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공동대표 허경주·허영주)가 신학대를 찾았다. 서울신학대학교 총학생회 '다함'은 사회참여 동아리 '약동하는서신'과 함께 4월 12일 '세월호 4주기 추모 및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과 함께하는 간담회 및 기도회'를 열었다. 대학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관련 간담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허경주 대표와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가 참석했다. 허 대표는 "한국 현대사를 보면 사회가 진보하고 변화하는 데 학생들이 끼친 영향이 크다. 여기 모인 학생들이 앞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에 관심을 갖고 주변에 소개해 주면 좋겠다. 작은 관심 하나에 우리 가족들은 정말 큰 힘과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이날 정오 서울신대 백주념기념관에서 열렸다. 채플을 마친 학생 40여 명이 식당 대신 간담회 장소로 모였다. 서울신대 총학생회를 포함한 각 학과·동아리는 공동 제작한 현수막을 교정 곳곳에 내걸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스텔라데이지호를 기다립니다". 학생들의 다짐과 염원이 머리 위로 나부꼈다.

실종 선원 생존 가능성 믿는 이유
14개월 만에 발견된 구명정 상태 온전
438일 만에 생환한 사례도 있어

서울신대 학생들은 현수막을 내걸어 스텔라데이지호 가족을 맞이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허경주 대표를 포함해 실종 선원 22명의 가족들은 그날 이후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생전 해 보지 않은 서명운동과 길거리 농성에 언론 인터뷰까지… 인터넷에 신상이 다 털리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일도 겪었다.

가족들은 아직 찾지 못한 구명정 2척에 실종 선원들이 생존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정부에 구명정 수색 재개를 요구하며, 올해 1월 10만 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망망대해에서 1년 이상 어떻게 살 수 있다는 말일까.

올해 2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점에서 300마일 떨어진 곳에서 14개월 전 침몰한 선박의 구명정이 발견됐다. 상태는 아주 깨끗했다. 허 대표는 "전문가들이 남대서양 해역을 '고여 있는 호수'라고 말한다. 파도가 높지 않고 기상 변화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찾지 못한 스텔라데이지호 구명정 2척 역시 온전한 상태로 인근 해역을 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 일을 바다에서 떠돌다 무사히 생환한 사례도 있었다. 2014년 1월, 엘살바도르 한 어부는 쪽배를 타고 낚시를 하다가 표류해 438일 만에 구조됐다. 1973년 6월에는 영국인 베일리 부부가 구명보트에서 117일 동안 생존하다 구조됐다.

허 대표는 "구명정에 낚시 도구와 응급 키트가 있다. 선원들은 모두 생존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지금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 있을 거라고 가족들은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수거해야 하는 이유
개조된 노후 선박, 국내 27척
여전히 미온적인 정부

허경주 대표(사진 오른쪽)는 수색 재개와 함께 블랙박스 수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수색 재개와 함께 가족들이 요구하는 다른 하나는 블랙박스 수거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맑은 날 갑자기 두 동강 난 채 침몰했다. 왜 침몰했는지 모른다. 가족들은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일본에서 폐선한 노후 선박을 개조해 무리하게 운항하다 사고가 났다고 보고 있다. 선박에 구조적 결함이나 문제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시스템에도 구멍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수거가 필요하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일본이 폐기한 배였다. 폴라리스쉬핑이 싼값에 매입해 화물선으로 개조해서 운항했던 거다. 외국에서는 선박 사고가 나면 블랙박스를 수거해 원인을 밝히는 게 기본이다. 한국 해수부와 외교부만 이를 꺼린다. 국내에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개조된 노후 선박이 27척이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사고 원인을 규명해 노후 선박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족대책위는 이번 주부터 '스텔라데이지호 구명정 수색 재개 및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4월 19일에는 외교부·해수부와 함께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김디모데 목사도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예하운선교회는 사고 초기부터 가족대책위를 지원하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김 목사는 "예수님은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소개하며 우리가 누구의 이웃이 될지 말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상처받고 아픈 이들 곁에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디모데 목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이 제2의 세월호 참사라고 했다.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우선했기 때문에 감시 시스템이 무너지고 법과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하나님나라의 중요한 가치가 바로 생명이다.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할 사명이 있는 교회가 어떻게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를 외면할 수 있나.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나라는 돈이 아닌 생명과 공의, 평등, 자유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나님나라 가치보다 개인 구원과 성장만을 강조해 왔다. 기독교인이라면 반복하는 사건·사고 앞에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어렵지 않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가족들을 돕는 것이다."

학생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무사 생환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디모데 목사(사진 오른쪽)는 학생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허경주 대표는 가족대책위와 연대하는 이들 중 종교인이 많다고 했다. 그중에는 기독교 단체들도 있었다. 그는 "많은 기독교 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기도회를 열고 스텔라데이지호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준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여러분이 실종 선원과 우리 가족들을 기억하고 주변에 알려 줬으면 좋겠다. 주황 리본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의미한다. '기다림'을 뜻한다(가족들이 찾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구명정이 오렌지색이다 - 기자 주). 소지품에 리본을 달거나 팔찌를 차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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