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공동대표 허경주·허영주)가 12월 12일 정부를 비판하고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야가 12월 6일 새벽 극적 합의한 2018년 예산안에서 심해 수색 예산 50억 원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V자로 두 동강 난 채 갑자기 침몰했다.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대책위는 "또 다른 대형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원인의 정확한 규명이 필수"라며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통해 선체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수거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가족대책위는 국회가 2018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전, 외교통일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러 의원을 만나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하는 데 찬성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종 통과된 예산안에는 심해 수색 장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있었다.

이에 가족대책위는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에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심해 수색 장비의 타당성이 검토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댄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달라진 세상을 믿고 싶다. 과거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우리 같이 원통하고 눈물 흘리는 실종 선원의 가족이 없길 희망한다.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기 전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진실을 규명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도 12월 12일, 심해 수색 장비 예산 누락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여야 합의로 책정된 심해 수색 예산 50억 원이 갑자기 제외됐다며, 정부는 가족의 생환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 입장문과 시민대책위원회 성명서 전문.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 입장문
-2018 심해 수색 장비 임차 예산 누락

지난 12월 3일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 충돌로 인한 낚시배 침몰 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주고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고는 급유선 선장이 '(낚시배가)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면서 운항했던 중대한 과실에 따른 사고였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또 다른 선박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며칠 동안 언론 보도에 귀 기울이며 이 사고에 대응하는 국가의 태도를 지켜보았다.

스텔라데이지호는 기상 상태가 좋은 대낮 1시 갑자기 배가 v자로 두 동강 나서 침몰했다. 누가 생각해도 왜 침몰했는지 의아한 사고다. 물론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은 가능하다. 개조한 노후 선박을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없이 돈 벌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했기 때문에 선체가 견디지 못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이명박 정권 시절 무리하게 늘려놓은 기대 선령 30년으로 인해 운항이 가능했던 25녀된 노후 선박이었다. 심지어 폐선 위기에 처했던 유조선을 싼 값에 사들여 중국에서 화물선으로 개조하여 활용하던 선박이다.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없이 무리하게 운항하던 폴라리스쉬핑 소유 선박의 결함 신고는 전 세계 초대형 광석 운반선 중 독보적으로 많았다. (2017년 5월 <로이드해사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초대형 광석 운반선의 최근 5개년간 결함 신고 중 무려 43% 이상이 폴라리스쉬핑의 선박에서 발생한 결함이었다.)

더구나 2017년 해양수산부 국정 감사에서도 밝혀졌듯이 한국선급은 스텔라데이지호를 허위 검사해 출항할 수 있께 해 줬고,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제대로 된 운항 검사 또는 단속을 실시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게다가 스텔라데이지호는 침몰 5일 전 브라질 출항 시부터 이미 기울어진 채로 운항하던, 안전에 큰 문제가 있는 선박이었다. 이런 선박을 아무런 제재 없이 물욕에 눈이 먼 선주의 욕심대로 운항하도록 내버려 둔 책임에서 과연 국가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9개월이 다 되도록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벌어진 사고는 차치하고라도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위험 선박이 무려 27척이나 국내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이후 스텔라유니콘호, 스텔라퀸호, 솔라엠버호 등 폴라리스쉬핑 소유 선박의 균열 및 침수 사고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선박들에 대한 정밀 안전 검사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대형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통해 선체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수거하고 침몰한 선체의 현재 상황을 촬영하여 분석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

가족들이 3개월간 국회의원실 100여 곳을 직접 다니면서 설득한 결과, 외교통일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의 당위성에 대해 동의하고 2018년도 외교부 및 해양수산부 예산에 심해 수색 장비 임차 투입 예산을 반영하도록 의결했다. 그러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에는 심해 수색 장비 예산이 전액 삭감된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예산안 확정 이후 가족들은 다시 국회를 다니며 예산 반영이 제외된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주된 이유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양사고에 대해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했던 선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선박이나 비행기 침몰 시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에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심해 수색 장비의 타당성이 검토되지 않았다고 핑계를 댄다.

2015년 10월 미국의 화물선 엘파로호의 침몰 사고 시 미국은 침몰 후 19일 만에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결정했다. 허리케인을 무리하게 뚫고 가려다가 침몰에 이르렀던, 비교적 원인이 명확한 침몰 사고였음에도 미국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재빠르게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심해 수색 8일 만에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당시 정황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2009년 에어프랑스 447기의 대서양 추락 사고 당시에도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수거했고, 이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비행기 운항 규정 등이 바뀌면서 항공 안전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지난 11월 15일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아르헨티나 잠수함 수색 작업은 정해진 마감일 없이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하며 미국과 러시아가 다국적 수색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것이 올바른 국가의 태도이다. 국민 한 명 한 명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내어 한 치의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나서는 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무한 책임"인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이런 외국의 사례를 접하며 우리의 상황과 비교되어 원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당연히 선제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조치에 대해서 정부는 왜 계속 '타당성'과 '선례'를 운운하는 것인가?

선례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음 번에 사고가 났을 때에도 선례라 없다는 이유로 또 원인을 밝히지 않고 덮고 지나갈 것인가? 상존하는 침몰 사고 재발 위험성을 이번에도 모른 척 넘어가려 하는가? 여전히 국내에서 운항하고 있는 27척의 초대형 광석 운반선과 1,000여 명의 탑승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내팽개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달라진 세상을 믿고 싶다. 과거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우리 같이 원통하고 눈물 흘리는 실종 선원의 가족이 없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진실을 규명해 주길 요청한다.

2017. 12. 12.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 성명서
- 2018 사라진 예산에 대하여

2018년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장비 투입 예산은 제외됐다. 외교부 예산 중, 여야 의원들이 합의하여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추가 수색, 사건 규명을 위한 수색 예산으로 50억 원이 책정됐다. 지난 3달 동안 국정감사와 예산 배정 과정에서 가족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여야 의원을 만나 하소연하고 읍소하여 대부분의 의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12월 6일 통과된 예산에는 감쪽같이 '선례'의 문제인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도대체 그 '선례'는 언제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올해 3월 31일 세월호가 인양되던 날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는 제2의 세월호 참사라고 불렸다. 개조된 노후 선박의 침몰, 정부가 흘려보낸 골든타임 등 스텔라데이지호는 세월호 참사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게다가 선원 22명(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의 생존이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서둘러 수색을 종료했고, 선사는 중요한 증거물(미국 초계기가 찍은 구명벌 영상)에 대해 왜곡된 언론 보도를 유도했다. 그리고 선사는 지금까지 선원들에 대한 수색은커녕 보험금 합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는 국민의 생명에는 안중에도 없던 박근혜 정권의 끄트머리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세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대통령만 바뀌었지 변한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5월 10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발표를 기다렸다가 새 정부 1호 민원을 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당선되면 스텔라데이지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한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 뒤로 현 정부에서 한 것은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수색뿐이었고, 해외 사고에 대한 주무부처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변국들에 대해 전화로 협조 요청을 한 것이 전부였다.

해양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흥도 앞바다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고 국가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런데 그게 왜 스텔라데이지호에만 해당이 안 되는 것인가? 지금도 선원들의 생사를 알고 싶어 절규하는 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것인가? 눈 앞의 피해자들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의 생명은 하늘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다른 나라의 해양 사고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너무나도 안타깝다. 지난 11월 15일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아르헨티나의 잠수한 선체를 발견하기 위한 수색 작업은 데드라인 없이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가 협조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형제고 자매고 아버지요 어머니다. 즉 우리들의 가족이다. 가족의 생환을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잊지 말라. 그것이 우리 국민이 만든 문재인 정부의 사명임을 잊지 말라.

우리는 생명보다는 돈을, 진실보다는 거짓을 일삼는 무리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화답하길 바란다.

2017. 12. 12

스텔라데이지호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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