블랙박스 수거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후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 허경주 대표는 "정부 측 관계자들이 6월 22일 10차 회의에서, 기술적으로 VDR 수거가 가능하면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겠다며 심해 수색 장비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어떤 결정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정부가 7월 초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러다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장비를 투입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가 기상 상황이다. 남대서양은 하절기인 10월부터 2월까지 파고가 낮고 기상이 안정되기 때문에 심해 수색이 가능하다.

허경주 대표는 "정부가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결정해도 장비가 실제 남대서양에 투입되기 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린다. 업체 선정부터 계약서 작성까지 약 2달이 걸리고, 사고 해역과 해류, 해저 지형 등을 파악하고 장비와 인력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에 최소 2달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고 했다.

허 대표는 "가족들은 정말 피가 마른다.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수거하기로 어렵게 중론을 모았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정부가 최종 승인을 미루고 있다. 이러다 시기를 놓쳐 내년으로 연기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속은 까맣게 타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어쨌든 정부와 함께 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재촉이나 비판도 쉽게 할 수 없다.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건 매일 광화문광장과 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수색 재개와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위한 서명을 받는 것뿐이다. 실종 선원 가족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부모님들이라, 매일 오후에만 나와서 서명대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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